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밀려오는 공포감을 씻어줄 곳은?
상태바
[현장] 밀려오는 공포감을 씻어줄 곳은?
  • 이병기
  • 승인 2010.11.27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평도 주민들 잠자리도 민간서 지원 … 관계당국은 '무신경'


황우여 의원이 연평도 주민들이 머문 찜질방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있다.

취재: 이병기 기자

악몽같은 이틀이 지났다. 먼지 투성이의 몸은 씻었지만, 마음 속 한켠에 웅크린 공포심은 쉽사리 씻겨나가지 않는다. 주민들은 TV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말을 건네고 있다.

24일 저녁 7시께. 옹진군청을 찾아가 대책마련을 촉구했던 연평도 주민들은 군청에서 마련해 준 중구 신흥동 '인스파월드(대표 서기숙)' 찜질방에 자리를 잡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군청에서 마련했다기보다 서기숙 인스파월드 대표가 연평도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이날 해경 경비정을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340여명의 연평도 주민 중 130~150명은 인스파월드에 지친 몸을 맡겼다.

인스파월드측은 잠자리와 함께 25일 저녁까지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임대로 들어와 있는 식당 주인에게 회사측이 주민들의 음식 값을 지불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옹진군청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대책마련 촉구 방문 자리에서 "논의 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무책임한 처사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적지 않은 인원임에도 선뜻 잠자리와 먹을것을 나누는 인스파월드 씀씀이의 반이라도 닮아야 한다는 게 연평도 주민들의 얘기다. 

오히려 옹진군청이 이날 제공하겠다던 생필품조차 취재진이 찾아간 시간까지 도착하지 않았으니, 과연 주민들을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100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왔지만 찜질방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일부는 지인을 만나러 가거나, 생각하기 싫은 현실을 술 한잔으로 잊으려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7시 10분이 조금 지난 시각. 황우여(인천 연수구) 한나라당 인천시당 위원장이 찜질방을 방문했다.

황우여 위원장은 "국회에서 연평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중"이라면서 "현 대피시설은 1974년도에 지어진 것으로 너무 낡았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조기경보 시스템이나 조금 더 안전한 방어시설을 갖춰야만 주민들이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 관계로 일을 못하는 날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보상지원체계를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얻어맞은 것에 대해 많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공격을 받게 되면 이스라엘처럼 조기 집중공격 방식으로 적에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며, 곧 대표단을 꾸려 행정부와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