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도 섬생활의 불편한 진실
상태바
장봉도 섬생활의 불편한 진실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4.18 0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아름다움과 불편함의 공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목련꽃이 한창피더니 이제 하나둘 떨어지고, 이제 벚꽃이 만발 직전이다. 장봉도의 봄은 너무 아름답지만 오늘은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선택해서 온 장봉도이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이 매일 달콤한 것은 아니다. 배로 들어와야 하고 섬 자체가 크지 않고 부락도 작기 때문에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편이 제일 불편해 하는 것은 콜라를 살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거다. 남편은 콜라를 즐겨 마시는 데 걸어서 5분정도를 가야 살 수 있고, 그 마저도 문을 닫을 때가 많아서 허탈하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가끔은 박스채로 사오기도 한다.

택배가 늦고 비싼 것도 불편한 것 중 하나다. 대한민국에서 익일배송이 안되는 몇 안되는 곳이니 섬은 섬인가보다.
 
나는 장을 맘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하다. 대부분의 신선식품이 비싸고 싱싱하지가 않다. 수요가 없어서 일 것이다. 인천에서는 대형마트는 10분, 중형마트도 5분 거리에 살았다. 집 앞엔 편의점이 있었다. 그래서 뭐든지 정말 손쉽게 먹거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우유, 두부,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을 싸게 접하기가 어렵다. 대신 이제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밭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고 가을이면 갓 잡은 망둥이도 먹을 수 있으니 겨울과 봄을 잘 버텨보리라.
 
애들은 뭐가 불편할까?
애들은 사실 불편해 하지 않는다. 애들을 돌보는 어른들이 불편할 뿐이다.
 
이번 주엔 섬 아이들 중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많았다. 벚꽃축제 때 참여한 사람들 중 보균자가 있었는지 그날 이후로 여기저기서 아프다는 소식이 많다. 친하게 지내는 이웃 아이들 4명중 2명이 독감이고, 유치원을 다니는 지유의 친구와 그의 엄마도 독감으로 이란다.
 
섬 생활의 가장 불편한 것은 이렇게 아플 때인 것 같다. 나도 농사일 시작하고 계속 손이 저리는데 정형외과 갈 시간이 없어 못가고 있다.
보건소는 간단한 감기 정도만 진료하고 좀 큰 병이다 싶으면 대부분 육지로 내보낸다.
이번 독감도 대부분 바로 내보내졌다.
 
이렇게 배가 떠야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보니 크게 아프거나 다치거나 하는 응급상황엔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먹을 거야 밖에서 사오면 되고 필요한 물건이야 택배 시키면 되지만 이렇게 사고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작년엔 유빙으로 배가 안 떠 시신을 일주일동안 못 내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다행히 이번 독감이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는 오지 않고 있지만 워낙에 작은 섬이고, 학원도 텔레비전도 없고, 늘 친구가 부족한 곳이라 아이들의 접촉 욕구를 말릴 수가 없다. 날씨좋은 날들의 연속이다. 이제야 봄다운데 여기 저기 아픈 소식이 아쉽다. 오늘 아침에 만난 파랑새가 장봉도의 독감을 모두 가져가 버렸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