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고생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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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고생을 꼭?
  • 장재영
  • 승인 2018.08.29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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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호주에서의 돈벌이 경험 - 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오늘의 글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속담 한마디로 시작할까합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얼핏 요즘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꼰대스러울' 수 있는 이 말에 저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 이유는 이 말이 단순히 ‘젊을 때 고생을 꼭 해야만 한다.’ 라고 대놓고 압박을 주는 말이라기보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고생을 감수하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본다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라는 의미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

제가 짦은 인생을 통틀어 뜻 깊었던 경험을 하나 꼽자면 20대 중반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를 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사실 그 당시 대학교 3학년 때 학과 학생회를 이끌면서 의욕적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뒷말이 나오던 경험들을 하면서 주변의 평가와 시선에 몹시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칭찬도 받고 싶고 노력을 알아주길 기대했던 마음에서 오는 상처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고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결국, 휴학을 하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휴학하기로 마음 먹고 나니, 평소에 안 해봤던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문득,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비자를 발급하고 배낭을 꾸려서 얼마되지 않는 돈으로 즉흥적으로 호주를 가게 되었습니다.

 
   
 

막상 호주를 가니까 2주간은 너무 좋았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인증샷도 남기고
시티투어도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들고 갔던 게 비행기 표와 한달 생활비 정도라 즐겁게 2주간을 보내고 나니 통장 잔고에 슬슬 압박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해야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거죠. 그래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알아보다가 시간당 페이가 괜찮은 일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당시 호주 시드니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시드니에서 중국 사람들이 없어지면 시드니 경제가 흔들린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없어지면 청소가 흔들린다.” 라는 재미난 우스개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청소 쪽은 한국인들이 꽉 잡고 있었지요. 마침 보쌈 파티를 한다고 하여 배고픔을 달래러 갔던 한인교회에서 그런 꿀 정보를 입수하고 청소 일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처음 하게된 일은 ANZ스타디움이라는 풋볼경기장을 청소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마침 호주에서 풋볼경기가 한창이었는데 경기가 끝난 밤 11시부터 새벽시간까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단식 경기장을 한 계단에 한명씩 서서 라인을 탔습니다. 양손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여분의 비닐봉지를 아랫배에 동여멘 뒤 눈에 보이는대로 쓰레기를 모두 주워 담으면서 옆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다지 어려울 것 없는 일이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고 머나먼 타국에서 뭔가 정말 외국인노동자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도 받으면서, 청소를 한 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쉬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밝았던 거죠.
타국에서 고생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우울해 하는게 아니라 해맑게 웃으면서 청소 도중 주웠던 새 과자를 함께 나눠먹자고 권하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돈을 주웠다고 정말 행복해 보이는 분도 있었죠. 사실 돈 주우신 분들이 가장 부럽기도 했습니다.   '  
이런 경험을 하면서 특정 일에 대해 생각하던 고정적인 이미지와 관점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내가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인데 힘든 일을 하더라도 돈을 벌면 되지.’ 이런 생각이 들자 구직 현장에 열심히 뛰어들어 다양한 일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맥주통 상하차, 가정집 잔디깔기 보조, 경마장에서 맥주 판매, 토마토 농장에서 토마토 따기, 호텔에서 시트 갈기 등등 돈을 벌기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보았고 힘든 일 일수록 제법 쏠쏠한 돈벌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통장 잔고가 늘어나니 어학원에서 영어공부도 할 수 있게 되고 드넓은 대륙에서 마음껏 여행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와 닿았던 울림은 ‘아.. 나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고생을 감수하던 경험들은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때 느꼈던 경험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 참 고되고 쓸쓸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 덕분에 나중에 즐거운 여행을 할 수가 있었고 무엇보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느꼈던 확신 자체가 스스로에게 품고 있던 불안감을 종식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은 뭔가 도전하는 원동력이 되어 마음속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등불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자... 어때요? 고생 한번 해볼 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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