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기관들, ‘지역문화 존중’부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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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공기관들, ‘지역문화 존중’부터 해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1.19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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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주최 집담회, “지역성 인정 필요”... 재단도 “잘못한 부분” 공감




 
지역과 함께 호흡하지 못하는 평가 일색인 인천의 여러 예술축제들의 문제를 진단하는 자리에서 ‘민간 영역의 지역 예술을 존중하지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고 분명한 지향점을 찾아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문화재단은 19일 중구 ‘버텀라인’에서 지역 예술가들과 ‘인천, 음악으로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가졌다. 재단의 축제부서 관계자들과 민간에서 문화공간을 이끌고 기획하는 인물들이 만나, 딱딱한 분위기 대신 가볍게 다과와 음료, 맥주 한 잔 등을 마시면서 편안히 얘기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이날 집담회는 올해 인천문화재단이 주도해 개최한 음악 축제들을 이야기해 보고 문제점과 원인이 무엇인지, 지역의 음악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어떤 노력들을 민간과 관이 할 수 있는지 등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열린 것이기도 했다.
 
올해 인천문화재단이 개최한 음악 관련 축제들 중 주목할 만한 부분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이하 트라이볼)’과 ‘개항장 예술축제’ 두 가지가 있었으나 모두 평가의 부분에서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은 인천에서 열린 재즈 축제임에도 인천 내 많은 재즈뮤지션들을 결국 한 팀도 올리지 못해 비판을 들어야 했고, 지역사회와 시의회 등이 극구 말렸음에도 재단이 강행해 결국 ‘대실패’로 귀결된 개항장 예술축제는 이미 시의회에서 엄청난 지탄을 받아 전임 대표이사가 사퇴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겪어야 했다.
 
이날 참여한 재단 관계자들은 먼저 재단이 개최한 축제들의 문제점에 대해 인정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트라이볼 재즈 페스티벌을 기획한 김세진 재단 공간문화팀 대리는 “시즌별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것이 ‘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이 붙고 나니 시 공무원들이 때론 펜타포트와 비교하기도 하고, 집객수에 집착하면서 그게 담당자로서 티켓 판매에 대한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사실 민간 영역과 시의 상이한 생각에 대한 중간다리 역할을 잘 했어야 했는데 내가 그것을 잘 못한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정선 버텀라인 대표는 “올해 재즈 페스티벌의 경우 특정 업체가 일련의 과정을 이끌었는데, 그 업체가 결국 나한테 섭외 요청을 하고 있었다”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사례 중 하나로, 재단에게 분명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천 락캠프 대표는 “지역에서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그간 꾸준했다”면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음악가들이 주변에도 많은데 이들을 위한 쿼터제 도입 등을 검토할 만도 하고, 또 축제를 하나 만들려고 하면 분명한 지향점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지윤 재단 축제문화팀 과장은 재단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잠시 언급하며 “사실 여러 가지 집담회나 포럼 등에서 지역사회의 목소리,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내용 정리도 다 하지만 대표이사, 중간 관리자 등 고위급 인사들이 이런 걸 거의 안 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김상원 인하대학교 교수는 “사실 시 관계자들하고 이런 저런 얘길 해 보며 느꼈던 게, 이들이 지역의 대표 브랜드 콘텐츠를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었다”며 “지역의 음악 문화를 비롯한 예술 생태계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정하고 가능하다면 일선의 민간 문화공간에 합법적으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조례 개정 등의 작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치인들 및 공무원들이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를 관광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관념이 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지역 예술인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지역 예술인이라고 하면 퀄리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이날 김 교수는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가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고, 그 생태계 속에서 축제가 나오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이에 상당수가 동감했다.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는 “사실 축제라는 것이 음악만 놓고 보면 뮤지션이 있어야 하지만 기획자도 있어야 하고, 유통을 맡아줄 인력, 홍보를 전담할 인력 등등이 다 필요한데 인천의 음악 행사를 보면 정치인들이 축제를 전적으로 주도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의 경우에도 서울문화재단이 잘해서 뮤지션들이 서울로 활동을 옮겨가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는 민간의 영역들이 적어도 존중이라는 걸 받기 때문”이라며 “재단도 살펴보니 직원들이 좋은 기획의 아이디어를 열심히 짜내도 이른바 ‘헤드’들이 외면하면 그만인 분위기가 있던데, 그런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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