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로 시작하는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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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로 시작하는 수업
  • 임원영
  • 승인 2018.02.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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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임원영 / 학교 밖 독서 논술교사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학이편 첫 문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무엇을 위해’ 배우고 익히면 그 자체로도 즐겁다고 하는데 요즘 아이들 단 한 명도 공감하지 못할 겁니다. 어떻게 공부가 즐거울 수 있어?

학교 끝나면 쳇바퀴 돌 듯 학원을 돌아다니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가면 산더미 같은 과제가 기다리고 있지요. 화를 낼 기운도 없는 아이는 지친 몸으로 책상 앞에 앉습니다.
그러니 배운다는 즐거움이 있을 리 없습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공감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요즘 제게 오는 아이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환한 미소로 눈부터 마주칩니다.

“다인아, 안녕? 우리 다인이는 오늘 좋은 일 있구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들었네?”

“선생님, 어제 우리 집에 강아지가 왔어요. 이름이 보리인데요, 아주 귀여워요. 어제는 보리에게 책도 읽어줬어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와 아이는 이미 소통 완료!
그렇게 시작한 수업시간은 내내 즐겁게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삐뚤빼뚤 서툴지만 글도 제법 써 냅니다.


 
 
책을 읽고 각자 명장면을 그리고서는 먼저 발표하겠다고 우기던 두 친구, 같이 나와서 순서대로 이야기 하라고 했더니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욕심 많은 배장수가 배고픈 스님에게 배를 주지 않아서 벌을 받았어요. 배가 많으면 나눠주면 될 터인데 분명 벌을 받을 거예요, 그렇지, 다인아?”

“욕심쟁이 배장수는 배를 팔고 가다가 배가 고팠어요. 그래서 산길에 앉아 할머니가 싸 주신 도시락을 먹기로 했죠. 주먹밥을 들고 먹으려는데 재채기가 나와서 주먹밥이 데구르르 굴러갔어요. 배장수는 쫄쫄 굶고 집으로 갔답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요?
아주 거창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행복해 합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대고 웃다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재미있는지 자리로 돌아가라고 하는데도 좀 더 이야기를 하겠다고 합니다.

의무감에 시작하는 수업과 그렇게 따라가야 하는 아이들 사이에는 공감이 없습니다. 책임만 있을 따름입니다.
우리의 공부는 시작부터 의무감으로 시작되었고, 성적이나 입시에만 치우쳐서 그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 쯤 학원을 안 가는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기 일쑤지요.
교사인 나부터 배우고 익힌다는 게 즐거운 일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순수함은 따라갈 방도가 없습니다.
저런 미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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