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파시, 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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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파시, 소래
  • 유광식
  • 승인 2019.08.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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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소래어시장 일대 / 유광식

소래공판장 앞 소라 좌판, 2019ⓒ유광식
 

우리 주변에는 그림자를 지녔던 공간이 시대의 흐름으로 번성하게 된 곳들이 존재한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소래포구 또한 그중의 한 곳일 것이다. 과거 이 일대 소금이 일본의 전쟁 자원으로 실려 가게 되었을 적에 울 국민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주변의 소금 염전은 이제 파란 공단, 회색 주택이 되어 감회가 새롭지만, ‘소래’라는 곳이 경계의 공간임은 여전히 숨길 수 없다. 수탈과 해방, 소금과 기계, 인천과 경기도, 기차와 어선, 주민과 관광객 등 숱한 갈림길이 소래를 휘감는다.

구불구불한 길 속으로 붉은 분위기의 조명이 온통 가득했던 소래어시장을 처음으로 찾은 건 인천에서가 아니었다. 안산에 사시는 큰고모부와 함께 시흥 월곶에 도착해 구멍 숭숭 뚫린 수인선 철교 위 침목을 건너며 바다에 빠질까 새파랗게 질려 오도 가도 못하는 마음을 꼭꼭 숨긴 채 닿았던 게 이젠 25년도 넘은 구닥다리 일이 되어 버렸다. 그 이후 몇 번의 방문으로 소래포구는 내 마음에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세현, 세린이 가족과 함께 때때로 시장을 구경하며 해산물을 사러 왔었고, 이젠 이런 목적보다는 예전보다 가까워진 접근성 때문인지 그 외의 구경이 잦아졌다고 할 수 있다.

 

장도포대지 위에서 바라본 소래철교와 고기잡이 어선의 입항, 2008ⓒ유광식

소래어시장은 지난 2년 전 큰 화마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 다수의 인파가 몰리는 시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올해 어시장 건설이 새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바다 하나 믿고 살아 온 상인들에게는 꺼지지 않았을 타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소래 지역은 커다란 관광명소가 되었고, 수인선을 이용한 소금 수탈은 이제 그 모습을 탈바꿈하여 관광에 방향키를 두고 있다. 건너편 월곶 또한 인구 유입 효과가 가시화된 상황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후 공터로 남아 있는 옛 소래어시장 구역, 2019ⓒ유광식

화재가 일어난 곳에 위치했던 상가와 시장에 나온 사람들, 2014ⓒ유광식
 


소래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모습과 사연들이 역사가 되어 한곳에 모인 소래역사관이 있다. 과거 100년 동안의 소래 지역 이야기를 다양한 시청각, 체험 자료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수인선 소래역사를 본 떠 만든 2층 입구에 처음 들어서면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주실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된다. 이후 역장님과 인사 후 협궤열차를 타고 염전을 둘러본 뒤, 현대로 넘어와 전동차로 갈아탄 후 무더운 여름 한복판의 현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소래역사관 2층의 수인 철도부설 입체모형 시설, 2019ⓒ김주혜

소래역사관 1층에 축소(70%) 재현한 옛 협궤열차 모습, 2019ⓒ김주혜

협궤열차 완전 영업정지를 기념해 만든 마지막 승차권과 노선안내도, 2019ⓒ유광식

 


타임머신 여행의 끝으로 소래 포구의 자랑인 바다생물을 찾아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지금은 일부 점포로 인해 동선이 제한되어 예전만큼 시장길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지만, 얼마 후에는 현대식 건물의 종합센터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장마가 끝나서였을까 눈을 못 뜰 정도의 햇볕이 장난스러운 날이었지만, 젓갈들이 커다란 통 속에서 익어가는 가운데 주말을 맞아 포구를 찾은 방문객들의 움직임은 새우 떼 못지않게 팔팔했다. 소래공판장 앞에서는 작은 꽃게 한 마리가 주인 몰래 고무통에서 탈출을 감행했다가 뒷걸음치던 한 아주머니의 발에 밟히기도 했다. 또한, 조나단 라인이 아닐까 하는 근육파 갈매기들이 배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고, 이는 포구의 미래 모습이기도 할 2019년 오후의 소래 풍경이었다.

 

소래어시장 내 활발한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디오라마 모형, 2019ⓒ유광식

따가운 햇볕의 오후 녘 소래공판장 앞, 2019ⓒ김주혜
 


소래에서는 매년 가을이면 소래포구축제가 열리는데, 올해 행사는 9월에 열릴 예정(9.27~29)이다. ‘소래’는 인천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수밖에 없는 가슴 한편의 구절이다. 이제는 수탈로 인한 아픔의 장소가 아니라 맛깔 나는 어시장의 이미지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 옛날, 집 안에 작은 물고기를 키우기 위해 네모난 어항을 준비했던 스케일이 지금에 와서는 그 어감의 크기가 달라졌다.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소래포구가 누전으로 인한 커다란 불맛이 아니라 울적할 때나 밋밋한 기분일 적에 찾게 되는 입맛의 장소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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