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엄격함과 사적 따뜻함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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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엄격함과 사적 따뜻함의 조화
  • 최원영
  • 승인 2019.01.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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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리더의 품성

 


풍경 #102. 공적 엄격함과 사적 따뜻함의 조화
 

하나의 아름다운 역사가 이루어지려면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좋은 리더가 있습니다. 똑같은 집단, 똑같은 구성원들임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리더이어야 할까요? 리더의 품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을 살펴보면 ‘공적 엄격함과 사적 따뜻함’이 조화롭게 균형을 갖춘 리더가 좋은 리더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좋은 사례입니다. 강팀인 폴란드를 물리친 후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We have a right to enjoy today.”
 
강자가 약자를 제압하면 ‘당연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약자가 강자를 제압하면 역사가 되고 감동이 됩니다. 그래서 약자인 우리나라 팀이 강자인 폴란드에게 거둔 승리를 그는 ‘즐길 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결과가 우연이었을까요. 아닐 겁니다. 월드컵을 준비해오는 과정은 엄청난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으로 채워졌을 겁니다. 그 결과로 승리했을 때, 그는 자신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즐길 권리’라는 말로 국민 모두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피땀을 흘리며 열심히 준비했으니 여러분은 새롭게 쓰이는 감동의 역사를 마음껏 즐기세요!’라는 메시지였습니다.
 
90분 동안의 경기 내내 항상 경기가 잘 풀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반전 내내 경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답답한 경기를 마친 후, 하프타임 때 그는 이렇게 선수들을 독려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경기장에서 사고뭉치가 필요한데, 아무도 그 악역을 맡지 않으려고 하네.”
사고를 치라는 겁니다. 짜인 각본대로 경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돌발행동이라도 해보라는 독려입니다. 이렇게 사고를 쳐서 승리한 경우가 바로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탈리아전입니다. 연장전에서 우리가 골을 넣어 승리한 경기인데요. 연장전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탈진해 있던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참 멋있는 리더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난도 체력훈련을 시키는 강철 같은 엄격함과 동시에 얼마든지 사고를 쳐도 좋다는 유연한 따뜻함,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결국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이뤄낸 것입니다.
 
 
‘파나소닉’, ‘내쇼날’ 등으로 유명한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회장의 일화에서도 엄격함과 따뜻함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사업 초창기에 공장장의 실수로 회사가 큰 손해를 보았나 봅니다. 어느 날, 공장장을 자신의 집으로 불렀습니다. 그날따라 거실에는 손님들이 방문해 있었는데, 공장장이 현관문으로 들어오자마자 마쓰시타 사장은 난로에 불을 지피는 석쇠로 난로를 내리치며 격하게 나무랐습니다.
방문객들 앞에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일방적으로 꾸중을 듣고 있는 공장장이 눈에 선합니다. 무척이나 창피했을 것이고 당황했을 겁니다. 사장의 언성은 더욱 더 높아지고, 공장장은 무조건 잘못했다고 거듭 용서를 구했습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사장은 “이제 집에 돌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그런데 가기 전에 구부러진 이 석쇠를 고쳐놓고 가게!”
 
마당으로 나와 구부러진 석쇠를 펴고 있는 공장장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마 눈물을 펑펑 쏟았을 겁니다. ‘이런 회사를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가족들 생각에 쉽게 그만 둘 수도 없었겠지요.
석쇠를 고친 후에 그는 조용히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사장의 운전기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로 모시겠다고 하자, 공장장은 당황하며 “지금 사장님한테 꾸중을 듣고 나왔는데, 사장님 차를 타다니? 사장님이 아시면 난 당장 해고되고 말 걸세”라며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운전기사는 사장님이 그를 모셔다드리라고 시켰다면서 태웠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웬일인지 아내가 대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오늘 당신이 자살할지도 모르니까 잘 보살피라고 말이에요.”
 
이제야 알 듯 싶습니다. 공적인 일로 불같이 화를 냈지만, 공장장이 치러야 할 심경을 미리 헤아린 사장의 보이지 않는 섬세한 배려였던 겁니다. 사장의 심중을 알게 된 공장장은 그 후로 회사를 위해 더욱 열심히 헌신했을 겁니다.
 
좋은 부모가 가족의 화목을 이끌어내듯이 좋은 리더는 구성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냅니다. 그 결과는 회사의 성과로 나타나고, 구성원들은 행복감으로 충만할 겁니다.
잠자고 있던 행복을 일깨워서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중심에는 리더의 공적인 엄격함과 사적인 따뜻함을 가진 리더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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