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 팀이 세 곡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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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 팀이 세 곡씩
  • 이권형
  • 승인 2019.06.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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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 변두리] 아티스트 섭외 & 기획

▲ 2019년 1월 26일, 홍대에서 1차 기획 회의를 열다


-  [서울, 변두리] 아티스트를 섭외하다
 
 
[인천의 포크] 발매 이후 바로 연작을 생각했다. 1집 때와 마찬가지로 총 세 팀이 각각 세 곡씩 총 9곡이 담긴 음반. 다만 이번엔 아티스트로 참여하지 않고 기획만 하기로 했다. 그럼 훨씬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터였다. 2012년 처음 공연을 시작하고 [서울, 변두리]를 기획하기까지의 얘기들.
 
2015년 5월 20일 홍대 ‘라이브클럽 빵’에서 공연을 하며 ‘물과음’, 당시 포크 듀오 ‘오늘내일’의 멤버였던 김성훈을 만났다. SNS를 통해 소통하다 나중에 그가 도봉구 토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어쩌면 이번 프로젝트의 실마리다. 서울을 타고 뻗어있는 인천과 도봉, 변두리에서 홍대까지 오가던 길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보리라 생각했다.
 
싱글 시리즈 <주안>을 통해 [서울, 변두리]에서 가장 직접적인 주제를 다룬 ‘클라우즈 블록’은 변두리의 막연함을 잘 이해하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는 대구 출신 뮤지션이고(그마저 정확히는 경북 칠곡임을 나중에 알았다), 전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인천에 거주하며 홍대를 왕복했다.
그와는 선린동 카페 ‘낙타사막’에서 진행한 [인천의 포크] 음감회 때 처음 만났다. 이후 인천의 포크 투어 공연을 함께하며 협업을 제안했다. 그의 궤적 자체가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닿아있었다.
 
홍대 앞에서 오래 활동하다 대안적인 활동을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커뮤니티를 찾아가고 스스로 음악과 현실과 접점을 가늠하게 된다. 가령, 나의 경우 인천에서 활동했던 경험들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서 공연했던 기간이 그렇다. 또한 단식광대는 그 시기에 만난 팀이기도 하다. 그들은 홍대에서 꾸준히 공연하는 한편 한동안 공덕역 경의선 공유지에 얻어진 임시 공간에서 자체 기획을 하며 ‘봉기봉기 레코드’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이러한 대안에 대한 모색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이므로 협업을 제안했다.


▲ 2018년 10월 27일, 인사동 ‘포도나무집’ 프로젝트를 위한 일명 ‘포원결의’ 현장
 

[서울, 변두리] 기획 제안 이후 2018년 10월 27일 인사동 포도나무집에서 첫 회동이 있었다. 잦은 음주는 프로젝트에 도움 될 게 없다는 게 지론이지만 이날 만큼은 축배를 들고 결의를 다졌다.

 
- 기획 초기 세팅 작업

이후엔 각자 작업했지만, 연초엔 세팅을 위한 단체 회동이 몇 번 있었다. 멤버 구성상 주로 종로 일대에서 모였다. 인천문화재단의 기금을 지원받은 [인천의 포크]와 달리 시기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최대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팀별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컴필레이션 형식의 장점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부담은 줄이면서 정규 음반을 완성할 수 있다. 지원사업을 염두 안 한 건 아니지만 제작 비용을 최대한 줄여 극단의 독립적인 작업을 시도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앨범아트, 사진 촬영, 뮤직비디오 등 음원 제작 외에 들어가는 노동은 최대한 멤버들 역량 안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음악가 개개인의 유년기 사진을 앨범아트에 활용하고, 저작권 걱정이 없는 자필 캘리그라피를 활용하는 등의 아이디어는 그와 맞물려 나온 것이다. 비전문적인 디자인 역량이지만 필름의 질감과 캘리그라피의 개성을 통해 극복해보기로 한 것이다. 개개인의 히스토리를 강조하기도 제격이었다.

 
   
▲인천의 포크 싱글 시리즈 VOL.3 <주안> 앨범아트           ▲인천의 포크 싱글 시리즈 VOL.4 <바다 같아> 앨범아트
 

프로필 사진 촬영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이는 비용이 들지 않는 대신 당시 협업할 단위를 찾고 있던 김태원 사진작가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뮤직비디오는 전부 직접 연출하기로 했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싱글 시리즈 2곡의 경우 평소 친분이 있는 영화 촬영 감독들과 음악가가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촬영했다. 타이틀 곡의 경우 촬영까지 전부 직접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공개되는 3편의 뮤직비디오는 장소섭외, 미술, 촬영 등 전 부분에 걸쳐 공동 작업한 결과물들이다.
 
[서울, 변두리]가 [인천의 포크]와 가장 큰 차별점은, 팀별 프로듀서가 각각 달랐던 전작과 달리 세 팀 모두 주안의 서준호 엔지니어와 작업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결과적으로 전작에 비해 사운드의 결이 일관된 음반이 될 수 있었다. 이후 각각의 프로덕션 과정과 함께 조금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그만큼 이번 음반에서 서준호 엔지니어의 역량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
 
마무리하며 우려의 말을 덧붙이자면, 이 제작 과정이 최근 일부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들의 수요와 현실을 반영한 극단적인 프로덕션임을 알아주시길 당부하고 싶다. 전문적인 영역은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드는 노동 또한 만만치 않으며, 그것은 지속 가능한 작업엔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좌표로 기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록한다. 앞으로 위에 언급한 프로덕션 과정을 좀 더 세세히 언급할 예정이고, 이를 꼭 상기하며 읽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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