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신호등 너머로 배우는 삶의 질서, 계양교통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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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호등 너머로 배우는 삶의 질서, 계양교통공원에서
  • 유광식
  • 승인 2022.05.16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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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80) 계산동 계양교통공원 - 유광식 / 시각예술 작가

 

계양교통공원 입구, 2022ⓒ유광식
계양교통공원 입구, 2022ⓒ유광식

 

다가올 6월 1일(수)은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다. 후보자 등록에 따른 마찰과 기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은 연일 교통정리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자리라고 하는데 기대 반 걱정 반 알쏭달쏭하다. 꼭 필요한 국민의 결정(투표)이지만 과연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는 열 길 물속을 파악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지역과 사회, 인간을 생각하는 인물이 곳곳에 배치되어 활동하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계양을 선거구 지역이 뜨겁다. 계산동과 계양동 모두를 아우르는 지역에 지난 대선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계산여고 앞에서 바라본 계양교통공원, 2022ⓒ유광식
계산여고 앞에서 바라본 계양교통공원, 2022ⓒ유광식

 

인천의 몇몇 곳에는 교통공원이 있다. 건축 용어사전을 통해 교통공원의 정의를 찾아보니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하여 교통 지식이나 교통도덕 등의 교통질서를 익히고, 교통질서를 지키는 정신을 키워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치되는 공원’이라고 한다. 놀이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7월부터 우회전 단속이 강화된다고 한다. ‘횡단보도 일단 멈춤’이 여전히 여러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지만 무난히 정착되리라 본다. 작은 교통안전 습관이 모여 큰 질서를 만들어낼 텐데 무심코 지나친 교통공원에 다시 들러 잊고 있었던 일상 속 질서를 되새겨본다.

계양교통공원을 찾은 날은 화창한 날씨였고 외부 마스크 해제에 따른 외출이 증가한 때였다. 계산동(용종로 38)에 있는 계양교통공원은 자그마한 동산이다. 매일 집 밖을 나서면 볼 수 있는 아스팔트 도로와 각종 표지판, 육교와 횡단보도, 신호등, 건널목 등을 작게 압축시켜 놓아 흡사 파일 압축/해제 프로그램인 ZIP 포맷이 연상되었다. 인근 아파트 거주민과 아이들이 답답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확장된 마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교통공원은 계양구 말고도 부평구, 미추홀구, 동구 등에도 있어 어린이들의 교육과 주말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어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인천교통연수원도 계산동에 있다.

 

자전거 및 킥보드를 즐기는 아이들, 2022ⓒ유광식
자전거 및 킥보드를 즐기는 아이들, 2022ⓒ유광식
오르막길 및 터널과 각종 교통 표지판, 2022ⓒ유광식
오르막길 및 터널과 각종 교통 표지판, 2022ⓒ유광식

 

휴일을 맞이해 아이들은 불 꺼진 공원 신호등 아래로 질주한다.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어른의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장기적인 코로나-19의 여파로 모임과 접촉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그네를 타러 온 아빠, 공원을 청소하는 아주머니, 자전거와 킥보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 전동휠체어 타고 산책 나온 어르신, 도심 속 은밀히 연분을 쌓는 연인, 체력 증진을 위한 모녀의 걷기, 또래 격의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소풍 나온 젊은 부부들이 보였다. 각기 다른 목적의 모르는 사이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시절 행복로를 달리는 원활한 통행이 아닐 수 없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주말 오후, 2022ⓒ유광식
아이와 함께 보내는 주말 오후, 2022ⓒ유광식
누나가 개설한 자전거 스쿨(남매로 추정됨), 2022ⓒ유광식
누나가 개설한 자전거 스쿨(남매로 추정됨), 2022ⓒ유광식

 

계양은 예로부터 인천 동북부 교통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일산, 판교, 서울, 부천, 공항 등에 곧장 다다를 수 있고 3기 신도시 건설로 인구 유입이 많다.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인근의 농토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양에는 인천시농업기술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주거지의 확대가 자칫 농지 위에 세우는 ‘위기’로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 식량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벌써 식용유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영문도 모른 채 좋아하는 호떡을 더 이상 사 먹을 수 없다면 슬플 것 같다. 계양과 김포, 한강 하류의 남아 있는 농지가 귀하게 보이는 이유다. 오래전 인천에 정착한 큰 이모 댁이 계양이다. 현재도 농업 관련 일을 하며 작물의 생산과 판매로 생을 이어가고 있다. 부디 농업과 주거의 콜라보가 남아 있는 계양이면 좋겠다.  

 

인천광역시농업기술센터(2020년12월, 십정동에서 서운동으로 청사 이전), 2022ⓒ김주혜
인천광역시농업기술센터(2020년12월, 십정동에서 서운동으로 청사 이전), 2022ⓒ김주혜

 

선거도 그렇고 도시개발도 그렇고 삶이라는 커다란 계획에서도 질서가 중요하다. 실제 교통의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계양을 두고 정치와 사회의 교통 순환 고리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계양이 그만큼 인천의 중요한 위치여서가 아닐까. 계양산(395m)이 있고 무수한 사람들이 역사와 더불어 사는 계양의 집념을 교통공원에서 상기하게 된다.

공원이 크지는 않지만 작은 언덕도 있고 육교 전망대, 다리와 연못, 나무와 벤치, 어린이교육관 등으로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보행자도 공원을 관통해 가는 걸 보면 이곳은 이미 원활한 삶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더해서 어린이들이 교통공원을 통해 평생 인지해야 할 ‘교통’이라는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공간이길 꿈꾼다. 끝으로 천만번은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말-교통은 양보!           

 

교통공원을 찾은 시민들, 2022ⓒ김주혜
교통공원을 찾은 시민들, 2022ⓒ김주혜
교통은 뭐니 뭐니 해도 양보!, 2022ⓒ유광식
교통은 뭐니 뭐니 해도 양보!, 2022ⓒ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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