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시민 … '표'만 의식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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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도 시민 … '표'만 의식하지 말아야
  • 조민호
  • 승인 2011.08.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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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조민호 /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지난 6월 열린 국회에서 정치권의 일방적인 법 개정 추진에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노인복지법 개정안은 전국 경로당에 양곡구입비와 냉난방 비용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로당 운영은 2004년 10월 운영 주체가 정부에서 지자체로 바뀌었다.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로당에 대한 정부 지원책임이 생겨 더 많은 국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내용은 여야 간 이견이 없어 통과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난해 5월 발의되어 상임위를 통과한 아동복지법안들은 주로 기본체제를 정비하는 것으로 별도 비용이 들지 않지만, 표가 안 된다는 이유로 늘 논의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처럼 노인복지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표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전국 경로당은 6만여 곳이다. 투표율이 높은 노인들이 모이는 경로당은 정치인들에겐 놓칠 수 없는 표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은 국회의 예산 배분 기능이 표에 좌우되다 보니, 투표권이 없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복지가 소홀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기고 있다. 

아동·청소년복지가 노인복지에 밀리는 건 아직 우리가 선진국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정책 추진 방향에서도 그간 복지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소외되었던 게 사실이다. 국가 장기종합전략을 제외하고는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움직이기보다는 복지 정책 자체가 거의 땜질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삶의 질을 논하며 과거와 달리 복지 정책도 여러 내용으로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재 발전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건 모두가 안다.
 
특히 청소년복지는 사회복지정책 안에서도 매우 소외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특정 인구층을 주된 대상으로 하는 아동복지, 노인복지, 장애인복지, 부녀복지, 모자복지 등에는 관련된 '복지법'이 있지만, 청소년은 '청소년복지법'이란 독립된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청소년정책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된 건 부처 차원에서는 과거 참여정부 때 여성가족부로 회귀한 것이다. 지금까지 청소년정책의 안정적 추진체계가 부처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고려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방증이자, 오늘날 청소년정책이 갖는 불안정한 자리매김을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논리에 흔들리지 않는 청소년정책의 안정된 추진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나마 인천시는 참여예산정책토론회에서 제안한 청소년관련 프로그램을 채택하는 등 청소년정책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2011년도 인천시 청소년복지예산은 125억2천800만원으로(일반회계의 3.17%) 사회복지예산 1조695억3천500만원(일반회계 27.0%)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다. 하지만 전년도에 비해 시 자체예산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판단된다.

청소년복지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청소년복지는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버려지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모든 청소년 안녕에 관심을 가진다. 청소년복지 활동은 청소년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케 하고, 정신적·정서적·신체적으로 최상의 발달을 기하기 위해 청소년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또는 가정이나 사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공되는 모든 사회 제도적·전문적 활동을 말한다.

청소년복지를 모색할 때, 가장 근본적인 쟁점 중 하나는 연령차별이다. 전통사회는 청소년을 미성년자로 보고, 보호와 복지는 부모의 책임으로 간주하였다. 이러한 청소년관은 널리 생활화하여 청소년 입장을 배제시켜왔다. 그런데 청소년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식하자는 사회사조는 힘을 얻어서, 1989년에 유엔총회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하고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청소년 의견을 존중하고,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천명하였다.

청소년복지 대상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청소년복지 지원은 편부·편모 청소년, 약물, 폭력, 가출 등 문제가 됐을 때 지원하는 대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청소년복지 지원 대상은 청소년기본법(제3조 제4호 9세~24세)과 청소년복지지원법에서 정의를 내렸듯이 전체 청소년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예방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청소년문제 발생과 청소년복지 필요성을 가족과 사회 변동 자체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핵가족화와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 증가는 청소년문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기혼여성 취업은 어린 아동의 보육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정서적 성숙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그 익명성으로 인하여 전통사회가 간직한 지역공동체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아동과 청소년 생활공간을 상업화시켰다. 따라서 청소년복지는 가족정책, 산업정책, 지역복지정책 등 다른 사회정책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다루어진다.

이제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정책대상자에 대한 관점은 대상을 위한 정책내용을 결정하는 선결조건이자 전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청소년정책 부문에서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에 대한 합의를 널리 구하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과거 미완성 존재, 미성숙한 발달 조건을 갖는 청소년 존재의의에 대한 근대적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권리는 다양하게 있지만 대부분 청소년은 단순히 '학생'이라는 위치에 귀속되어 버린다. 하나의 시민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단순히 학생이라는 위치 하나로 모든 게 결정된다.

물론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운영위원회 등 최근 청소년 참여를 독려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변화가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 청소년 참여는 미진하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제반 청소년정책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정책자체에 대한 접근성마저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청소년정책이 대상 집단이자 이해자인 청소년들에게 널리 알려지도록 정책홍보 및 안내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정책과정에서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 청소년을 복지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회변동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에 청소년 권리가 강조되면서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의 의사결정에 청소년 참여와 관여가 증대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장려되고, 미래의 주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청소년복지정책은 정부주도로 추진되어 왔고, 정책 대상자인 청소년을 배제시키고 기성세대 시각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의욕에 비해 청소년 참여와 호응을 얻지 못하였고 그 효율성 또한 낮은 점이다. 다시 말해 새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책비전과 목표를 설정하여 이에 맞는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새로운 청소년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청소년복지 관련 정책은 아동에 관심이 있지 청소년에게는 적극적인 접근이 없다. 청소년 기본계획과 청소년기본법에서 청소년복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것들은 기존 요보호 청소년에 대한 대책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일반 청소년에 대한 복지정책이 미흡하므로 지역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복지는 그들 편으로 돌아가서 모든 문제를 생각해야 개선될 수 있다. 청소년복지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청소년이 건전하게 육성되도록 돕고, 그들 모두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복지법안은 늘어나겠지만, 청소년 관련 법안은 뒤로 밀릴 것이므로 인천시에서는 더 적극적인 청소년 정책을 수립하여 청소년도 인천의 시민임을 인정하고 그들의 욕구와 문제에 맞는 보편적 복지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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