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뒷골목에서 만난 예술책방 - '시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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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뒷골목에서 만난 예술책방 - '시와 예술'
  • 강영희
  • 승인 2021.07.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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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문화공간]
(1) 배다리 '시와 예술'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시도들 '시와 예술'

 

도시의 일상에서 쉼과 활력이 되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생활 속 문화예술공간을 찾아갑니다. 작은 공간의 의미를 나누고 그 공간을 지켜나가기 위해 애쓰는 공간지기와 그 공간이 마을에서 잘 활용되어 서로 상생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응원하고자 합니다. 공간 계약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태도와 용기를 지지하며 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배다리 사진관 '다행' 강영희 작가가 집필합니다. 자주 가는 공간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연락바랍니다. (필자 010-7389-0857)

 

유니콘과 무지개는 '시와 예술'의 브랜드 이미지로 선택된 유니콘과 무지개. 출근하고 아침마다 유니콘 인형을 문밖에 걸어두는 것을 의식처럼 치른다고 했다.
'시와 예술'의 브랜드 이미지로 선택된 유니콘과 무지개. 출근하고 유니콘 인형을 문밖에 걸어두는 것을 의식처럼 치른다.

 

지난 3-4년 사이 배다리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격었다. 우각로 주변은 전선과 전신주가 사라졌고, 파사드 조성사업으로 외관이 변해갔다. 책방거리 책방은 아벨서점을 제외하고 세대교체가 되었고, 나비날다책방은 조흥상회 건물이 팔리면서 동성한의원 자리로 이전 준비를 마쳤다. 그림책집 마쉬가 한옥가게에 나름의 색깔로 자리 잡았고, 구청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이곳저곳 빈 공간들이 채워지며 소품가게, 꽃떡집, 멕시코식당, 작가의 작업실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속 공간들도 단장하며 변화해 가는데 요즘은 문구거리 뒷골목, 고현재를 지나 옛 배다리사랑방 작은 삼거리, 10번 버스 정류장에 닿는 골목길에 작은 공간 두 개가 지난해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이 이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을까 궁금해졌다.

4월이 좀 지나 <시와 예술>이라는 글자가 쓰였다. 어두운 유리문 안으로 책이 있는 것 까지만 본 참이었다. 정식 오픈은 51일이란 이야기를 배다리 큰 길가 집현전 사장님에게 들었고, 집현전 오프닝 날, 그 공간 주인이라는 이가 일을 돕고 있었다.

 

소장욕구 뿜뿜, 멋진 책들이 가득합니다.

 

시와 예술

20188사진공간배다리에서 전시를 했던 그는 집현전을 단장하고 책방을 꾸리기 시작한 이상봉 관장의 책 분류작업을 돕다가 책의 매력에 빠졌다. 그러면서 자신도 공간을 하나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봉 관장에게 빈 공간이 있는지 물어봤고, 골목안 작은 공간이 세로 나왔다는 연락에 구경하러 간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했다. 올 3월초였다. 그야말로 우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책에 매력을 느끼고, 공간을 만나고, 책방까지. 그렇게 골목길 작은 책방 <시와 예술>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기를

책방을 하려고 공간을 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배다리 이 헌책방 거리 어딘가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그것은 책방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자연스레 자신의 서가를 뒤져보았고, 기술을 설명하는 이론 서적이 아니라 이미지 중심의 예술서적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책방의 컨셉은 그렇게 그의 서가에서 결정되었고, 사고 싶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일까 생각했을 때 여러 가지 의미에서 아름다운 책을 담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누구보다 오래 자신이 있을 공간이어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랬다.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책이기를 
시를 좋아해요_책방사서

 

골목에서 책방을

내가 다니는 길에 책방이나 어떤 가게가 생기는 건 꽤 좋은 경험이다. 하지만 그가 아는 지인들은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방이라니, 게다가 좁은 골목길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그가 책방을 열고나서도 주변 카페나 책방들에서 많이 걱정하며 자기 공간에 들른 손님들에게 다음 공간으로 시와 예술을 많이 소개해줬다며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필자도 의도치 않게 그 공간을 배다리 숨은 그림 찾기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기는 하다. 걱정스럽기보다 재미있고 즐거워서다.

 

좋은 기억이 되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책방이 책을 파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새책이고 중고책이고 다 살 수 있는 시대다. 그는 그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통해 기억하고 다시 찾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감성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감성이 창조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머물고 즐기며 그 기억으로 다시 찾고, 책도 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다.

 

파본책 한 장과 함께 전해진 스티커와 명함. 

 

어서오세요 독자님, 시와예술_책방사서 연소은입니다.

그는 사진가로서 김정아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운영하는 책방은 연소은이라는 이름으로, 직책은 책방 사서로 자신을 설정했다. 그리고 책방을 찾는 손님을 독자로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책들에 책의 신선도를 설정해 가격을 정한 책갈피 작업을 했고, 책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책을 포장해주기로 했다.

그가 책방을 준비할 즈음 문구거리 학생사가 점포정리를 하던 차라 옛날식 예쁜 포장지를 잔뜩 구입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책 포장이 서툴기 때문에 포장을 하는 동안 독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았다고 한다. 또 책을 사지 않더라도 책방의 기억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파본이 된 책을 낱장으로 뜯어 시와 예술 이미지를 담은 스티커와 명함과 함께 가져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의 큐레이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독립출판서적도 직접 작가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후 시와 예술의 컨셉과 맞을 때 구입한다. 그리고 예술입문서적 정기구독자를 모집해 정기적으로 책을 보내주는 방식의 판매도 하고 있다.

다소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책방이름을 완충하는 역할로 유니콘을 이미지로 설정하고,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출근할 때마다 유니콘 인형을 책방 밖에 걸어두는 의식을 치른다.

 

일상의 영감을 받는 공간으로, 감성이 창조되는 책방으로 _ 이것은 무엇일가요?

 

그동안 다른 책방지기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책을 팔던 서점이 그것만으로 유지가 어려우니 카페를 한다던가 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요즘 시대의 다양한 생각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며 펼치는 다양한 마케팅 방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찾아가는 책방사서의 노력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책방으로 가는 골목길, 조용조용 천천히 ..
'시와 예술' 책방으로 가는 골목길, 조용조용 천천히 ..

 

'예술을 동네 책방에서 산책하듯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며 지난 5월 1일 문을 연 골목길 작은 예술책방. 어떤 시간을 담아나갈지 자꾸 궁금해진다.

 

 

시와 예술

오픈한 지 두 달 된 동네 예술서점

인스타그램 @poetry_artbook
인천시 동구 금곡로 14-5 / 11am - 8pm
아티스트 굿즈 @prb.store
예술입문을 위한 도서 정기구독 신청 www.prbstore.com

 

시와 예술에서 책을 사면 요렇게 멋진 포장가 함께 책갈피, 스티커, 멋진 시 한편이 바람개비에 실려 옵니다.
'와인 한 잔, 시 한 수' 스스로에게 선물이 되는 이벤트도 펼쳐보았다고 한다.
'와인 한 잔, 시 한 수' 스스로에게 선물이 되는 이벤트도 펼쳐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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