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와 미나리, 해산물과 어우러져 '다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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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와 미나리, 해산물과 어우러져 '다른 맛'
  • 유영필
  • 승인 2023.06.2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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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 탐방]
(3) 남동구 논현동 '팔도한옥집'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팔도한옥집. 약국 단골손님이 소개해준 집이다. 하도 자랑을 하시길래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긴 했으나 사실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양이 푸짐하다는 것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말씀이 없어서 그저 ‘양으로 승부하는 곳인가 보다’ 했었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장소를 그곳으로 정했다.

남동구청을 지나 소래포구쪽으로 가고 있노라면 마치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잠시 후 식당에 도착했다. 대문을 넘어 들어선 가게 안은 마치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면 ‘예이~, 나으리. 오셨어요.’ 하며 반겨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마침 예약해놓은 음식이 막 나왔다고 했다. 해물탕, 해물찜 두 가지를 시켰는데 역시 그 양이 대단했다. 그런데 여느 곳과는 다른 상황에 약간 당황했다. 여기는 직원분들이 해산물을 다듬어 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다듬어 먹어야 했다.

해물찜을 먼저 먹었는데 오징어, 낙지, 가리비, 전복, 꽃게, 대합, 소라 등 많은 종류의 해산물이 콩나물과 같이 어우러져 있었다. 양념을 머금은 콩나물과 해산물을 한 입에 넣었더니 콩나물의 아작거림과 해산물의 보드라움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한겨울에 풀 먹인 이불을 덮어 주셨던 기억이 나게 했다. 이불의 바스락거림과 포근함이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구들과 흉허물을 털어 놓는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해물찜을 거의 다 먹었고 해물탕을 먹을 차례가 되었다. 재료는 찜과 별반 차이는 없었지만 육수와 미나리가 해산물과 어우러진 탕의 국물맛에서 무언가 다른 게 느껴졌다.

육수의 지휘 아래 온갖 해산물들이 자기들의 본연의 맛을 조화를 이루며 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입안에서 바다맛의 향연을 펼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어떻게 이렇게 푸짐히 줄 수 있는 거냐고 여쭤봤더니 ‘요즘 해산물 값이 싸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값이 싸서 많이 준다는 것은 결코 진심이 아닐 것이다. 분명 마음씨가 넉넉하신 분일거란 확신이 들었다.

 

 

탕과 찜!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탕이 더 좋다. 이는 맛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탕은 아까도 언급했듯이 육수의 지휘 아래 많은 해산물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바다 맛의 세계로 안내했다면 찜은 마치 양념 머금은 콩나물 뒤에 숨어 서로 눈치를 보며 내가 더 맛있다고 자랑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모습이 느껴졌다.

“인생은 조화롭게 살아야 아름답다.”라는 내 개인의 절대명제에 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탕에게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집은 주인의 넉넉함과 특유의 육수, 당일 들여온 재료만 고집하는 신선함이 어우러져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던 맛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같이 간 친구들도 본인이 직접 다듬어야했던 수고스러움은 아쉬웠지만 그 맛은 정말 훌륭했다고 했다. 소래포구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재료가 더 신선해보였다.

 

 

주소 : 인천 남동구 은봉로419번길 11 /  전화 : 032-439-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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