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싹 틔우는 교육, 부평향교 & 부평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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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싹 틔우는 교육, 부평향교 & 부평초교
  • 유광식
  • 승인 2021.03.0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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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50) 계산1동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부평초등학교 정문(올해 전통 기와 정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1ⓒ유광식
부평초등학교 정문(올해 전통 기와 정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1ⓒ유광식

 

3월이 시작되기 전에 사회는 변화를 꾀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모두가 갈망하던 백신 접종이 시행되었고 아이들은 등교 개학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살얼음판 같은 코로나 시대에 자칫 선을 넘는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최근 인천 지역의 쓰레기장 문제가 지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겠지만 1~2년 새 우리 삶에 변화가 많았듯이 의식의 전환에 따른 이해와 소통이 이뤄지길 바란다. 어두운 새벽 생활 쓰레기 수거를 하던 서구는 이번 3월부터는 낮 수거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부평향교 외삼문과 단지 안내판, 2021ⓒ유광식
부평향교 외삼문과 단지 안내판, 2021ⓒ유광식

 

개학은 매해 이뤄지는 가슴 부푼 시즌이다. 새 학년 새 학기의 설렘은 미래로의 떠밂이 아닐 수 없다. 계양산 정기를 품고 자라는 꿈 또한 지역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평향교와 부평도호부 관아가 있는 부평초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둘 다 현 소재지는 계양구로, 재미있는 포지션이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있는 두 장소의 닫힌 모습이 곧 개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볍게 둘러보았다. 

 

부평초등학교 담장(좌)과 부평향교 축담(우) 걷기, 2021ⓒ김주혜
부평초등학교 담장(좌)과 부평향교 축담(우) 걷기, 2021ⓒ김주혜

 

계양대로를 가운데 두고 서쪽 언덕배기에 자리한 부평향교는 해바라기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향교는 조선의 유생들이 주요 관직으로 향할 내공을 수련하는 장소로서 예절과 교육, 정통을 담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닫혀 있어 안쪽은 살펴볼 수 없었고 향교 부지 둘레를 걷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 보았다. 향교의 역할을 살펴보니 현 노량진 공무원 시험 학원의 느낌과 흡사한 생각이 든다. 밖에서도 보이는 향교 안 은행나무 두 그루의 팔 벌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향교 뒤쪽에 공터로 남아있는 넓은 부지는 고물상 업체들이 임차했다고 한다. 몇 해 전 뉴스에서 계양구는 조속히 부지를 활용해 향교 공원화 사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예산 아닌 계산이 복잡한 모양이다.

 

향교 뒤 켠 빈터와 계양산, 2021ⓒ유광식
향교 뒤 켠 빈터와 계양산, 2021ⓒ유광식
향교 외삼문, 2021ⓒ유광식
향교 외삼문, 2021ⓒ유광식
향교 안에서 자라는 은행나무(까치도 같이 공부 중), 2021ⓒ유광식
향교 안에서 자라는 은행나무(까치도 같이 공부 중), 2021ⓒ유광식

 

공터부지 끄트머리에 작은 어린이공원이 있다. 이름하여 고향골 어린이공원이다. 어린이들이 놀이기구를 비비며 노는 장면이 흐뭇했고 반대쪽 부근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누군가 마련해준 타운 하우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산비둘기도 같이 놀고 싶은지 아이들 주변을 서성이고 벤치에 드리워진 햇살은 탐스럽기까지 했다. 바로 옆에는 책방 ‘산책’이 있어 이 주변이 온통 라이브 교육의 장소처럼 느껴졌다. 

 

고향골 어린이공원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는 길고양이(꿀잠 맛있다!), 2021ⓒ김주혜
고향골 어린이공원에서 시에스타를 즐기는 길고양이(꿀잠 맛있다!), 2021ⓒ김주혜
양지바른 고향골 어린이공원의 벤치, 2021ⓒ유광식
양지바른 고향골 어린이공원의 벤치, 2021ⓒ유광식
어린이공원 옆 거리 모습(아이들이 드물게 나타난다.), 2021ⓒ유광식
어린이공원 옆 거리 모습(아이들이 드물게 나타난다.), 2021ⓒ유광식

 

다시 향교를 에둘러 내려와 복개천인 계산천과 계양대로를 건너 부평초등학교로 향했다. 부평초등학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인천 부평권 교육의 장이다. 원래 부평도호부 관아가 자리한 곳으로, 운동장 우측에는 관아의 구역이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학교 안에는 수령 500년이 훌쩍 넘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우직하게 자리한다. 학교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은 행운을 누리는 기쁨일 테다. 아이들이나 주민들이나 크나큰 자부심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옛 부평권역의 큰 기지로서 주민 화합과 결실의 나눔이 풍성했을 것이 그려진다. 학교 안에 문화재가 두루 있어 아이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할 만도 하다. 흡사 노상 박물관처럼 생활권 자체가 교육인 것 같아 담장 너머를 까치발 들어 응시했다.

 

복개천 노상 주차장(계산천), 2021ⓒ유광식
복개천 노상 주차장(계산천), 2021ⓒ유광식
부평초교 안 도호부 관아가 보이는 담장 길, 2021ⓒ유광식
부평초교 안 도호부 관아가 보이는 담장 길, 2021ⓒ유광식
부평초교 안 부평부사 선정비(멀리 은행나무도 보인다.), 2021ⓒ유광식
부평초교 안 부평부사 선정비(멀리 은행나무도 보인다.), 2021ⓒ유광식

 

이제 등교 장면까지 특별한 뉴스가 되는 세상이니 이 어찌 새삼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들의 사회활동은 분명 중요한 덕목이자 과목이다. 새싹이 움트는 계절인 봄이 왔지만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과 주둔이 오래가고 있는 지금의 체감이 차디차다. 꽃의 개화나 아이들의 등교가 더더욱 소중히 다가오는 이유다. 

 

부평초교 앞 나분들문구(문구점 이름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2021ⓒ유광식
부평초교 앞 나분들문구(문구점 이름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2021ⓒ유광식

 

이 세상의 모든 아침을 코로나로 시작할 순 없다. 향교와 부평초에 있는 은행나무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나 또한 큰 꿈을 키우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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