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남동구 논현동 '팔도한옥집'
팔도한옥집. 약국 단골손님이 소개해준 집이다. 하도 자랑을 하시길래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긴 했으나 사실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양이 푸짐하다는 것 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말씀이 없어서 그저 ‘양으로 승부하는 곳인가 보다’ 했었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어 장소를 그곳으로 정했다.
남동구청을 지나 소래포구쪽으로 가고 있노라면 마치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잠시 후 식당에 도착했다. 대문을 넘어 들어선 가게 안은 마치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면 ‘예이~, 나으리. 오셨어요.’ 하며 반겨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마침 예약해놓은 음식이 막 나왔다고 했다. 해물탕, 해물찜 두 가지를 시켰는데 역시 그 양이 대단했다. 그런데 여느 곳과는 다른 상황에 약간 당황했다. 여기는 직원분들이 해산물을 다듬어 주지 않고 본인이 직접 다듬어 먹어야 했다.
해물찜을 먼저 먹었는데 오징어, 낙지, 가리비, 전복, 꽃게, 대합, 소라 등 많은 종류의 해산물이 콩나물과 같이 어우러져 있었다. 양념을 머금은 콩나물과 해산물을 한 입에 넣었더니 콩나물의 아작거림과 해산물의 보드라움이 느껴졌다. 그 느낌은 내가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한겨울에 풀 먹인 이불을 덮어 주셨던 기억이 나게 했다. 이불의 바스락거림과 포근함이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구들과 흉허물을 털어 놓는 대화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해물찜을 거의 다 먹었고 해물탕을 먹을 차례가 되었다. 재료는 찜과 별반 차이는 없었지만 육수와 미나리가 해산물과 어우러진 탕의 국물맛에서 무언가 다른 게 느껴졌다.
육수의 지휘 아래 온갖 해산물들이 자기들의 본연의 맛을 조화를 이루며 내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입안에서 바다맛의 향연을 펼치는 오케스트라의 모습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어떻게 이렇게 푸짐히 줄 수 있는 거냐고 여쭤봤더니 ‘요즘 해산물 값이 싸서 그래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값이 싸서 많이 준다는 것은 결코 진심이 아닐 것이다. 분명 마음씨가 넉넉하신 분일거란 확신이 들었다.
탕과 찜!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탕이 더 좋다. 이는 맛의 차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탕은 아까도 언급했듯이 육수의 지휘 아래 많은 해산물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바다 맛의 세계로 안내했다면 찜은 마치 양념 머금은 콩나물 뒤에 숨어 서로 눈치를 보며 내가 더 맛있다고 자랑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모습이 느껴졌다.
“인생은 조화롭게 살아야 아름답다.”라는 내 개인의 절대명제에 탕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탕에게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집은 주인의 넉넉함과 특유의 육수, 당일 들여온 재료만 고집하는 신선함이 어우러져 다른 곳에선 느낄 수 없던 맛을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같이 간 친구들도 본인이 직접 다듬어야했던 수고스러움은 아쉬웠지만 그 맛은 정말 훌륭했다고 했다. 소래포구와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재료가 더 신선해보였다.
- 주소 : 인천 남동구 은봉로419번길 11 / 전화 : 032-439-3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