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지중화'에 부평구 '뒷짐'
상태바
'송전탑 지중화'에 부평구 '뒷짐'
  • 이병기
  • 승인 2011.01.31 17:01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핫 이슈] '소통' 강조하던 홍미영 구청장, "선 집행 후 대화?"


부평구가 인가한 송전선로 이설이 진행되면 부평아트센터 바로 위를 지나치게 된다.

취재: 이병기 기자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민선 5기 부평구청장에 당선됐던 홍미영 구청장이 '선(先) 집행, 후(後) 대화'로 십정동 송전선로 이설을 강행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34만5천볼트의 고압 송전선로가 초등학생과 주민들의 머리 위로 지나는 것을 우려한 십정동 주민들은 7년 전부터 백운초등학교와 아파트, 주거밀집지역을 지나는 송전선로 이설을 반대해 왔다. 행정부와 한전에도 지속적으로 지중화를 요청해 왔다.

최근 들어 주민들은 행정부가 의지를 갖고 송전탑 지중화 추진 의지를 보인다면 송전선로 이설을 찬성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홍미영 구청장은 작년 7월 한 차례 주민간담회를 연 이후 아무런 논의 없이 12월 말일자로 송전선로 이설인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인천시가 주민들의 꾸준한 민원으로 송전탑 지중화 추진을 위한 지중화설계용역비용 17억원 중 4억2천500만원의 예산을 부담하고 부평구와 한전이 각각 4억2천500만원과 8억5천만원씩 부담할 것을 제안했음에도, 정작 주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계된 부평구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 조율 없이 강행한 것이다. 

또한 '송전탑 지중화'를 원하는 다른 자치단체들이 운영 적자로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한전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거나 예산을 세우는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부평구는 '한전이 먼저 계획과 예산을 세운 뒤에나 추진할 수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홍미영 구청장은 작년 7월28일 주민간담회를 갖고 '향후 문제 해결점을 찾기 위해 한전과의 지중화 간담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작년 말 아무런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인가를 내줬다"고 한다.


지난 20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홍미영 부평구청장 주민간담회에서
한 주민이 송전탑 지중화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고압송전탑 이설반대 및 지중화실천위원회'는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민 몰래 연말을 틈타 이설인가를 내주는 것이 소통행정이냐"면서 "지중화 대책 없이 도심지 송전탑 이설은 절대 안 된다"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민 '고압송전탑 이설반대 및 지중화실천위원회' 대표는 "시에서 용역비의 25%를 책임지겠다면, 부평구도 이를 반영하고 한전에 나머지 용역비 50%를 부담지우는 게 구청장의 최소한 역할이다"면서 "하지만 구는 용역비의 25%도 반영하지 않은 채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통의 부재와 더불어 송전선로를 이설하게 되면 작년 개관한 부평아트센터 바로 위를 지나게 된다"면서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부평구청이 재산상 가치를 스스로 손상시키는 직무유기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부평구는 주민들과 논의하겠다는 약속은커녕 행정절차만 진행해 놓고, 부평구의 재정난과 다른 기관 탓만 하며 '발뺌'하고 있다.

지난 20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십정1,2동과 부평3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홍미영 부평구청장과의 주민대화'에서 십정동의 한 주민은 "'소통'하겠다던 부평구가 작년 말 송전선로 실시계획인가를 내줬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면서 "주민들의 갈등을 치유하는 행정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미영 구청장은 "곧 인천아시안게임도 다가오는데 주거중심지에 송전탑이 버티고 있는 것을 누가 좋아하겠느냐"면서 "그 문제는 다름아닌 '돈 문제'다"라고 답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홍 구청장은 "구가 돈만 있다면 먼저 용역을 실시하고 나중에 인천시나 한전에서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은 공무원 월급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실정"이라며 "지중화를 하려면 시 지원을 받아야 하고, 송영길 시장을 만나 얘기해 봤지만 '큰집(인천시)'도 그 지경이라 우리한테 사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월3일자로 송전탑 관련 부서로 발령받은 부평구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실시계획인가는 아니고, 2009년 말 중단됐던 실시계획을 연장한 것"이라면서 "당연히 해줘야 될 일을 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9년 말 부평구청은 목화조합이 신청한 송전선로 이설인가를 내줬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기간이 만료된 바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구가 예산이 부족해 지중화 용역 예산을 책정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실질적으로 이 돈은 우리가 써야 할 돈이 아니라 한전에서 부담해야 한다"면서 "한전에서 먼저 예산을 세우고 우리에게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각지의 지자체가 한전측에 송전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작년 2조원의 적자를 냈던 한전측이 먼저 나서 수백억원이 드는 지중화를 먼저 계획하고 제안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전측은 "회사 적자가 매년 수조원씩 누적되면서 2009년부터 정책적으로 지중화사업을 중단하고 있다"면서 "회사 경영여건이 나아져야만 지중화 사업의 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에 한전이 지중화 사업을 착수한 경기도 군포시의 경우 지자체에서 지중화 비용 50%를 부담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민단체와 한전, 시 관계자들이 수차례 모여 토론회와 의견 조율을 거쳐 결국 주민 숙원사업인 송전탑 지중화를 추진하게 됐다.

또한 최근 경기도 평택시와 울산시 북구 등 일부 지자체도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이 위협받고, 자연환경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송전탑 지중화를 한전에 촉구하거나 아예 건설을 반대하는 등 행정부나 시의회 차원에서 강경 대응하고 있다.

십정동의 한 주민은 "구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한전을 압박해도 모자를 판에 구는 돈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이쁜 일만 하려는 구청장이면 어린이집에나 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전측은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3월 이후에 송전선로 이설을 실시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불통행정 2011-01-27 13:26:07
지중화는 눈감은채 이설공사하라고 실시계획인가를 내주었으면서 당연하다고 하는 공무원은 누군가요? 주민들 4천여명이 이설반대 공람의견을 구청에 접수했는데 그렇다면 주민공람은 왜 했나요?

한쪽 편에서 일하기로 작정한 사람들이 부평구청 공무원이네요. 너무 한심합니다.

건강권 2011-01-27 13:16:41
구청장은 주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 아닌가요?
백운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친환경 무상급식 안 해도 좋으니 대신 고압 송전탑 아래 백혈병 등 암 유발하는 고압 송전탑 345kv 만큼은 학교 옆으로 던지지만 말아달라고 부탁드립니다.

백운초등학교 인근과 부평아트센타 바로 위로 고압선이 걸리는 걸 방치하고 승인하는 구청장이 우리 주민을 위한 구청장인가요?

백운초민 2011-01-27 12:39:59
송전탑 지중화는 녹색사업측면, 이미지측면, 세계화와 선진화로가는 방향인데 왜 구청장은 자기만의 또는 자기구청직원만의 측면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지..구민의 뜻을 외면하는 공무원이 왜필요한가?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