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화재 대비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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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 화재 대비 "탁상공론?"
  • 이병기
  • 승인 2010.10.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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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소방안전본부, 공사중 초고층 건물 '방재시설 전무'


64층 초고층 건물 4동이 들어선 송도 '퍼스트월드'

취재: 이병기 기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고층 빌딩들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다.

초고층 주거시설은 날로 늘고 있지만, 관련 소방법과 소방설비는 그를 따라가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이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우신골드스위트에서 발생한 불은 초고층 빌딩들이 얼마나 화재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의 경우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등지에서 3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고 있지만, 화재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3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나 자체 소방시설로 화재를 진압해야 합니다. 화재진압 개념이 그렇습니다. 15층 이상 건물은 고가소방차가 무기력해요. 초고층 화재 진압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도 없습니다. 장비로는 외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해요. 헬기로 물을 뿌린다고 해서 건물 안으로 물이 들어가겠어요? 화재발생 이후 소방관들이 건물 안 설비를 장악해 불을 끄게 돼 있는 거죠." - 류호준 인천소방안전본부 대응관리팀장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발생한 초고층 빌딩 화재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고층 건물의 화재 진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인천 역시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해 논현신도시 등지에서 고층 건물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어 초고층 건물의 재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 재난대책 중심에 있는 인천소방안전본부의 경우 뚜렷한 대책마련은커녕 "초고층 건물은 개념상 자체적으로 불을 끄도록 돼 있다"면서 법과 규정만 탓하며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다.

반면 초고층 건물을 관할하는 일선 소방서의 경우 '초고층 전담 소방대'를 조직해 현장대응훈련을 실시하거나, 소방관 세부 지침 매뉴얼 신설, 고층 화재 진압장비 요청 등으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경우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로 등록된 곳은 송도국제도시 64층 주상복합건물인 '퍼스트월드'와 공사가 진행중인 68층 '동북아무역센터' 두 곳이다. 이 외에 26층 이상 2곳, 21층~25층 7곳, 16층~20층 26곳이다.

11층~15층인 건물 160개까지 합하면 총 195개가 인천시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45m의 고가사다리 소방차가 15층 높이까지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구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35곳의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외부에서 진압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인천시가 보유하고 있는 소방장비 중 초고층 건물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것은 45m 고가사다리차와 소방헬기 단 한 대가 전부다. 그러나 고가사다리차의 경우 건물이 15층 이상 높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무용지물이 될 뿐더러 소방헬기 역시 화재진압보다는 옥상 인명구조 용도로 사용될 공산이 크다.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해 곳곳에서 개발이 진행중인 인천의 특성상 완공된 초고층 건물보다 현재 공사중인 초고층 건물에 대한 우려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공사가 완료된 초고층 건물은 방제시설이 갖춰진 반면, 공사중인 건물은 화재 진압 설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가연성 건설 폐기물들도 현장에 남아 있어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있다.

공사중인 초고층 건물, 화재 무방비 노출

공사가 진행중인 동북아무역센터작년 인천시소방안전본부에서 발표한 '초고층 건물 재난방지를 위한 화재안전 권고사항 제정운영'에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의 진압 및 인명구조 측면에서 "현행 소방장비, 피난기구를 이용한 인면구조의 한계가 있다"면서 "건축물의 높이가 고가사다리차 도달범위를 넘기 때문에 현행 소방장비를 이용한 인명구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판단했다.

또 "소방차량의 방수압력 부족으로 화재진압이 어렵다"며 "소방대원이 구조, 피난유도를 위해 고층부까지 접근하는 시간이 상당히 걸리며 대부분 붙박이 창으로 된 탑 형태의 초고층 건물은 공간적으로 폐쇄돼 화점, 연소범위, 피난상황 등의 파악이 곤란하다"라고 지적했다.

초고층 건물 내 시민들의 피난 어려움도 문제점으로 나왔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상층연소 확대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피난거리, 비상구 너비 등을 설계할 때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지역을 평가, 수정해야 하지만 법에서 정하는 최소사양으로 건물이 설계된다는 점을 제기했다. 또한 노약자나 장애인 등 정상적인 피난 수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대피 애로사항이 고려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나타났다.

소방시설 측면에서는 초고층 건물들이 스프링클러 수원량을 건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20분으로 지정한 것과 방출압력을 고려하지 않고 방출량을 80L로 산정해 10분 이내에 방수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인천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초고층 건물 공사장 취약요인으로는 "목재와 스티로폼, 페인트 등 가연성 건축자재가 산재하고, 용접과 그라인더 작업들을 수시로 실시해 화재의 위험성이 상존한다"면서 "공사중 층별, 면적별 방화구획을 고려하지 않고 소방설비를 설치하지 않고 작업하는 관계로 화재발생 시 빠른 연소확대로 대형 인명피해가 가능하다"라고 분석했다.

연수동과 남동구 일부를 관할하는 인천공단소방서는 공사 중인 고층건축물 신축현장의 화재발생을 우려해 작년 3월부터 매월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8월 현재 20층 이상 공사중인 건축물의 경우 송도가 20곳, 고잔과 논현 4곳, 동춘 3곳, 옥련이 1곳이다. 가장 많은 건축물이 공사중인 송도는 복합건축물과 공동주택이 7곳이며 주상복합이 5곳, 관광호텔이 1곳으로 조사됐다. 


연수구와 남동구 일대에만 20층 이상 고층 건물 32곳이 공사중이다.

공단소방서는 지난 6월1일 '초고층 전담 소방대'를 발족하고 송도와 논현 등의 초고층 건물 화재 대비에 나섰다.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퍼스트 월드를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로 지정하고 6월 말 장비 223대와 인원 247명을 투입해 주민들과 함께 현장대응훈련을 실시했다"면서 "아울러 기존 포괄적이었던 대응 메뉴얼을 인원 개개인별로 나눠 세부적인 시행지침을 작성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대응을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의 화재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응방안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드물게 외장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외부에서 불이 나면 진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도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을 위한 장비를 요청할 계획이지만, 예산 문제로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성일 퍼스트 월드 생활문화지원실장은 "우리나라 건물 준공검사의 경우 행정기관에서 원칙적으로 해야 하지만, 보편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어도 허가를 내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도 초고층 건물의 재난안전 관련 규정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지만 화재가 발생할 경우 얼마나 대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화재 발생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 메뉴얼을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우리 건물의 외장재는 유리섬유보강 콘크리트 불연재를 사용하고 있어 외부 화재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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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2017-02-24 23:45:58
오래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려도 눈 감고 안전대피시설을 중점을 두지 않는 사람들은 지구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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