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 점박이물범, 강치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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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 점박이물범, 강치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 박정운
  • 승인 2021.06.28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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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물범지킴의의 생태일기]
(3) 점박이물범의 생존과 위기① - 박정운 /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어린 개체
백령도의 점박이물범 어린 개체

 

우리나라 서북단 끝, 백령도에는 해양포유동물인 점박이물범(Phoca largha ; spotted seal)이 서식한다. 백령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황해와 동해, 오호츠크, 캄차카반도, 베링해, 알래스카 연안 등에 분포하는 무리들 중에 황해 개체군에 속한다. 황해 지역의 점박이물범들은 11~12월 중국 보하이 만(Bohai Bay, 발해 만)지역으로 북상하여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가 1~2월 번식기에 결빙지역으로 모여 들며, 3~5월 해빙기에 집중 분포지(판진시, 대련, 산둥반도)에서 머물다가 5~10월 한국(백령도 등) 등으로 이동하여 생활해 왔다.

이처럼 해양포유류는 삶의 대부분 바다에서 살아가는 포유동물로 고래류(고래, 돌고래)와 기각류(물범, 바다사자, 물개 등)가 대표적이다. 백령도에 찾아오는 점박이물범은 해양포유동물 중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기각류에 속한다. 한자로 지느러미‘기(鰭)’자와 다리‘각(脚)’자를 써서 기각류라 표현한다. 분류학적 명칭인‘Pinnipedia’도 라틴어로 지느러미를 뜻하는‘pinna’와 다리를 뜻하는‘pedis’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기각류는 오랜 세월동안 해양생활에 적합하도록 진화하여 다리의 모양이 헤엄치기 용이하도록 지느러미 형태를 하고 있다. 게다가 수중환경과 육상환경을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시각이나 청각이 모두 잘 발달하였으며 주둥이 주변에 난 강모의 감각도 매우 뛰어나다.

여러 문헌과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한반도 주변에 서식하거나 출현한 기각류는 점박이물범, 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물개 등 4종류 뿐이다. 조선짐승류지(원홍구, 1968년 북한)에는 바다사자, 큰바다사자, 물개가 기술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큰바다사자를 ‘바다말’, 물범과 동물들을 ‘넝에’라고 부르며 잔점박이넝에, 고리무늬넝에, 띠무늬넝에 등이 우리바다에 출현한 것으로 서술하고 있다.

독도와 울릉도 주변에 서식했던 강치, 즉 바다사자는 안타깝게도 남획에 의해 1950년대에 이미 멸종해버렸고, 물개와 큰바다사자는 우리 바다에서 원래 모습을 잘 나타내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물범류 중 유일한 점박이물범은 번식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백령도 등에서 나타나 무리지어 머물고 있어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곳에 찾아와 직접 볼 수 있다.

한편, 점박이물범은 먹이를 찾기 위해 하루에도 100km 이상을 유영할 수 있고 300m까지 잠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16년 백령도에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 후 방류한 점박이물범 ‘복돌이’는 방류 직후 백령도 인근 북한 수역인 황해도 옹진군 일대에 잠시 머물렀다가 강화도를 거쳐 영종도까지 이동했다. 이후 북상하여 대청도와 백령도를 지나 평안남도 남포시에 머물다 중국 해역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이렇듯 황해 전역이 서식지인 점박이물범의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권역인 남북한과 중국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황해 지역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1500여 마리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번식지역의 환경오염과 불법밀렵, 서식지역의 어업갈등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인해 얼음 위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는 점박이물범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번식지 빙하 - 중국 장흥도
번식지 빙하 - 중국 장흥도

특히 보하이 만(Bohai Bay, 발해 만)의 결빙상태는 점박이물범이 번식과 서식을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주요 번식지인 랴오동 만의 경우 결빙지역과 결빙기간은 점박이물범의 번식지역과 번식기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겨울(약 4개월)의 결빙기간 동안 점박이물범들은 얼음위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이나 항해를 위한 선박 등에 의해 얼음이 조각나고 오염 등으로 훼손되면 점박이물범의 번식과 어린 새끼의 성장 및 생존 조건이 악화되어 개체수 유지에 악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점박이물범과 같은 대부분의 기각류는 주로 먹이가 풍부하고 표층수온 20℃ 미만의 차가운 해역을 선호하는데 백령도 해역은 황해 냉수대의 영향으로 연중 표층수온이 낮은 편이다. 만약 해류의 흐름이나 유빙의 분포 등으로 인해 표층수온에 영향을 줄 경우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의 분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우리바다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동물 점박이물범, 물범류 중에서 우리바다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점박이물범이 독도 강치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황해지역 점박이물범 번식지 및 서식지의 환경변화 요인과 현황 등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남북한중의 정보공유 및 공동조사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황해지역 점박이물범 보호 관리계획의 통합적 접근 등 전체 서식지 간의 생태적 연결성을 구축하여 기후변화와 개발압력으로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황해지역의 점박이물범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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