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예단포 -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옛 포구
상태바
영종도 예단포 -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옛 포구
  • 허회숙 객원기자
  • 승인 2022.08.29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예단포 둘레길은 제주도 섭지코지의 '낭만'을 닮았다

필자는 계절이 바뀔 때면 고향을 찾는 기분으로 예단포항을 찾는다.

영종도 북동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항구인 예단포는 6.25동란이 발발했을 때 할머니와 다섯 살짜리 내가 피난을 간 곳이다.

몇몇 장면 외에는 그 시절에 대한 기억도 없다. 그래도 ‘예단포’라는 말만 들어도 뭉클 그리운 감정이 솟는다.

지금은 포구 옆 해안을 따라 멋진 둘레길이 만들어져 수많은 관광객을 유혹하는 곳이 되어 버린 예단포항.

승용차로 예단포 선착장을 검색하거나(인천 중구 예단포 1로 2-10 예단포선착장) 영종도에서 예단포행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예단포회센터 앞 주차장에 차를 댄다.

무료 주차장 앞에 커다란 등대 모양의 야외 화장실이 있다.

주말이면 많이 붐빈다고 한다. 그런 때는 가까이 있는 미단시티 중앙공원에 주차해도 좋다.

예단포항의 길지 않은 방파제 길은 호젓한 시골 포구의 냄새가 난다.

방파제 끝에 앉아 망둥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몇 분의 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큰 물통 밑바닥에 망둥이 몇 마리가 펄떡인다.

몇 시간 전에 나와 망둥이 몇 마리 잡아 올렸는데 다시 밀물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서두르지도 않고 지루해 하지도 않는 그 분들 옆, 물 빠진 갯벌에 조그마한 나룻배가 매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모로 누워 하염없이 바다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어쩐지 예단포항의 분위기와 닮아 보인다.

먼 갯골부터 점차 밀물이 들이차 오른다. 주섬주섬 도구를 챙기시는 낚시 아저씨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보내고 발길을 돌린다.

‘미단시티 둘레길’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나무로 만든 층계 길을 오르면 여기서부터 예단포 둘레길이 시작된다.

안쪽으로 해안을 방어하던 군부대가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었는데 지금은 멋진 산책로가 만들어져 일부가 개방되고 있다.

느닷없이 대나무 숲이 나타나고 채 5분이 못되어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아기자기한 숲길이 펼쳐진다. 별안간 속세를 떠나 동화 속 세계로 들어선 듯 하다.

오늘 따라 아침녘의 찬란한 햇살이 푸른 바다 물에 반짝반짝 빛나 눈이 부시다.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호젓한 둘레 길에는 철따라 갖가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있다.

길 가의 나무들이 적당히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상쾌한 기분이다.

누군가 예단포 둘레길이 제주도 섭지코지를 닮았다고 쓴 글을 읽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많이 다르지만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맛본 환상적인 느낌이 이곳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이 느껴지기에 그렇게 쓴 것이리라.

멋진 초가을 하늘 아래로 펼쳐진 바다 풍경이 제주도의 바닷가를 연상시킨다.

예쁜 꽃들이 다투어 피어있는 길 끝으로 아스라이 팔각정이 보인다.

바닷가 절벽 끝에 지어진 팔각정에 오르니 강화도, 모도, 시도, 신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이곳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나절 바다구경을 해도 좋은 장소다.

팔각정 바로 옆에 바다로 내려가는 다소 험한 길이 웃자란 잡초에 거의 파묻힌 채 드러난다. 줄을 잡고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해변으로 내려간다.

오랜 세월의 나이테인양 퇴적의 흔적이 완연히 남아있는 멋진 바위들이 널려 있다.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암벽 그늘에 앉아 아무 생각도 없이 바다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 힐링 장소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터라 잠시 후 다시 줄을 잡고 올라가 둘레길로 들어선다.

 

한바퀴 도는 길 어디에서고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길,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누구라도 힘들이지 않고 돌 수 있는 예단포 둘레길은 어느 계절에 찾아도 멋지다.

제주도 섭지코지의 멋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예단포 둘레길을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걸어 보리라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