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청소년 가출 … "각종 범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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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청소년 가출 … "각종 범죄 노린다"
  • 이병기
  • 승인 2011.04.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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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역과 연수구 롯데마트 부근 '청소년 배회' 가장 많아


일시쉼터 '꿈꾸는 별'에서 연수구 '파정' 거리상담 중 촬영한 사진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지역 현장조사 결과 청소년 유동이 많은 곳은 2개 군을 제외하고 7개 구 아이들이 모이는 '담골'과 1개 구 청소년들이 모이는 '파정', 또는 '롯공'의 2곳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명 '담배 피우는 골목'이라고 해서 '담골'이라고 불리는 부평 문화의 거리, '파란 PC방 앞 정자'라는 뜻의 '파정'은 연수동 힘찬병원 인근을 말합니다. '롯공'은 연수동 '롯데마트 옆 공원'이죠. 부평에는 거주 청소년뿐만 아니라 중구·동구·남구·남동구·계양구·서구 청소년들까지 접근하는 반면, 연수구 청소년들은 부평으로 이동하지 않고, 연수구 안에서 배회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 신월규 인천시청소년일시쉼터 '꿈꾸는 별' 상담원

작년 12월 건양대학교가 여성가족부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수행한 '가출청소년 유형별 귀가지도' 연구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2만명의 가출청소년을 추정하고 있다. 경찰청에 접수된 가출청소년 신고 수는 연간 1만5천~2만명 선이지만, 가출청소년들은 '동의 없이' 집을 나오기 때문에 정확한 현황 집계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200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중·고등학생 중 한 번이라도 가출해본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비율이 10.1%, 약 40만명으로 나타난다. 귀가조치된 청소년을 70% 정도로 추정할 때 약 12만명을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천의 경우 이군현 국회의원(경남 통영, 고성)이 2009년 발표한 지방청별 가출청소년 신고현황 자료에서 2009년 8월까지 678명, 2008년 1198명, 2007년 945명, 2006년 614명, 2005년에는 1017명으로 나타난다. 2009년 8월 기준 경기도(2558명)와 서울(1913명), 부산(878명)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로 광주(495명), 대구(524) 등의 광역시나 전남(419명), 충북(242명) 등의 도 단위보다도 가출청소년 신고 접수가 높았다.

높은 가출청소년 신고 건수는 인천이 지난 2008년까지 8년 연속 이혼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학계 보고서를 비롯해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 상담사들은 가정 내 자녀 양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출청소년 유형별 귀가지도'에서 나타난 '가출 및 쉼터 이용 청소년 가출 이유'를 살펴보면 '가족 요인'이 62.6%로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이어 '심리적 요인'이 18.1%, '학교 요인' 6.9%, '기타' 5.1%, '친구 및 이성친구 요인'이 4.1%를 기록했다.

보고서에서는 청소년 가출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환경적 요인으로 결손 가정이나 양부모에 의해 양육되는 가정, 부모의 약물 또는 알코올 중독, 가정 경제의 파탄 등으로 인한 다양한 기회 박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측면은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심리적 이해나 공감대 형성 부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청소년기에는 부보와 자녀 간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인데, 부모의 일방적 지시나 명령, 훈계, 설교, 비판 등의 의사소통 형태를 고수할 경우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매우 심화할 수 있다.

또 부모가 자존감의 저하로 이중적 의사전달을 하거나, 자녀의 가치를 무시하는 부정적 의사소통을 할 때 자녀는 자존감이 저하된 역기능적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부모 의사대로 자녀를 이끌려고 하는 일방적 양육태도나 자녀에 대한 몰이해는 청소년 가출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

신월규 인천시청소년일시쉼터 '꿈꾸는 별' 상담원(대리)은 "가출청소년들과 상담하다 보면, '아이들이 가정에 지쳤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편부, 편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중에서도 아이들을 대단히 잘 키우는 가정이 있다"면서 "그러나 생계 때문에 바쁘다 보니 부모도 힘든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부평 문화의 거리 내 '상시형 거리상담'

