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만신 김금화(金錦花) 선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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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만신 김금화(金錦花) 선생을 말하다
  • 김정욱
  • 승인 2011.08.12 1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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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 김정욱 / 주안영상미디어센터 프로그래머


만신이라 함은 신과 인간을 매개함으로써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무당을 말한다. 언제나 타인 말을 전하는 만신, 정작 그들의 삶 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우린 알지 못한다.

그간 몇 편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무속 문화'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귀신을 보고, 점을 치거나, 피를 뿌리며 굿을 벌이는 모습, 마치 그것이 무당의 전부인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무속을 소재로 한 극영화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지만, 그릇된 해석과 극단적 표현으로 우리 편견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있을 뿐이다.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내림굿을 위주로, 무당들의 운명만을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한국무속의 대표성을 부여하는 무리함을 보이곤 했다.

결국 우리는 기존 영화의 시각에서 벗어난 진정한 무당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고,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무당, 나라만신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 궁금증을 시작으로 찾게 된 만신 김금화 선생.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대를 받아왔던 자, 무당. 그런 만신으로 살아온 그녀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그이는 왜, 만신이었기에 울어야 했고, 만신이었기에 그토록 아파했던 것일까?

중요무형문화재 제82-나호 나라만신 김금화.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기능보유자인 그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 무당이자, 동양의 아름다운 예술가다. 그간 백두산 천지에서 대동굿, 독일 베를린에서 윤이상 진혼굿, 사도세자 진혼굿, 백남준 추모굿 등을 선보였으며, 가톨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로마,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열린 공연을 통해 굿에 대한 인식을 세계로 넓혀 나갔다. 실제로 김금화 선생을 통해 보이는 한국의 굿은 단순한 무속을 넘어 하나의 제의이자 잔치로 여겨지고 있었다. 우리 안에서는 아주 쉽게 천대와 무시를 하던 굿 문화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전통으로, 전 세계 유일의 독특한 예술로, 그렇게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김금화 선생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우리 전통을 이어가고자 서해안 풍어제 전수관인 '금화당'을 건립해 무속문화 전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프랑스 파리 중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아시아·아프리카 전통문화 뮤지엄 중 하나인 케브랑리(musee du quai Branly) 한국특별주간에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예술의 도시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신명 나는 굿판. 우리는 그 곳을 가득 채운 동서양 사람들과 함께 하나로 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진정한 굿의 문화가 프랑스 파리 중심에서 펼쳐지는 셈이었다. 인간문화재 김금화, 한국을 대표하는 예인(藝人) 김금화. 그이가 이야기하는 우리 전통이란 무엇인지 그이의 구성진 소리와 리듬, 다양한 색과 춤사위로 그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아 내고 싶었다.

이제는 나라의 큰 만신으로 자리한 김금화 선생, 수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며 국제적인 아티스트로 인정을 받는 한국의 중요한 예인이다. 하지만 그이 또한 남 모를 슬픔과 설움을 가슴에 안은 채 평생을 살아왔다. 여성으로, 또 만신으로 한국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그이의 아픔은 이미 짐작할 수 있을 법한 것 이상의 천리길이였다.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큰 만신이 되었지만, 새마을 운동과 미신타파 목소리가 커지면서 만신의 자리는 내려놓아야만 했다. 동네 어귀, 집안 마당에서 열리던 굿은 점차 도시 외곽으로, 산속 굿당으로 밀려났고, 마을 축제처럼 열리던 대동굿은 논란의 장으로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1967년, 우연한 기회에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하면서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이 알려졌고, 1982년 미국에서 열린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나라만신 김금화 선생. 우리는 그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김금화라는 사람에 주목하였다. 다른 누군가가 설명하는 만신 김금화가 아닌, 선생 스스로 이야기하는 인간 김금화, 신의 제자라는 이름 아래 늘 숨죽여야 했던 김금화라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1년간 우리가 만난 김금화 선생은 국태민안을 돌보는 나라만신이자, 전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전통 예술가였고, 교황청이 존경하는 동양의 종교인이자, 세상 그 누구보다 순수한 여인이었다. 그런 그이의 다양하고 진정한 모습을 통해 만신이란 무엇인지, 우리 무속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신과 인간의 소통을 위한 매개자,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가, 귀하고 고운 비단꽃, 나라만신 김금화(金錦花).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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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2011-08-11 10:15:58
시리즈로 가실겁니까? 아니면 다큐영화를 만드신겁니까? 김금화선생님의 삶과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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