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산의 푸른 날갯짓, 인천나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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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의 푸른 날갯짓, 인천나비공원
  • 유광식
  • 승인 2022.05.0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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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79) 장수산 인천나비공원 일대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인천나비공원 내 희귀생물관, 2022ⓒ유광식
인천나비공원 내 희귀생물관, 2022ⓒ유광식

 

달리는 시간을 따라왔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들이 도시를 어떻게 주물럭댈지 상상하게 된다. 어수선한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도 신경 쓰인다. 실외 마스크를 벗게 되었다는 것은 큰 사건이지만 온갖 부조리와 통제된 정보에 대한 입막음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문명의 발달은 생활의 편리를 주었다지만 좀 더 흐리멍덩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을 조성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대거 사라진 꿀벌의 행방을 찾아보다 삶의 위기감을 느꼈다. 예견된 미래는 아니기를 바라며 내일의 안전을 좀 더 명확히 소망해본다. 

 

인천나비공원 입구(풍선 하나쯤은 들고), 2022ⓒ김주혜
인천나비공원 입구(풍선 하나쯤은 들고), 2022ⓒ김주혜
인천나비공원 내 습지원, 2022ⓒ유광식
인천나비공원 내 습지원, 2022ⓒ유광식

 

부평구 서쪽 귀퉁이로 가본다. 혹시나 코너킥을 차는 손흥민 선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도 함께한다. 그곳에는 청천농장(청농)이라고도 불리던 청천공단과 인천나비공원이 장수산 아래 자리하고 있다. 인천둘레길 3코스가 연결된 지점으로, 경인고속도로와 인천대로가 갈라지는 구 가정오거리 안쪽 구역이다. 장수산 서편은 조금은 외진 공간이어서인지 어김없이 부르르 떨며 생활하는 인천의 노동자와 동식물이 많다. 산 동편 아래의 청천 구역은 새집 마련을 앞둔 사람들이 열망하는 꿈의 아파트가 높게 성장하고 있다. 인천나비공원을 둘러보며 장수를 빌고 산으로 향한다.

 

수생식물원과 관람객, 2022ⓒ유광식
수생식물원과 관람객, 2022ⓒ유광식
쉼터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가족, 2022ⓒ유광식
쉼터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가족, 2022ⓒ유광식

 

586, 588, 14-1 버스 종점이 입구인 인천나비공원은 나대지였던 공간을 생태학습마당으로 단장한 곳이다. 생태계 보전의 일환으로 지금도 부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름답게 입구에서부터 반기는 거대한 나비모형은 경사진 공원을 따라 땅, 나무, 휴식 공간 등 눈을 돌리는 방향에는 어김없이 서 있다. 다른 곤충 모형도 상당히 눈에 많이 띄며 아이들이 좋아할 볼거리 위주로 조성되었다. 실제로 삼삼오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정문 근처의 자연교육센터는 여러 곤충 표본과 채집의 과정 등이 전시되어 유익한 교육의 장이다. 아쉽게도 살아있는 나비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나비 생태관은 5월에 개장하여 들어가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공원 안에서의 으뜸 관심사는 단연 토끼장이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토끼장 앞에서 오래 머무른다. 토끼를 관찰하는 아이의 눈은 금세 토끼 눈이 되어 친구로 둔갑한다. 야외 쉼터는 아이들의 포토 그라운드이자 어르신들이 마음을 녹이는 공간이었다. 특히 소리동산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타악기들을 두드려보며 장수산에 즐거운 메아리를 만들고 있었다.   

 

자연교육센터 1층 나비방사장, 2022ⓒ김주혜
자연교육센터 1층 나비방사장, 2022ⓒ김주혜
각종 곤충 표본, 2022ⓒ유광식
각종 곤충 표본, 2022ⓒ유광식
야외 나비생태관(5월 1일부터 개장), 2022ⓒ유광식
야외 나비생태관(5월 1일부터 개장), 2022ⓒ유광식

 

아이들은 곤충의 세계에 무장 해제되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산길을 따라간다. 장수산 정상(128m)까지는 지그재그 쉬엄쉬엄 오를 수 있는 무장애 숲길을 조성해 두어 아이들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다. 경사진 계단 길로 곧장 오르면 얼마 안 걸리겠지만 무장애 숲길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산새의 지저귐에 생활의 부스럼을 삭혀본다면 좋겠다. 찾아간 날은 바람이 다소 심술을 부리는 날이었다. 옷을 잘 여미지 못해 머리가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산을 오르내리는 맛은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는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뚝딱 정상에 오르니 건너 효성동 일대와 계양산까지 한남정맥의 기운이 쏟아져 흐른다.

 

산책로를 알리는 표지판(걷다 보니 장수-산), 2022ⓒ유광식
산책로를 알리는 표지판(걷다 보니 장수-산), 2022ⓒ유광식
무장애길 천천히 오르기, 2022ⓒ유광식
무장애길 천천히 오르기, 2022ⓒ유광식

 

장수산(長壽山)은 황해도 장수산이 더 유명하다. 정지용이 읊은 시에서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묘사되었다. 한자 표기도 같은데, 인천 장수산은 ‘깎은산’, ‘깎까산’이라고도 불린다. 일제 강점기 때 군용시설로 이용하기 위해 봉우리를 깎고 헬기장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또 하나 배우게 된다. 지금은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산이 깎인 만큼 가슴이 시리다. 깎여나간 산 주위로 바람이 차다. 모난 산의 상처는 머지않아 곤충들의 터전으로 살살 보듬어져 갈 것이다. 

 

장수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효성동 일대, 2022ⓒ유광식
장수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다본 효성동 일대, 2022ⓒ유광식
장수정 정자(아래로 헬기장이었던 평탄면이 있다), 2022ⓒ유광식
장수정 정자(아래로 헬기장이었던 평탄면이 있다), 2022ⓒ유광식

 

장수정 정자에 오르니 멀리 가정동, 효성동, 청천・산곡동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둘레길을 찾은 시민들에게 산새들은 애써 청량한 자연 BGM을 건넨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싹이 돋고 점점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는 숲을 보면서 마음이 푸르러진다.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들의 모습과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등대가 되어 장수산을 편안히 내려오게 되었다. 공원을 나오려는데 오후 시간에 공원을 찾는 가족들을 마주친다. 정문 맞은편 화훼농원에도 사람들이 많았는데, 장수산을 찾은 이들이 나비 되어 꽃을 찾는 건 아닌지 넌지시 지켜보게 되었다. 새로운 한 달을 다짐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무척 어지러울 시간이겠지만 해왔던 만큼의 노력으로 버티며 나비처럼 날아다녀야겠다. 훨훨~  

 

나비공원을 통해 하산하는 등산객, 2022ⓒ유광식
나비공원을 통해 하산하는 등산객, 2022ⓒ유광식
공원 입구 맞은편에 화훼농원들, 2022ⓒ유광식
공원 입구 맞은편에 화훼농원들,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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