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이제 우리 헤어지자! : 사랑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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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이제 우리 헤어지자! : 사랑의 민낯
  • 최원영
  • 승인 2023.07.17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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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13화

 

힘들 때마다 ‘사는 게 뭔지~’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그 옛날 할머니도 그랬고, 제가 어렸을 때의 어머니도 그랬고, 또 저도 그 말을 하며 삽니다. 그리고 제 자식들도 나이가 들면 그 말을 불쑥불쑥 뱉으며 살겠지요.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는 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너무도 힘겹고 너무도 버거울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 ‘사는 게 뭔지~’일 겁니다. 어쩌면 이게 삶입니다. 누구나 겪는 삶 말입니다.

부도가 난 어느 가장이 되어봅니다. 부도를 막으려고 집은 벌써 날아갔고 부모님 아파트까지 날아갈 판입니다. 내 사업이 잘 될 때 한껏 나를 치켜세우며 내 주위를 맴돌던 친구들을 찾아가 돈을 빌리려고 했지만 모두 손사래만 칩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나만 바라보고 있는 집에 차마 들어갈 수가 없어 마냥 길을 걷습니다. 나를 향해 손가락질할 수많은 사람이 떠오릅니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마저 처량하게 들립니다. 나만 홀로 두고 그 많던 친구들 모두가 떠나갔듯이 말입니다.

이번에는 취업이 되지 않은 채 대학 졸업반이 된 어느 청년을 떠올려봅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그녀를 만나 지금까지 무려 6년째 사귄 그녀였지만 지금은 나를 떠나려고 합니다.

“오빠, 이제 우리 헤어지자.”

당황한 내가 그 이유를 묻자, 그녀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차라리 죽고만 싶습니다. 그렇다고 이 아픔을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도 없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마치 감옥에 들어간 것처럼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해?’라는 죽음을 부르는 목소리가 자꾸만 들립니다. 이때 저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기차마저도 나를 버리듯 달아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다 보면 전인권 씨의 ‘사랑한 후에’의 절절한 가사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비로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사에 담긴 은유가 가슴에 와 닿아 우리를 울립니다.

 

긴 하루 지나고 언덕 저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 가면

놀던 아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집으로 하나둘씩 돌아가는데

나는 왜 여기 서 있나

저 석양은 나를 깨우고 밤이 내 앞에 다시 다가오는데 (……)

 

사랑은 이렇게 아픔, 슬픔, 절망감 같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물론 이런 어둠과는 정반대의 기쁨, 환희, 희망과도 같은 밝은 빛도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밝음과 어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사랑의 민낯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사랑이 전제되어야 하고, 올바른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밝은 면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까지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어둠이 싫다고 없애버리면 밝음 또한 사라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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