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바다 한 조각, 능허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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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바다 한 조각, 능허대공원
  • 유광식
  • 승인 2021.05.10 08: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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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54) 능허대공원&옥련시장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옥련동 능허대(시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2021ⓒ유광식
옥련동 능허대(시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2021ⓒ유광식

 

날씨가 점점 풀리는 기세다. 이럴 적에는 먼 바다로 나가고 싶어진다. 지금은 그 터만 남은 송도유원지 인근 능허대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과거 백제사신의 중국 길이었다는 한나루가 있는 곳이다. 야트막한 언덕엔 작은 정자가 있고, 송도신도시를 건너뛰어 시선을 두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다. 지금은 인근 앞까지 매립이 되어 바다는 눈 끝에나 닿을지 모르나, 어쨌든 바다 앞이다. 

 

능허대공원 연못(원래 바닷물이어야 했다.), 2021ⓒ유광식
능허대공원 연못(원래 바닷물이어야 했다.), 2021ⓒ유광식

 

공원은 작은 비원 같았다. 능허대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입간판이나 덩그러니 놓여있는 백제 사신이 타던 배 형상이 없었다면 이곳의 숨은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은 사실 매립에 따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짠물에 잉어가 살 수는 없었을 테니까. 아담한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저절로 먼 역사의 여정에 승선하게 되었다. 

 

백제 사신이 타고 건너던 배 형상(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나 초라해 보일 뿐이다.), 2021ⓒ유광식
백제 사신이 타고 건너던 배 형상(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나 초라해 보일 뿐이다.), 2021ⓒ유광식

 

공원에는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반려견과 산책 나온 주민, 자전거 타고 놀러온 어린 학생들 등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다른 인공공원보다 규모는 작아도 풍치가 뛰어난 공원으로, 고대 교역의 중요한 길목이었음을 알고 나니 이곳이 달리 보였다. 인근 주민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사신이 타고 가던 배를 공원 중앙에 복원했는데, 과연 저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너 중국에 잘 당도할 수 있었을는지, 그 의문은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과 함께 떠나려다 거부당한 기녀의 운명은 바다로 향했고, 돌이 되어 전해진 기녀바위 전설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도 자신의 일기에서 거론했던 곳이다. 파면 팔수록 공원의 비밀이 부푼다. 

 

능허대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2021ⓒ김주혜
능허대공원의 한가로운 오후, 2021ⓒ김주혜
능허대 안내판, 2021ⓒ김주혜
능허대 안내판, 2021ⓒ김주혜
능허대 안내판(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2021ⓒ유광식
능허대 안내판(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2021ⓒ유광식

 

빙 돌아 올라간 언덕 정상에는 능허대 정자가 있고 표지석도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간밤 아니 한낮에 무슨 담판이라도 벌였는지 소주병 두 개가 거리를 두고 조각조각 박살나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별로 반갑지 않은 풍경으로 씁쓸할 따름이다. 기온은 낮지 않았는데 바람이 아직 겨울을 머금고 있어서인지 춥게 느껴졌다. 

 

옥련시장 앞, 2021ⓒ유광식
옥련시장 앞, 2021ⓒ유광식
옥련시장 가운데 입구, 2021ⓒ김주혜
옥련시장 가운데 입구, 2021ⓒ김주혜

 

인근으로 이동해 옥련시장을 방문하였다. 10년여 전쯤 갔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게 되었는데, 능허대공원과는 도로 하나 사이라서 가깝게 느껴졌다. 시장은 T자형으로 구획되었고 전에 없던 시장 아케이드가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생선, 젓갈 등을 취급하는 수산물 판매점이 많다 싶었는데 조개를 캐어 팔던 지역의 오랜 풍습이 면면히 이어진 건 아닌지 추측해보았다. 옥련시장 인근은 고층 아파트 군락지다. 지어진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고 특히 연령대가 젊다. 거리엔 학생들이 반이다.

 

옥련시장 내, 2021ⓒ유광식
옥련시장 내, 2021ⓒ유광식
말린 고추와 생선, 2021ⓒ김주혜
말린 고추와 생선, 2021ⓒ김주혜

 

 

시장에서 나온 뒤, 잠시 아파트 단지를 산책했다.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었다. 더불어 노인정, 아파트 안내표지판 등 각종 시설물이 시간에 절여져 애틋하게 다가온다. 해양과학고와 인송중이 다정히 접해 있다. 대양을 꿈꾸는 바다 곁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바다지만 보이는 미래를 맞이할 것으로 믿는다. 오늘날 인천은 한국의 대문이 되었다. 옛 문(능허대)도 잘 살피며 가면 좋겠다. 사신이 기다렸던 바람, 후풍(候風)을 맞아서인지 돌아와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옥련동 현대아파트 단지 화분, 2021ⓒ김주혜
옥련동 현대아파트 단지 화분, 2021ⓒ김주혜
옥련동 인송중학교 교정, 2021ⓒ김주혜
옥련동 인송중학교 교정, 2021ⓒ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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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05-11 11:00:44
두통이라면 타이레놀을 먹는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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