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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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
  • 최원영
  • 승인 2018.01.2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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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지킬 것은 지켜야 할 약속


 

풍경 #70. 톨스토이의 가방

 

세계적인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여행가방을 들고 기차를 타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있던 어린 소녀가 톨스토이의 여행가방을 바라보다가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달래려고 하지만 소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이를 보던 톨스토이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아이가 왜 울지요?”

 

당황해하던 소녀의 엄마는 “백합으로 수놓은 선생님의 가방을 갖고 싶어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톨스토이는 울고 있던 소녀에게 다가가 다정하게 말합니다.

“얘야, 눈물을 그치렴. 내가 지금은 여행을 가야하니까 이 가방이 필요하단다. 그러나 며칠 후에 돌아오니까, 그때 내가 이 가방을 꼭 너에게 주마.”

소녀는 울음을 뚝 그치고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며칠 뒤 톨스토이는 소녀의 집을 찾아갑니다. 그러나 소녀는 없고 그녀의 엄마가 “이제 그 가방은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요.

잠시 생각에 잠긴 톨스토이는 무겁게 입을 뗍니다.

“그래도 이 가방을 소녀의 무덤에 갖다 놓으세요. 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아이와 제가 한 약속은 아직까지도 살아 있거든요.”

 

 

풍경 #71. 레규러스 장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이라는 책에 로마의 레규러스 장군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로마와 카라타고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이 전쟁을 포에니 전쟁이라고 합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카르타고 군이 열세에 빠진 상태에서, 로마의 레규러스 장군을 포로로 잡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적군의 장군을 포로로 잡았으니, 그를 죽임으로써 로마군에게는 전의를 상실하게 하고, 또 카르타고 군에게는 사기를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전세가 카르타고에게 무척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인해, 레규러스를 휴전협상에 이용하기로 하고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레규러스 장군, 우리는 휴전을 원합니다. 그래서 장군을 로마진영으로 돌려보낼 것인데,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가 휴전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장군은 다시 이리로 와야 합니다.”

 

장군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고, 로마 진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휘하의 장수들에게 말했습니다.

 

“카르타고 군이 휴전협상을 주선하라고 나를 여기에 보냈다. 하지만 협상에 응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 카르타고 군은 심한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에 로마군이 조금만 더 버티면 그들 스스로 무너져버릴 것이다.”

 

이렇게 당부를 한 레규러스 장군이 다시 카르타고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모두 만류하고 나섰습니다.

“가시면 안 됩니다, 장군. 가시면 죽습니다.”

 

그러나 장군은 다음의 말을 남기고 홀연히 적진으로 갑니다.

“만일 내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 로마인들을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비웃을 거다. 이것은 나 개인이 아니라, 로마 전체의 명예와 신의에 관계된 일이다. 비록 적과의 약속일지라도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톨스토이가 어린 소녀와 약속한 것을 소녀가 죽은 뒤에도 지키려는 태도에서, 그리고 적진으로 다시 돌아가는 레규러스의 장군의 뒷모습에서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을까. 그리고 이내 부끄러운 마음으로 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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