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피해 안전불감증 "도(度)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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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피해 안전불감증 "도(度) 넘었다"
  • 이병기
  • 승인 2011.01.19 1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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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개공, 석면 노출 방진복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등 '방치'


도화동 옛 인천대 공학관 건물에서 석면해체작업에 사용됐던 방진복 등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석면피해 안전불감증이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17일 도화주민대책위에 따르면 인천도개공이 지난 6일 도화동 옛 인천대 공학관 건물 철거 과정에서 석면 해체작업에 사용됐던 방진복과 방진마스크가 일반쓰레기에 섞여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폐석면 밀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학관 내부에는 철거작업 부주의로 석면이 함유된 '텍스'(천장 마감재) 조각들이 상당수 떨어져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인천도개공측은 "방진복 등 석면 폐기물들은 적법하게 모아서 나갔다"면서 "주민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밀봉한 것을 풀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부정했다.

인천도개공은 인천대가 이전을 시작한 작년 8월부터 옛 인천대 일부 건물의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까지 본관과 이공관의 석면 철거작업을 마친 도개공은 올 1월 초 마지막 공학관 건물의 석면해체작업을 완료했다.

인근 주민들을 비롯해 학계와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작년 초부터 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석면피해를 우려해 토론회 개최나 집회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인천시는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폐석면 적정처리를 위한 '민·관 합동감시단'을 구성하고 운영중이다.

또 인천시도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 석면 해체작업의 적법 추진여부를 감시하려고 현장 주민감시단을 운영하는 등 석면피해를 줄이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폐석면 쓰레기들이 제대로 밀봉되지 않은 채 기계에 실려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인 인천도개공은 시민사회의 석면피해 우려에도 석면해체 사업자의 관리감독에 소홀했을 뿐더러, 지속적으로 공사현장을 감시하던 일부 주민을 배제한 채 '입맛'에 맞는 감시단을 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미경 도화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된 방진복을 확인했을 당시 업체 현장 책임자가 함께 있었다"면서 "그 현장소장이 다른 근로자에게 전화해 왜 방진복을 여기에 버렸냐고 꾸짖는 걸 똑똑히 들었다"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도개공 관계자에게 사진을 보여준 자리에서 현장소장이 '어지간히 하고 그냥 넘어가라'고 했다"면서 "'왜 자꾸 힘들게 하냐'면서 오히려 역정을 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종일 인천도개공 관계자는 "폐석면(방진복 등)을 일반쓰레기로 반출한 적은 없다"면서 "건물 내에 떨어져 있던 텍스 관련해서는 업체 직원에게 당장 사람을 시켜 청소를 다시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주민감시단의 경우 당초 인천시에서 구성했던 것을 인천도개공이 넘겨받아 운영하면서, 계획에도 없던 기수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몇몇 주민을 고의로 제외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물 곳곳에 떨어져 있던 텍스 조각들

최초 인천시에서 구성한 현장감시단 운영 방침을 보면 기간은 석면해체·제거작업 개시시부터 완료시까지며, 주민대표와 전문가가 참여해 불법으로 의심되는 사항이나 불법사항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발견 즉시 관계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감시단 운영 주체가 인천시에서 인천도개공으로 넘어가면서 도개공측은 마지막 남은 공학관 석면해체 작업에 앞서 지난 11월29일 2기 주민감시단을 새로 구성했다.

박홍순 인천시 자원순환과 폐기물시설담당은 "사업자가 감시단을 운영하는 게 공사현장 출입 등 용이한 측면이 있어 운영주체를 도개공으로 넘기게 됐다"면서 "1기 감시단의 경우 몇몇을 제외하고 거의 활동이 없어 새로 감시단을 구성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인천도개공 류상보 재생사업처 담당은 "모집 절차에 따라 공고를 내고 주민감시단을 모집했다"면서 "민원을 제기한 일부 주민은 지원을 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순 담당은 "처음 참여했던 주민들을 배제하고 새로 사람을 뽑는 것은 감시활동이나 문제를 제기한 주민을 일부러 제외했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어 도개공측에 함께 활동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면서 "다음 건물의 석면해체 시부터 함께 활동할 예정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한 1기 주민감시단 관계자는 "사람들을 새로 선발한 이후 교육하는 데만 시간을 다 소비했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2기 감시단의 활동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2기 감시단이 제시한 현장 지적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최초 석면해체 작업 전 교육과 철거작업 마지막 날 공식적 입회 이외에 추가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다.


형광등에 붙어 있는 '텍스' 조각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진 방진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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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 2011-01-18 09:14:52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사 감사합니다.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았지만 기사를 보니 새로운 마음의 다짐을 해 봅니다.
이기자님 정에 끌려 주위의 사람을 힘들게 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그만하고
총력을 다하는 도대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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