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사회적기업 육성센터, '비리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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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구 사회적기업 육성센터, '비리 투성이'
  • 이병기
  • 승인 2011.01.16 15: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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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무색 … 구비로 만든 사회적기업 직원 소유 등 '말썽'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시 남구가 '전국 최초'라며 화려하게 만든 사회적기업 육성센터가 '비리와 위법'을 일삼으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지역의 사회적기업 육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인천 남구 사회적기업 육성센터'가 본분을 잊은 채 직접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가 하면, 주식을 직원들이 나눠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남구청은 (사)실업극복 인천본부와 위탁운영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위탁기관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센터장과 사무국장을 '낙하산' 형식으로 앉히면서 결국 설립 두 달여 만에 '위탁 포기'라는 파국을 맞게 됐다.

남구청은 작년 10월13일 (사)실업극복 인천본부와 '남구 사회적기업 육성센터' 위탁운영 협약을 체결하고 11월9일 사회적기업육성센터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소 2개월 만에 '위탁기관 포기'라는 상황을 맞았다. 문제의 발단은 남구청이 실업극복 인천본부와 위탁운영 협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센터장과 사무국장을 임명해놓고, 위탁기관 이름만 빌려쓰는 형식으로 되면서 비롯됐다.

실업극복 인천본부 관계자는 "위탁은 우리 이름으로 했지만, 사실상 일은 (센터에서)독자적으로 했다"면서 "센터장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고 구에서 추천해 우리가 임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기관에서 위탁운영을 줄 경우 위탁기관에 인사권이 있는 것이 보편적인데, 남구청이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센터장과 핵심 사무를 보는 사무국장을 임의로 추천해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 원로 언론인으로 알려진 센터장 A씨(70)의 경우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경력이 전무하고, 자격증도 없다. 또 장애인단체 경력을 지닌 사무국장 B씨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마련된 단체가 '전문가'는 하나도 없는 곳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남구청은 '낙하산 인사'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음에도 '발뺌'을 하고 있다.

사무국장 B씨도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센터장과 사무국장을 남구에서 추천했다고 하는데, 맞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권윤선 남구청 사회적기업추진단 일자리창출팀장은 "육성센터를 실업본부에 위탁했기 때문에 직원 채용 역시 위탁법인에서 공고해 선발한 것"이라며 "우리와는 관계가 없고, 위탁운영법인과 센터장, 사무국장이 함께 들어왔다"라고 부정했다.

결국 남구청은 본인과 위탁기관이 구에서 추천했다고 밝혔음에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정하는 실정이다.

구비로 만든 사회적기업을 개인이 소유해?


직원들의 '공금횡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센터 직원들의 '사회적기업 주식 보유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회적기업 육성센터는 작년 11월과 12월 남구에서 지원한 3억원의 예산으로 2곳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했다. 당시 센터측은 이름만 걸고 있던 실업본부에 주식 권리를 양도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간 센터 구성원과 소통 부재로 갈등을 겪던 실업본부가 경영상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결국 위탁 포기를 결정하면서 사회적기업 두 곳의 주식은 직원들이 나눠갖게 됐다.

한 기초단체 감사팀에 있는 공무원은 "센터 관련 조례나 정관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구의 예산으로 설립된 기업을 개인 명의로 한 것은 '공금횡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권윤선 팀장은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느냐"면서 "주주와 관련해 아직 정리가 안 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무국장 B씨는 "그 부분이 큰 실수라면 실수다"면서 "우리도 주식은 구비로 책정했으니까 구가 소유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관이 소유할 수 없었고 실업본부가 거부하면서 정확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상황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남구청이 구의 예산을 개인 명의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한 것으로, 제도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의 사회적기업이나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원해야 할 육성센터가 직접 사회적기업을 만든 것은 성과를 내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업본부 관계자는 "마음을 비우고 가능성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초기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성급했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남구 육성센터 위탁심사에 참여했던 인천 사회적기업협의회 한 관계자도 "다른 사회적기업들을 컨설팅하고 지원해야 할 센터가 직접 사회적기업을 만든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처음 시작하다 보니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면서 "초기에는 5개 정도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진행하는 방식이나 직원 고용 등 기본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게 서류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는데, 시행착오가 생겼다"라고 답했다.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사회적기업 육성센터이다 보니 초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남구청 입김대로만 움직이려 한 게 이런 결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현재도 몇 년 동안 힘들게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내며 열심히 일하는 단체들이 많은데, 센터에서 새로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가뜩이나 인천의 경우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 없는데, 정책을 만들거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센터가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남구에 위치한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관련 법이라든지 고용창출이나 사회 공익 측면 등 지역에서 사회적기업들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들이 많은데, 이런 복합적 문제들을 해결사처럼 진행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의 윤리적 소비를 이끌어내고, 사회적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 사회적 목적이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센터가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남구 사회적기업 육성센터 센터장과 사무국장은 여러 불협화음에 책임을 지고 올해 초 사표를 낸 상태며, 남구는 위탁을 포기한 실업극복 인천본부를 대신할 새로운 위탁기관을 공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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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11-01-24 13:18:53
정말 왕짜증이야. 구청장이 바뀌어도 하는 일이 같다면 우린 왜 그렇게 선거를 잘해야한다고 난리쳐야 했던 거였어?

ㅂㅍㅇ 2011-01-11 09:24:49
개념기사 잘 읽었습니다. 인천in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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