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고립된 섬들 … "인천만 조력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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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고립된 섬들 … "인천만 조력 안 된다"
  • 이병기
  • 승인 2011.04.24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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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력발전사업은 신도·시도·모도 주민 터전 빼앗아


강화에서 모도로 온 지 50년이 넘었다는 오대원(71)씨는
앞바다를 바라보며 "예전에는 물이 더 많았다"라고 말한다.

취재: 이병기 기자

"댐을 건설하는 건 주민들을 나가라는 겁니다. 영종도로 배를 타고 통학하는 아이들이 40여명 되는데 '공부하러 갔다가 밥만 먹고 오지요' 합니다. 지금도 안개 때문에 배가 늦게 뜨면 수업도 받지 못하고 옵니다. 육지에서는 복사열 때문에 안개가 없어지지만, 바닷가는 바람이 불어 안개가 걷히거든요. 8m 댐이 생기면 안개가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안개일수가 늘어나면 배도 다니지 못하고 병원이나 통학, 생활하는 모든 게 불가능해집니다." - 차광윤 인천만조력발전소 옹진군 북도면 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지난 7일 영종도 삼목여객터미널엔 배가 뜰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다행히 배편이 있어 15분 정도 짙은 안개를 뚫고 가니 목적지인 신도가 나온다. 섬 전체가 안개에 휩싸여 있다. 마치 '안개 섬'을 보는 듯하다.

마중나온 차광윤 사무국장 차를 타고 신도에서 시도로, 시도에서 모도까지 둘러보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모도 한편에 차를 세우고 먼 바다를 바라본다. 주민들 말로는 영종도와 장봉도, 멀게는 강화도까지 보인다는데, 지금은 뿌연 안개에 갇혀 종잡을 수 없다. 

영종도 북쪽에 위치한 신도는 이웃한 시도, 모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사람들은 가까이 붙어 있는 세 섬을 가리켜 '형제섬'이나 줄여서 '신·시·모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도 뱃터에서 바라본 신도

세 섬에 거주하는 600여명의 주민(주민등록상 거주자는 약 1200명)들 중 거의 대부분이 국토해양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 중인 인천만 조력발전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동측 방조제, 영종도-장봉도-강화도를 잇는 남측과 서측 방조제가 건설되면 이곳 '형제섬'은 콘트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이 된다. 주민들은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어업이나 농업, 관광업 등 모든 면에서 생활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걱정한다.

그들의 우려는 단순히 추측이 아니다. 주민들은 지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건설 당시 바다를 메워 육지를 만든 후로 뻘이 늘어나거나 안개 일수가 증가하는 등 주변 기후가 변하면서 발생한 여러 피해를 이미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차광윤 사무국장은 "공항이 생기면서 얻은 건 관광객이고, 잃은 건 바다다"라고 씁쓸해 했다.

공항이 들어서기 전 주민들의 생계 비중은 어업 70%, 농업 30%였으나 지금은 어업 20%, 농업 20% 정도고 나머지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 사무국장은 "인천공항 부지를 매립하기 위해 주변 갯벌을 빨아들였다"면서 "물고기들이 씨가 마르면서 어업량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뱃터 입구에 걸린 조력발전소 건설 반대 현수막

이곳은 3월부터 5월 말까지 안개가 많이 낀다. 그래서 배가 뜨지 못하면 관광객 예약을 아예 받지도 못하거나, 이미 예약했던 관광객들이 해약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뿐만 아니라 안개 일수가 늘어나면서 농업 산출량도 줄었다고 한다.

그는 "여기 인구가 얼마 안 되니까 국토해양부에서 무시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주민들은 인천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해수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아 갯벌이 썩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현지 지역 특성상 담수화와 갯벌 퇴적으로 양식업 또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주민들 역시 피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시·모도에서는 포도와 쌀이 주로 생산되는데, 주민들은 건설사업이 시작되면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가 농작물에 달라붙어 성장에 지장을 크게 줄 것으로 본다.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물론이고, 해수면 상승으로 만조때나 홍수 발생 시 농경지가 침수돼 수확을 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관광업 역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광윤 사무국장은 "공사 중 발생하는 먼지나 소음, 부유물이 바닷가를 훼손해 관광객이 찾지 않는 섬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갯벌과 수질 악화로 해수욕장 이용이 불가능해지고, 어족자원의 고갈로 낚싯배 운항 불가, 펜션·민박·요식업 등 상업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인천시에서 추진중인 영종-신도-강화 간 남북협력도로 사업도 방조제가 건설되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오래 전부터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연륙교 건설이 갑자기 굴러온 인천만 조력사업 때문에 시작도 하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고 주민들은 우려한다.

