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의 활동 자체를 위한 문화사업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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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활동 자체를 위한 문화사업도 중요하다"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9.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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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2) 청년예술인이 체감하는 '지원사업'

인천in은 6월부터 11월까지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라운드테이블을 3회에 걸쳐 진행한다. 연극, 문학, 미술,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천 문화·예술계 청년 8인이 그들의 시각에서 인천문화의 발전과 청년의 역할에 대해 제언하며 인천문화의 가치, 정체성, 발전방향 등에 대해 토론한다. 라운드테이블은 7월·9월·11월에 3차례에 걸쳐 운영하며 참여자들은 인천in에 인터뷰, 칼럼, 기획기사 등을 게재할 예정이다. 

인천in과 인천 문화청년 8인이 함께하는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 문화’ 2차 라운드테이블이 22일 오전 10시 미추홀구 주안동 문화콘텐츠산업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는 공지선 작가,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 양은경 작가, 진기환 문학평론가, 김푸르나 작가,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2차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청년예술인들이 활동을 펼치며 체감한 인천 문화예술의 현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에 관한 토론이 진행됐다. 대부분의 청년 문화예술 공공지원사업은 만 19세부터 만 39세까지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나이에 따른 지원 정책은 결국 예술인으로 진입하는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대한 대안으로 창작주기 위주로 나아가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푸르나 작가는 “시각예술의 경우 대부분의 지원사업이 청년, 중장년으로 구분되는데 그 사이 이어지지 않은 연령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민이 생긴다."라며 “지원사업이 아니어도 작업은 이어갈 수 있지만, 배제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원사업을 나이로 구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며, 데뷔 때를 기준으로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은경 작가는 “인천형 예술인 지원사업은 신진(3년이하), 유망(4년~10년), 중진(10년 이상), 원로(만70세 이상) 등 창작활동 기간으로 구분한 것이 옳았다”고 전했다. 생애주기와 함께 창작주기로 지원하는 사업 등이 다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지선 작가는 “지원 체제를 나이로 나누다 보니 세대 간 갈등이 생긴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최근 후배예술인과 선배예술인을 매칭해주는 기획으로 ‘화르-륵 발화점에 다다르기’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다른 일을 하시다가 늦은 나이에 후배(예비)예술인으로 참여하신 분들도 많이 계셨다. 이같이 창작주기로 구분하는 지원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공지선 작가는 10월경에 문화행사가 지나치게 몰려 폭발적으로 후다닥 진행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화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면, 매 계절마다, 언제든 문화행사를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차 라운드테이블에 이어 문화예술 '허브'에 대한 지적도 다시 등장했다. 인천은 도시 규모에 비해 예술인들이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재’한다. 이로인해 근거리에 위치한 서울로 예술인들이 유출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민들조차 인천에서 문화 커뮤니티 활동을 포기하고 있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인천에는 어떤 모임이 있는지 검색해보면 글 쓰는 모임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인천시민들은 서울 홍대, 합정 등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서 모임을 갖게된다”며 “인천이 문학적으로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젊은층이 교류하거나 작품으로 다루는 등 공간적이나 정서적으로 자극제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연구를 하려면 서적을 찾아봐야하는데 인천은 전문서적을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나마 인천대에서 빌려본 적이 있을 뿐인데, 서울은 아르코만 가도 서적과 포트폴리오를 쉽게 볼 수 있다. 인천에 도서관은 많아도 문화예술에 특화된 곳이 없다. 현대미술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의견도 주고받았다. 아직까지 인천은 타 지역 예술인들을 유입하는 프로그램과 창작공간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예술인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면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배경으로 인천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공지선 작가는 “최근 소설가들과 집필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천에 집필실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모이게 되고 글을 쓰는 지역으로 소설의 배경이 바뀐다고 한다. 인천시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문학적으로 매력적인 지역이 될 거 같다”고 첨언했다. 이어 레지던시라는 공간은 선택받기에 문턱이 높으니 보다 자유롭게 집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양은경 작가는 “영화의 경우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오픈 집필실'이 있다. 자격 조건 이외의 심사가 없는 추첨 방식으로 2개월 간 사용할 수 있다. 접근이 어렵고 기간이 긴 레지던시와 다르게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이에 인천은 문화행사나 축제는 너무 많은데 이를 진짜 문화도시에 걸맞게 창작센터 사업으로 돌릴 수는 없는지 묻기도 했다.

진기환 문학평론가는 “서울에서 프라자호텔을 빌려 소설가들을 입주시킨 뒤 이곳에서의 경험담을 가지고 소설집을 내는 프로그램이 진행됐었다. 인천도 호텔이 늘 만원일리는 없으니 비수기에 이런 사업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는 “서울 프린스호텔(명동)에서 운영한 행사를 가봤다. 작가들이 입주해 글을 쓰고 연말에 낭독회가 열렸다”며 “작가들이 한 지역, 장소에 머물면서 어떤 걸 발견하게 됐는지, 작가의 고유한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니 훨씬 재밌었다. 좀 더 섬세하게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베리어 프리’도 토론 주제로 등장했다. 베리어 프리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예술인들은 홍보물에 점자를 추가하거나 공연에서 수어와 문자, 자막, 음성 해설을 선보이는 등 장애인들이 문화예술을 편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위해 다양한 방안을 선보이고 있다.

권근영 15분연극제 대표는 “요즘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는 베리어 프리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15분 연극제는 올해 처음으로 모든 작품, 배역마다 수어 통역사를 배치했다”며 “이번 공연에는 농인 관객도 방문했다. 지역사회 안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을 관객들도 있을 텐데 어떻게 이들을 맞을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신미래 인천문화재단 주임은 “얼마 전 재단에서 공고한 사업 중 사회참여형 예술지원사업이 있다"라고 말하고 "환경, 기후 위기 등과 관련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결과 발표뿐만 아니라 과정과 시도에 대해 지원하여 차별성을 두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부터 예술표현활동지원에서 베리어프리 환경 마련을 위한 예산 편성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첨언했다.

인천에서 진행되는 작가 공모에 대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박이슬 임시공간 큐레이터는 "작가 공모에 많은 지원금을 투입했음에도 서울의 작가 공모에 비해 지원율이 낮았다"며 “임시공간은 작가 공모에 선정되면 창작지원금, 리서치비용, 매칭 큐레이팅을 지원해준다. 지난해 예술인 50명이 신청했는데, 반면 서울은 전시공간만 대관해줘도 2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다. 저희도 이러한 상황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청년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는 ‘시작공간일부’(동인천)의 지원사업이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예술인과 청년의 시선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성 함몰돼 청년예술인들 대상으로 주입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지역기반으로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예술인 그 자체를 위한 사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푸르나 작가는 “예술인들은 소비가 아니라 창작하는 사람들인데 문화예술 소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지선 작가는 “예술인들에게는 자유롭게 자기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 지원사업에 따라 예술인들이 지역성에 함몰되어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화수분제작소 대표는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울을 제외하면 인천의 문화예술 관련 제도나 정책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한편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서울 중심의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독립된 인천만의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가 더욱 더 잘 자리잡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자들은 또한 예술인에 대한 인천문화재단의 홍보기능이 타 지역보다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홍보의 중요성과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재단은 현재  홍보 전담 부서가 부재한 상황이며 SNS(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 보도자료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1명임을 지적했다. 

‘청년이 설계하는 인천문화’ 3차 라운드테이블은 11월 24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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