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에서 한판 승부, 송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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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에서 한판 승부, 송도역
  • 유광식
  • 승인 2021.07.0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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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58) 송도역전시장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송도역전시장 주 통행로(송도초 등하교길),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주 통행로(송도초 등하교길), 2021ⓒ유광식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잠잠해진다 싶었던 코로나 시국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힘겹게 쌓은 방역탑이 무너질세라 정부의 새 거리두기 적용이 일주일 미뤄졌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확정되었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날은 덥고 긴 바지가 반바지로 바뀌어 가는 시점에 이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조금 심란하다. 서울, 수도권과 한배를 탄 인천. 다채로운 사건·사고가 하루를 수놓는 요즘, 언제나 나아진다는 구호의 정치풍경은 더욱 격랑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니 사회정의는 바르게 흐르고 있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 옛 시간의 플랫폼 역할을 했던 송도역 주변을 찾아가 보았다.

 

송도역전시장 앞 횡단보도(송도라는 이름이 주변에 많다),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앞 횡단보도(송도라는 이름이 주변에 많다), 2021ⓒ유광식
시장 한 켠 파라솔과 의자(코로나로 인해 활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21ⓒ유광식
시장 한 켠 파라솔과 의자(코로나로 인해 활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21ⓒ유광식

 

2011년 9월, 송도유원지는 영업을 마쳤지만, 장소는 더 나은 공간이 되겠지 했다. 그러나 기대는 바닷물 빠진 송도해수욕장의 짠 모래톱과 같아 무엇 하나 흥겨운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중고자동차 야적장이 되어 갔다. 주차된 차들을 보니 송도유원지 영업(놀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때아닌 강풍이라도 만났는지 대거 피난을 온 것 같았다. 유원지는 커다란 민어의 등비늘 같아 보이기도 했다. 차량의 은색 지붕 때문이었을 거다. 한번은 그곳에 화재가 발생하여 피해가 컸고, 얼마 전 지나가면서는 팽개쳐져 있던 비둘기 아파트를 입구에서 보았다. 송도유원지에 널브러진 꿈결 같은 이야기의 첫 줄을 썼던 곳은 아마도 송도역이었을 것이다. 

 

송도역전시장 내 지붕 낮은 어느 분식집,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내 지붕 낮은 어느 분식집,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내, 2021ⓒ김주혜
송도역전시장 내, 2021ⓒ김주혜

 

옛 송도역 시설은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허름하고 낡았고 강한 소나기라도 내리면 무너질 기세다. 역으로 오르던 계단참에서 시간을 보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아련해지기도 한다. 기차 시간과 호흡을 맞추고 유원지나 청량산, 송도고 등 인근으로의 출발과 마지막을 챙겼을 옛 플랫폼은 주변의 왁자지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서늘하다. 길 건너에는 역전시장이 있다. 시장에는 아련했던 시절의 파노라마가 영화필름이 빙빙 돌 듯 상점 간판 대신 설치되어 있었다. 아담한 시장길은 식사 때가 아닌지라 한적했지만, 과거의 명성을 대신하며 우람한 자태, 여긴 여기라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쓰러져 가는 옛 송도역, 2021ⓒ유광식
쓰러져 가는 옛 송도역, 2021ⓒ유광식
옛 송도역 건물과 계단, 2008ⓒ유광식
옛 송도역 건물과 계단, 2008ⓒ유광식
송도역전시장 입구, 2021ⓒ김주혜
송도역전시장 입구, 2021ⓒ김주혜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신・구 송도역을 차례대로 살펴보았다. 구 송도역 앞은 다 파헤쳐져 언제라도 사라질 준비를 하는 모양이지만, 역 계단과 나무 몇 그루, 급수탑 등은 열차가 서면 장날 그 자체였을 시간을 상기 시켜 주었다. 새롭게 지어진 수인선 송도역은 현대적 시설을 갖추었고, 옛 역과는 100여 미터 떨어져 위치한다. 조만간 인천발 KTX가 이곳 송도역에서 2025년 출발한다고 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송도역전은 소란이 잦을 것 같다. 신 송도역 앞에는 설치작품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송도역전시장에 있던 것인데 임시로 옮겨둔 모양이다. 잠시 옮겨 두었다고는 하나, 바로 뒤 송도역의 규모에 눌려 왜소하고 버려져 있는 듯 안쓰러웠다. 예전에 신 송도역 입구 옆에는 배 모양의 중국요릿집이 있었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을 세현이네 가족과 딱 한 번 가 봤던 곳으로, 흩어진 구름처럼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재의 송도역, 2021ⓒ유광식
현재의 송도역, 2021ⓒ유광식
현재의 송도역과 임시 설치 작품, 2021ⓒ유광식
현재의 송도역과 임시 설치 작품, 2021ⓒ유광식
노선 유치를 위한 간곡한 문구들, 2021ⓒ유광식
노선 유치를 위한 간곡한 문구들, 2021ⓒ유광식

 

협궤의 시간은 좀 더 넓어져 광궤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되어왔다. 다만 괴물이 되면 안 될 것이다. 과거에 유원지를 가거나 방앗간 밖을 서성이던 아주머니들의 소란스러움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예전에는 생활이 우선이고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많았다면 지금은 핫플레이스 등극을 위한 경쟁만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 송도역전시장의 미래는 재역전될 것이다. 송도초와 동인천에서 소풍 온 축현초가 인근에 있다. 또한 근처 시립박물관과 인천상륙작전기념관 등 문화시설이 청량산 못지않은 청량감이다.  

 

협궤(76.2cm), 2008ⓒ유광식
협궤(76.2cm), 2008ⓒ유광식
송도초등학교 전경, 2021ⓒ유광식
송도초등학교 전경,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상가, 2021ⓒ유광식
송도역전시장 상가, 2021ⓒ유광식

 

최근 옛 협궤열차 한 량이 시립박물관 마당에 정차했다. 달리진 못해도 열차를 타볼 기회는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더 빠르고 쾌적한 기차가 있지만, 산에 오르지는 못한다. 반면에 꼬마열차가 산을 올랐다. 배만 산으로 가는 게 아니라 열차도 산으로 간다. 지금의 사회가 딱 그런 것 같다. 자꾸 역전과 역전이 반복되고 있는 것만 같다. 돌고 돌며 뒤바뀌는 세상처럼 말이다. 아무쪼록 송도역 인근이 인천의 출입구로서 거만하지 않게, 반짝하지 않게, 쌈박하게 차려졌으면 좋겠다. 시원한 역전만루홈런을 날려 본다.   

 

옛 송도역명, 2008ⓒ유광식
옛 송도역명, 2008ⓒ유광식
인천시립박물관 마당에 정차한 협궤열차 객차, 2020ⓒ김주혜​
인천시립박물관 마당에 정차한 협궤열차 객차, 2020ⓒ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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