어디로 보나 주민들에게 하나 이득 없이 피해만 안겨줄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주민 귀 닫은 국토해양부, 누굴 위한 사업인가?


(왼쪽부터)박병래, 차광윤, 오흥섭씨

"내가 바다에서 낙지와 조개를 잡아서 1년에 1억을 벌었어. 이것들 잡아다 팔아서 식당도 하는 거고. 다 없어지면 뭘로 보상할 거야? 대책 없이 나가라는 거야. 주민들은 어업으로 먹고 사는데 사방을 댐으로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갯벌이 썩어서 모기와 파리가 늘어나면 사람이 살지 못해. 국책사업이라고 밀어붙이면 안돼. 사업성 분석도 엉터리로 나왔잖아. 주민 얘기에는 귀를 닫고. 누굴 위한 사업이냐고?"

한 식당에서 만난 오흥섭(50) 모도리 번영회장의 푸념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자리를 한 박병래(60)씨는 차광윤 사무국장과 오흥섭 번영회장에게 왜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안 되는지 묻고 있다. 그간에는 잘 몰랐는데, 사람들이 모여 얘기하니 관심을 갖게 됐나 보다.

박병래씨는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사람들이 가깝게 바다에서 바람 쐴 만한 곳이 여기 말고는 별로 없다"면서 "어민들이 굶어죽는 문제도 있지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도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1957년도에 강화에서 모도로 넘어왔다는 오대원(71)씨는 이곳에 정착한지 벌써 반 백년이 넘었다. 

오씨는 "발전소가 만들어져도 우리는 나이가 늙어서 그럭저럭 살겠지만 앞으로 2세들이 문제다"면서 "내 고장이 망가지면 헤쳐나갈 길이 없다"라고 말한다.

섬에서 바지락을 잡아 생계를 유지했다는 그는 영종도 비행장이 생긴 이후 뻘이 쌓여 요즘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걱정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전에는 뻘 밑에 모래층이 있어 너무 깊게 빠지지 않았는데, 공항이 생긴 이후 지형이 변하면서 뻘층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뻘에 잘못 들어가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차광윤 사무국장은 "갯벌 식물이나 게, 갯지렁이 등이 갯벌에 공기를 통하게 하고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뻘층이 높아지면 이것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서 "하루 아침에는 아니겠지만,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갯벌이 썩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와 모도 중간에서 고기잡이 중인 어선들

오후 5시 반께 뱃시간이 다가오면서는 안개가 줄어들었다. 식당 밖으로 나온 오대원 할아버지는 앞바다를 바라보며 "예전에는 물이 많았다"라고 말한다.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신도 뱃터로 이동하는 길. 차 사무국장이 보여주지 못한 신도 윗쪽 길을 보여준다며 운전대를 돌린다. 가시거리가 200m도 채 되지 않는 뿌연 섬길을 따라 가니 왼편으로 농경지가 보인다.

농경지는 생각보다 꽤 면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노태우 전 대통령 때인가 해안방파제로 바다를 막고 만든 육지라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바닷물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와 추석 국지성 폭우가 겹치면서 침수된 적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댐이 만들어지고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 홍수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영종도에서 수업을 마친 고등학생들이 들어오고 있다. 매일 배를 타고 통학하는 것도 안쓰러운데, 안개로 인해 학교에 지각하거나 가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 이래서 젊은 부부들이 아이 문제로 영종도에서 생활하는가 보다. 

차광윤 사무국장은 "신재생 에너지라고 하는 조력발전 전기는 갯벌을 심각하게 훼손해 얻는 환경파괴형 에너지다"면서 "국민의 환경권을 해치면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얻을 에너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섬으로 들어오고 있다.

영종도 삼목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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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 2011-04-18 15: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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