신월규 상담원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가족 형태' 문제가 아닌 '가족 관계' 문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편부 가정의 경우 아버지가 아이를 훈육할 때 때리는 경우가 있는데, 한 곳만 매를 대는 것이 아니라 손이나 발, 심지어 물건을 들어 마구 때린다는 것이다. 이는 훈육도 아니고 체벌도 아닌 '폭력'일 뿐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신 상담원은 "양육형태가 억압적인 분위기로 가면 아이들은 튕겨나가게 된다"면서 "부모와 자녀가 주종관계처럼 되다 보면 '정'이 생기지 않고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단기쉼터인 인천우리들청소년쉼터 김오열 소장은 "특히 도시지역에선 부모들이 먹고 사는 문제로 아이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또 요즘엔 부부가 자기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것도 가출청소년을 발생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A군의 부모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소위 '배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생활 때문에 아이에게는 '돈'만 줬을 뿐 양육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 부모는 "우리 아이는 돈도 잘 주고 남들보다 학원도 한두 군데 더 보내는 등 더 잘해주고 있는데 왜 가출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에게 정작 필요한 건 부모들의 사랑이었지만, 부모는 '돈'과 '학원'으로 이를 대신하려 했기에 아이는 결국 가출하게 됐다.

신월규 상담원은 "일상이 바쁜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질적으로 높여야 한다"면서 "서로의 기대와 욕구가 다르면 대화가 원만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 눈높이에 맞춰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사고를 치는 아이에게 "사고를 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건 매일 듣는 똑같은 잔소리. 아이들이 듣지 않았던 말, 부모와 자녀 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널 믿고 있다, 이번 일은 마음이 아프구나" 등 신뢰를 주는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은 시대나 장소를 불문하고 부모의 믿음을 갈구하기 때문에 사랑을 느낄 만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신월규 상담원은 제안한다.

청소년 일시쉼터 '꿈꾸는 별'


청소년 쉼터는 일시쉼터와 단기쉼터, 중장기 쉼터로 나뉘어진다. 일시쉼터는 24시간 이내, 단기는 3개월(최장 6개월), 중장기는 2년까지 가출청소년들이 지낼 수 있다.

일시쉼터인 '꿈꾸는 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운영되며, 13세에서 20세까지의 모든 남여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거리에서 지친 청소년들에게 식사나 간식, 샤워, 세탁 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밤을 지샌 청소년들에게 쪽잠을 잘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또 응급약품이나 임신 테스트 시약, 응급검진 진료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과 DVD, 게임 등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준비돼 있다. 

'꿈꾸는 별'은 직접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는 '아웃리치'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 곳에 머물며 아이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상시형 거리상담'은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8시~오전 12시까지 운영한다. 2.4톤의 탑차를 이용한 순회용 거리상담은 아이들이 있을 만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상담을 진행한다.

신월규 상담사는 "거리 상담은 가출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일반청소년들에게 쉼터를 알리면서 위기청소년들을 발굴하기 위함이다"면서 "본인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가출한 친구들이 안전한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쉼터를 소개해 주는 효과도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달 중순 부평역 아웃리치 활동에서 홍보명함을 받은 한 청소년이 가출한 친구에게 쉼터를 소개했고, 여자 단기쉼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청소년이 가정까지 안전하게 귀가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신 상담사는 "가출청소년 중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학생임에도 성매매 경험이 있거나, 주민등록증을 사고팔면서 술집이나 모텔을 드나드는 아이들도 있다"면서 "이들은 특히 범죄 피해에 많이 노출돼 있지만, 쉼터나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쉼터에서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경찰에서는 강제적 규정으로 범죄 피해를 막는 상호보완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담골'이나 '파정' 같은 이미 노출된 위기청소년 공간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면, 아이들은 또 다른 음지로 숨어들게 되고 다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시쉼터 꿈꾸는 별 홈페이지: www.icstar.ne
문의전화: 070-8228-7251

단기쉼터 인천시 우리들청소년쉼터 홈페이지: www.lovehome.or.kr
문의전화: 032-442-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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