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송도에도 골목 문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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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시 송도에도 골목 문화가 있습니다
  • 김경옥
  • 승인 2018.04.18 0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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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서유당 하다가게

<인천in>이 2018년 2월부터 ‘국제도시, 송도 24시’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송도의 맛과 멋 그리고 송도 사람들의 이야기,혹은 현안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 하며, 독자 여러분들과 송도국제도시의 풍경을 함께 나눕니다. 필자 김경옥(35)은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면서, 걸음을 익히는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송도맘'이자 수필가입니다. 문예지 ‘문장21’을 통해 등단하였으며, 블로그 ‘김경옥의 옥님살롱
(http://expert4you.blog.m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서유당을 검색하면 몇 개의 장소가 나온다. 필자는 그래서 서유당이라는 것이 어떤 체인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인 줄 잠시 오해하기도 했다. 인천 국제도시 송도의 어느 골목길에 위치한 서유당(대표 김현)에서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 내외를 만나고 나서야 이 곳 서유당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 시 등장하는 동일한 이름의 여타의 장소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독립적인 곳임을 알았다.


 


서유당이라는 명칭은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영서의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역사소설에서 등장한다. 서유당書遊堂 이란 낱말 자체가 소설 제목인 ‘책과 노니는 집’을 뜻한다. 그리고 국제도시 송도의 바로 이 곳 책과 노니는 집, 서유당이 있는 골목에서 사람들은 각종 ‘하다’를 한다. 독서를 하고, 커피를 하고, 차 한잔 하고, 공부 하고, 놀며 쉬고, 나눔을 한다. 그래서 서유당은 ‘하다가게’이다.


 


한부모 시설을 운영하면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던 사회복지사인 서유당의 김현 대표는 이 곳을 지역 복지의 중심으로 일구어 나가고픈 소망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 ‘복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동네의 카페와 복지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지역 복지라고요? 공짜로 커피를 주나요? 여기 영업 집 아닌가요?”
“그렇죠. 하지만 저희는 단순한 판매에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커피와 차를 매개로 해서 나눔을 하는 것이죠.”







서유당이 말하는 나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서유당에서 서유당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서유당에는 진심회원이라는 것이 있다. 서유당 한 쪽 벽면에는 마치 어떤 대학에서 기부자 명단을 명기하듯이 다수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나무 블록들이 붙여져 있는데, 바로 이 사람들이 서유당의 진심회원들이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하면 연간회원인데, 책이 많은 서유당에서 책을 읽고 나누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기부한 금액과 서유당의 수익금 중 일부는 현재 9군데의 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UN난민기구 등을 비롯한 난민단체 3군데, 한부모시설, 장애인시설, 극동방송 등이다.

 



이 곳에서는 간헐적으로 독서 모임이 열리기도 하고, 인권 영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책이 많은 서유당의 특성상 서유당에 들르신 분들이 책을 읽다가 문득 책의 내용과 연관되는 자신의 사연이 생각나 뭉클해진다면 자리에서 바로 그 내용을 글로 남길 수 있도록 상담 편지도 운영한다. 자신의 사연을 글로 적어 서유당에 준비된 상담 편지함에 넣으면 적힌 내용에 알맞은 전문가를 섭외해 고민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나미야 잡화점에서 고객들의 상담 편지를 받아 상담을 해주는 것과 같다.


 

서유당에서는 ‘서스펜디드 커피’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서스펜디드 커피란 돈이 없어 커피를 사먹지 못하는 노숙자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맡겨두는 커피를 말한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전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국제도시 송도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서유당에 가면 된다. 그리고 그곳의 계산대 앞에서 “저, 이 커피는 서스펜디드 커피로 해주세요.” 하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서유당의 양쪽 벽면에 가득히 꽂힌 책들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내어 카페 가득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커피와 독서를 즐긴다. 진심 회원이 되어 서유당의 벽면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블록이 올라가는 일은 선택사항이다. 


 


독일 클래식방송이 흐르길래, 대표님께, “혹시 독일어를 전공하셨어요?” 하고 여쭈었더니, “아니요. 그냥 우연히 찾았어요.”하면서 웃으신다. 외국생활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 송도에서 우연히 어느 골목길의 작은 카페에 들렀는데, 독일어가 간혹 흘러나오는 방송을 듣는다면 그것 또한 기쁨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느 지역에 여행하든 그 곳의 골목길을 찾는다. 골목길이 그 지역의 문화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송도는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시라서 크고 작은 빌딩들과 널찍한 도로들이 특징이라지만, 송도에도 골목길은 있었다. 서유당은 이 곳을 매개로 송도의 골목 문화가 융성하기를 바란다. 서유당은 인천시에서 주관하는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에 ‘칼데콧과 함께 골목에서놀이하다가게’를 주제로 선정되었다. 서유당에서 열리는 미니 장터, 미니콘서트, 미니낭독회 등 어떤 것들이 국제도시 송도의 이 작은 골목길을 얼마나 풍성하게 할 것인지 잔뜩 기대가 된다.

 


서유당, 북 카페 070-7765-8191
인천 연수구 해돋이로 114
송도동 3-29 서운프라자 1층
해양경찰청 후문 맞은 편 골목
 
평일 09:00 - 21:00월-금 영업하다가게
토요일 09:00 - 17:00토요일 나눔하다가게
일요일 09:00 - 21:00주일 안식하다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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