동네 책방이 사라지는 시대의 전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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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이 사라지는 시대의 전환 앞에서
  • 안정환
  • 승인 2017.10.3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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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안정환 /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가을은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전역하면서 되찾은 자유를 만끽하며 보낸 시간이 어느 덧 100일 하고도 한 달이 지났다. 흐트러진 정신도 다잡아 볼 겸 그 새 잊어먹은 교양도 확인해 볼 겸 친근하던 동네 책방을 찾아가 본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입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즐겨 찾던 책방이 사라지고 웬 국밥집 하나가 떡 하니 들어앉아 있다.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기웃거리다 돌아서고 말았다. 작은 추억 하나를 통째로 잃은 것 같은 상실감에 쓸쓸했다.


이제는 도심 한가운데로 나가지 않는 이상 동네에선 책방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주변 책방이 사라진 이유는 그저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무너진 제2의 코닥(KODAK)의 재현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의식하지 않는 사이 나는 시대변환의 소용돌이 안에 있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정서적 측면에서 가장 큰 상실을 가져왔는데 그중 하나가 책방의 부재다. 책방은 작고 소담하지만 '모든 것들을 품는다'는 의미로 나는 서점보다는 책방이라는 단어를 즐겨쓴다. 『왜 책을 읽는가』의 저자, 샤를 단치가 단언했던 종이책의 불멸과 고귀함은 정녕 산업혁명의 진화에 아스라이 스러져 버리는 것일까.


한 시대를 대표했던 풍경 중 하나로 지하철에서 커다란 신문이나 책을 보는 모습이었다.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반으로 접고 어깨를 오무려 깨알같은 글씨를 안경너머로 읽던 직장인들이나 신국판 크기 소설책에 얼굴을 묻고 사랑을 꿈꾸던 문청들의 모습들은 과거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한 뼘 크기의 화면에 담겨 있는 e-book과 현란한 정보처리에 두 귀와 눈을 빼앗기고 한 점에 쏠리듯이 온 정신을 몰두하는 모습들. 흡사 소설 속 한 장면이나 한 컷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관심조차 없다. 대중적인 공공장소가 개인적인 공공장소로 변하는데 작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과학의 진보나 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발달과 그 이기는 시대적 요구 뿐 아니라 당연히 누려야 할 노력의 결과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의 소중함을 한번쯤 떠올려 보는 것은 옛 것에 대한 나만의 작은 예의다.
 

우리를 스마트폰 세대라고 시대는 규정할 것이다. 문자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떠돌며 책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될 것이고, 이는 사물이 아닌 이미 e-book이라는 이름처럼 성격이 다른 또 다른 창조물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책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고전적인 복합체 사물은 역사로만 남을 것인가.


나는 문득 그리워진다. 조금 크지만 손 안에 느껴지는 종이질의 촉감과 글자와 글자 사이의 여백, 잠시 한눈을 팔더라도 다시 그 여백으로 돌아와 감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종이책의 여유. 문득 딴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어쩌다 돋보기를 써도 안 보이는지 목을 곧추세우고 게슴츠레 눈을 뜨며 신문을 읽던 어르신들. 책은 내게 시각적 여유의 산물이기도 했다.


책은 넘쳐나는데 종이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켜야 책을 접할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e-book은 어느새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되버린지 오래다. 그렇게라도 책을 접할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전자기기에 서투른 사람들이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아이들은 신간은 커녕 스스로 잡지 하나 찾아보기 쉽지 않다. 책을 대신해 전자기기 안에 담긴 정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나는 작년 5월 군대에서 경주 어느 외딴 지역에서 해안 경계근무를 했었다. 그 때 시청에서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이 열흘에 한 번 군부대를 방문해서 외부 문물과 단절된 군인들에게 폭넓은 독서의 기회를 제공했었다. 덕분에 세상과의 소외감을 크게 느끼지 않고 교양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훈훈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인천에도, 강화군 어느 시골 구석에서도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멀리 나가는 일 없이 내 동네에서 책을 빌려보고, 책이 오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빠르게 변화하고 늘어가는 e-book의 추세에 반해 좀 느리더라도 진득하게 마을과 사람들에게 책을 되돌려주는 서비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기를 바래본다.  

ⓒ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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