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나날의 분수 쇼, 숭의로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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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나날의 분수 쇼, 숭의로터리에서
  • 유광식
  • 승인 2021.06.22 0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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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57) 숭의로터리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숭의로터리, 2016ⓒ유광식
숭의로터리, 2016ⓒ유광식

 

부모님에 이어 주변 인물들도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접종 부작용도 간혹 있다고 하나, 주변 방역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한국의 놀라운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멈출 것도 같았던 세상은 계속 돌고 도는 듯하다. 미추홀구청이 새롭게 청사를 짓는다고 한다. 구청 용지는 옛 여우실(경주김씨 종가 터) 및 경인교대 자리이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불어난 살림을 꾸리기엔 역부족인 공간의 탓으로 신축을 추진하는 것일 터이다. 미추홀구에는 높은 주상복합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7~80년대 지은 건물의 사용 가능 연한이 한꺼번에 도래했는지 철거 작업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산책의 한 풍경이 되어 버린 철거의 삭막함은 일상 같은 도시 자연이 된 느낌이다. 

 

플라타너스 옆 해바라기(곧 노란색이 덧대어질 것이다), 2021ⓒ김주혜
플라타너스 옆 해바라기(곧 노란색이 덧대어질 것이다), 2021ⓒ김주혜

 

얼마 전 광주 철거 현장 사고를 접하며 매우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나의 거주지 바로 옆에서도 구 아파트 8개 동의 철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발 뉴스가 나오고 3일 정도는 공사가 멈추긴 했다. 이후 신호수 2명이 배치되어 무전을 주고받고 없던 안전철거 현수막도 걸렸다. 킹크랩 집게발 하나를 장착한 포클레인이 건물을 부술 적에는 집이 조금 흔들거린다. 느닷없는 흔들림에 식은땀이 흐르곤 한다.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요 길목은 뜨겁게 변화 중이다. 미추홀구의 숭의로터리를 돌고 돌았다. 

‘로터리’라는 이름도 이제 흔하진 않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숭의로터리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있다. 30도가 웃도는 낮에 때마침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식사하고 나온 1시간 후에는 멈추어 있었다. 오래도록 틀어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물 절약? 로터리는 6개의 길이 있어 신호를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잠시간의 경적 연주 공연이 펼쳐진다. 운전은 늘 조심하고 볼 일이다. 주변은 높다란 건물들로, 로터리는 점차 싱크홀처럼 되어가는 것도 같다. 

 

숭의로터리 중앙의 분수대(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2021ⓒ유광식
숭의로터리 중앙의 분수대(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2021ⓒ유광식
숭의공구상가 거리에 자리한 독갑다리 표지석, 2021ⓒ유광식
숭의공구상가 거리에 자리한 독갑다리 표지석, 2021ⓒ유광식

 

주변엔 병원 건물도 많고 맞닿은 도원동 체육관과 더불어 오피스텔 및 영세업체, 학교가 사방에 포진되어 있다. 더불어 숭의동의 어두운 시간색인 옐로우 구역도 철거가 대부분 이뤄져 변화가 예상된다. 한편 높은 건물들이 바짝 붙어 있어서인지 날씨 못지않게 후덥지근함이 따라다녔다. 온도가 1도는 더 높은 기분이랄까. 숭의공구상가도 그 명성이 딸그락거리고 덩달아 유흥, 숙박업소들도 축소되어 가는 느낌이다. 휴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자동차만이 일개미처럼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멀리 숭의공구상가 너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보면서 얼마 전 췌장암 투병 중 유명을 달리한 전 인천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의 명복을 빌게도 되었다. 경기장 주변을 에워싸며 공사 중인 초고층 아파트의 짙은 회색이 안타까움을 더욱 부추겼다. 

 

인천숭의구상??(이가 빠진 것처럼 옛 명성이 사라져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2021ⓒ김주혜
인천숭의구상??(이가 빠진 것처럼 옛 명성이 사라져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2021ⓒ김주혜
숭의공구상가 골목 상가(‘부럭’이라는 글자가 이채롭다), 2021ⓒ김주혜
숭의공구상가 골목 상가(‘부럭’이라는 글자가 이채롭다), 2021ⓒ김주혜
공구상가의 휴일 풍경, 2021ⓒ김주혜
공구상가의 휴일 풍경, 2021ⓒ김주혜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공사 중인 서희건설, 2021ⓒ유광식
인천축구전용경기장과 공사 중인 서희건설, 2021ⓒ유광식
옛 옐로하우스 구역(거의 철거가 이뤄졌다), 2021ⓒ유광식
옛 옐로하우스 구역(거의 철거가 이뤄졌다), 2021ⓒ유광식

 

코로나-19로 집안에 계실 수많은 어르신의 아지트인 경로당이 하나둘 개장을 앞두고 있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끝나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식사와 프로그램, 휴식을 취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한편 어느 주택 부업공장에서는 몇몇 분들이 미싱 앞에서 옷감을 손질하며 휴일을 보내고 계셨다. 또한, 제법 큰 규모의 로터리 구역이라 그런지 일요일임에도 많은 점포가 닫힌 듯 열려 있었다. 입영열차 떠나던 남부역 부지는 단지로 바뀌었고 바로 옆 숭의역이 볕을 피해 지하로 숨었다.

 

숭의1동 경로당 마당과 정자(감나무가 뽐을 내고 있다), 2021ⓒ유광식
숭의1동 경로당 마당과 정자(감나무가 뽐을 내고 있다), 2021ⓒ유광식
로터리 동쪽 장안사거리 인근 한 건물(일심동체), 2021ⓒ김주혜
로터리 동쪽 장안사거리 인근 한 건물(일심동체), 2021ⓒ김주혜

 

새 괴물이 나올법한 로터리 인근의 호흡에 속이 울렁인다. 삭아진 시간이 많지만, 여전히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옛 명성의 명과 암이 있는 숭의로터리 부근이 발전소 같다는 느낌도 든다. 버겁고 답답한 현실을 단번에 날려버릴 시원한 분수의 맛이 퍼져 오르는 숭의로터리에서 활력을 조금이나마 챙겨볼 만하겠다.  

 

철거를 앞둔 어느 상가(이제 숭의동은 노란색 이미지를 털고 갈 것이다), 2021ⓒ유광식
철거를 앞둔 어느 상가(이제 숭의동은 노란색 이미지를 털고 갈 것이다), 2021ⓒ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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