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로 마음 담장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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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로 마음 담장 허물기
  • 안태엽
  • 승인 2019.06.0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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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안태엽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회원



얼마 전 2박 3일 지인들과 야유회를 가게 되었다. 모임에서 나의 역할은 프로그램을 짜고, 준비물로는 구성원들이 사용할 생필품과 2박 3일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이 있어 나와 아내가 며칠 동안 준비물을 손수 장만을 하였다. 회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힘든 줄 모르고 했다.
 
도착 후, 밥을 맛있게 먹는데 “이런 것까지 다 해왔어!, 맛있기는 한데 나는 이렇게 못해! 맛은 있는데 부담스러워!” 하면서 한 분이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회원들이 각자의 생각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앞으로 이렇게 하려면 같이 하시죠! 마트에 가서 함께 사 자구요!” 했다. 또 어떤 사람은 “해놓은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더 편하고 좋지요!” 라고 말하였다.

나는 이러한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휴가가 끝난 뒤에도 소수의 사람 외에는, 고마웠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서운한 감정이 계속 들었다. ‘그냥 맛있게 먹어 주면 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네 것 내 것 가리지 않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겉으로만 고맙다 하고 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런 비슷한 일은 몇 차례 더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의 집에 식사초대를 받아 방문을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데, 부인이 관절염으로 다리를 힘겹게 절면서 음식을 차려 냈다. 부인께 “다리가 아프신가요?” 물었더니 “다리가 아파 볼 일이 있어도 외출도 못 하고 좋은 사람들의 모임도 못 가니 답답하다”고 말을 했다.

몇 달 후 부인을 다시 만났다. 부인은 “이제는 우울증까지 왔다. 슬픈 나날이다.”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지인의 형편상 수술까지는 어려운 상황인가보다’ 하고 나는 친한 몇 분과 비밀리 수술비를 마련하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다행이 뜻이 모아져 돈을 모았고 지인에게 전달했다. 부인이 수술한 다음 많이 좋아져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행복함을 누리며 산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의 남편은 수술비 모금에 참여한 분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모금에 참여한 분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것인데 오히려 이들을 원망하다니 우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급기야 인간관계까지 나빠지게 되었다. 왜 일이 이처럼 되었을까? 지인의 가정을 위해 시작한 것이라 결과도 좋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순수한 의도였기 때문에 상대가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의 행위가 자신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자기를 불쌍하게 보고 동정한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들이 벌인 일이 자신들의 공덕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몹시 분개했다. 고마운 마음 보다는 자신의 삶을 침범한 자들로 우리를 규정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때도 ‘좋은 마음으로 시작 했는데, 그렇게 받아드릴 수 있을까’하고 나는 그들에 대한 미운 생각만 가졌다. 하지만 한참 뒤 나는 구성원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드는 요인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 자신이 비슷한 경험을 겪고 난 뒤 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친척 중 한 분이 나를 방문하여 모든 일이 좋아질 거라며 내게 자신이 믿는 종교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분은 “내가 얼마 전부터 어떤 종교를 믿게 되었다. 그 동안 되는 일이 없더니, 지금의 종교를 믿고 나서 하는 일마다 잘 되고 좋아졌다.” 하면서 내게 바짝 다가앉았다. “내가 너를 생각해서 하는 얘기다. 다녀 봐도 이렇게 꼭꼭 짚어주는 종교가 없더라.”하며 집요하게 강요를 했다. 하지만 나는 종교를 강제로 청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얘기했을 때 공감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데 억지로 요구하면 도리어 스트레스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그 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지난 날 내가 서운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비로소 떠올랐다. 그리고 이제서야 어렴풋이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 내가 그때 실수를 했구나! 우리 부부가 좋은 의도로 한 것이 회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일방적으로 실천한 일이 상대에게 전적으로 옳거나 기분 좋은 일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일방적인 행동이 상대에게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은 앞 뒤 상황을 안 재고 내 마음대로 선의를 베푼 모든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게 하였다.
 
무더위가 시작하는 여름이면 기운을 살리는 데 보신탕이 제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개고기를 안 드신다. 건강에 좋다며 권하려는 마음을 접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삼계탕 집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포장해서 한 그릇 사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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