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집 가정방문을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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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집 가정방문을 해보려고 해요."
  • 김인자
  • 승인 2018.02.27 07: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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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심계옥엄니 선생님 가정방문오다①


때리링~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낯익은 전화번호.
심계옥엄니가 아침 나절 가 계시는 주간보호센터 치매센터에서 온 전화다.

쿵~
이곳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뜨면 일단 내 가슴은 쿵하고 내려 앉는다.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무조건이다. 그리고 나면 내 심장은 주인의 의지하고는 상관없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뛴다. 어지럽게 빠르게.
하~~~~아 하고 깊은 숨을 뱉어내고 나면 비로소 나는 덜덜 떨리는 핸드폰 잡은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받쳐들고 손보다 더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뗀다.
"여보세요? 선생님 저희 어무니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아고, 놀래셨구나? 아니에요. 심계옥 어르신 별 일 없으세요. 잘 잡숫고 잘 지내셔요."
암일 없다. 잘 지내신다는 선생님말씀에도 진정이 안되는 가슴.
하~~~아
다시 한번 큰 숨을 뱉어 내고 나면 그제서야 조금 안정이 되는 거 같다.

처음 심계옥엄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난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모셨다. 그리고나서도 한참 동안 힘든 재활 치료를 했다. 그러는 동안 거의 매일 119신세를 졌다. 그리고 많이 좋아지셔서 지팡이를 짚고 걸으실 수 있을 만큼 되었을 때 운동 삼아 놀이 삼아 낮에는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드렸다. 심계옥엄니가 현관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나는 늘상 걱정을 달고 살았다. 그때부터 전화벨이 울리면 엄마한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겼나싶어 심장부터 덜컥 내려 앉았다.

"저 누군지 아시지요?"
"예 선생님"
"제가 그동안 어르신들 집으로 찾아가 인지능력 재가서비스일을 하다가 이번에 가족모임업무를 맡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 집 가정방문을 해보려고 해요."
"예, 선생님"
대답은 했으나 가정방문이라니? 나 어릴적에도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시는 가정방문이 있었다. 그때 울 엄니 마음이 지금 내 마음하고 똑같으셨을까?
"언제가 좋으시겠어요?"
"선생님이 좋은 날로 정하셔요."
"다음 주 월요일 어떠세요?"
"예 월요일요?"
(월요일이라니... 날짜가 넘 바투라서 부담되는데. 겨우내 쌓인 먼지도 털어내야하고 베란다 청소도 해야하고.)
"선생님 3월에 하면 안될까요?"
"왜여? 바쁘세요? 2월 안에 다 끝냈으면 하는데여?"
"예..
(에고, 선생님 교육 일정이 있으니 미루긴 틀렸구나.)
"그럼 월요일날 할께여. 몇 시까지 오시겠어요?"
"11시 괜찮으세요?"
"예, 선생님."
갑자기 가정방문을 오시겠다는 심계옥엄니 선생님 전화를 받고 적잖은 부담감이 생겼다.
여기저기 온 집안을 둘러보니 왜 이렇게 지저분한건지. 그렇다고 청소만 하고 있을 시간도 없고. 왜 갑자기 가정방문을 오신다는건지. 솔직히 맘이 불편했다.
그래도 폭탄 맞은 집안 꼴을 보여드리면 심계옥엄니 망신이지 싶어서 나름 며칠을 쓸고 닦고 했더만 가득이나 션찮은 몸이 덜컥 몸살이 나버렸다.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했던가. 가정방문을 오신다고 했던 디데이 월요일 아침이 되어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고만 기절할 뻔 했다.
얼굴이 심하게 퉁퉁부어 두 눈은 거의 실종된 상태였고 막 해산한 여자도 이 만큼 붓진 않겠다 싶을 정도로 얼굴이 호빵맨처럼 부었다.
청소해야지 눈에 아이스팩해야지
아침 먹은 거 설겆이 해야지
시간은 째깍째깍 왜 그렇게 빠르게 잘도 가는 것인지.
퉁퉁부은 눈은 꺼질 줄 모르고 여길 치우면 저기가 마땅찮고 저길 치우면 또 조기가 지저분하고 11시는 가까와 오는데 어젯밤 분명히 깨끗히 치운 심계옥엄니방에 들어가보니 폭탄 맞은 방이다. 시계를 보니 11시는 넘어가고 선생님이 오시면 분명히 "어르신 방좀 볼께요" 하실텐데 급하다 급해. 치우다 시계를 보니 안되겠다 싶어서 옷이며 가방이며 안방침대에 되는 대로 가져다 쌓았다. 설마 선생님이 안방은 안 열어 보시겠지하며. 드디어 11시 20분. 띵동하는 소리와 함께 심계옥엄니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다.

청소하느라 정신없어서 마스크한다는걸 잊었다.
선생님이 내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신다. "아니 왜 이렇게 얼굴이 많이 부으셨어요?"
"예 선생님 그게여..."
"에구 얼마나 힘드셨으면. 어디 많이 안 좋으세요? 치매어르신 집안에서 케어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제가 잘 알지요. 저도 치매가족이에요."
"선생님도요?"
"예, 저도 친정어머니가 치매세요. 올해 93세시죠.
저는 치매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어요.
저희 시어머니도 치매셨거든요. 저희 시어머니를 처음 집에 모셔왔을때 똥을 파서 벽에 바르시더라구요.
열 몇 평 집에서 애 둘하고 남편 저 그리고 두 어무니를 모셨어요."
"예? 두 어머니를요?"
"예, 저희 친정어머니하고 시어머니하고 한 방에서 같이 지내셨어요."
"선생님 정말 힘드셨겠어요."
"저희 친정엄마가 힘드셨죠. 저희 친정엄마가 치매 시어머니 똥오줌 다 치우고 목욕시키고 식사 챙기고 놀아드리고 다하셨죠.
그래도 좋은 소리 못들었어요."
"좋은 소리를 못들으셨다고요? 누가요?"
"시어머니가 우리 친정엄마한테 대놓고 막말을 하셨어요."
"막말을요? 뭐라고 막말을?"
"당신은 오도 갈데도 없냐? 아들이 없냐? 왜 딸집에 와서 얹혀 사냐?" 하면서 시어머니가 친정엄마에게 막말을 하셨지요. 당신은 아들집에서 사는게 당연한거고 당당한거고 우리 엄마는 모자란거고 눈치봐야하는거고. 제가 미치는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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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 2018-03-05 12:28:01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 대장 선생님 오늘은 선생님께 넘어가셨네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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