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생활문화, 구호와 숫자로 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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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생활문화, 구호와 숫자로 성장하지 않는다.
  • 김정화
  • 승인 2023.07.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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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김정화 / 문학평론가

 

 

인천시는 지난 7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2023년 상반기 시정 혁신과제 추진상황 보고회’를 열어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시정혁신단이 올해 새롭게 발굴한 신규 혁신과제를 시장에게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이 자리에서 문화예술 관련 예산 3%(약 3천억 원) 확보 공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현 시장 취임 즈음 2022년 기준 인천시 문화예술 일반회계 예산은 1560억여 원으로 시 일반회계 총예산 9조3263억여 원에 1.67%에 그쳐 6개 광역시 중 최하위였다. 특히 문화예술 예산 중 문화시설 관련 예산이 전체 문화예술 예산의 56.2%를 차지하고 있었다. (인천일보, 2022. 6. 29.)

문화예산 중 문화시설 관련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불균형을 의미하며 인천다운 콘텐츠 지원 및 개발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이를테면 부산은 영화·영상·만화·게임 등의 분야를 중점 육성하여 시민이 기억하고 공감하는 나름의 지역문화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큰 틀에서 문화정책 방향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현 시장은 민선 6기 시장 시절부터 우리나라 도시 규모, 인구수를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순서로 나열한 ‘서인부대 (-仁釜大) 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지금도 그러하다. 용어가 작위적이다. 세계 인구수 최상위 도시들인 상하이, 댈리, 뭄바이, 베이징을 시민이 행복한 도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라 인정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 도시의 경쟁력은 인구수 지표가 말해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료, 교육, 안정성, 인프라 및 환경, 출산·보육, 일자리,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의 지표가 중요할 것이다.

문화는 숫자와 구호롤 먹고 성장하지 않는다. 현 시장은 민선 6기 시절 2016년, 2015 인천 책의 수도 사업의 성공적 마무리를 자축하며 시민들의 독서문화진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서관 독서동아리 500 육성사업’을 추진하여 2020년까지 독서동아리 500개 육성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100개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이 추진된 바 있었는데 그 진행 과정과 운영 성과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사진은 칼럼 내용과 무관함

 

또한 인천시는 2018년 초,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50억 원을 투입해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과 ‘천개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 등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사업을 통해 민간의 작은 문화공간이나 공공의 유휴공간을 시민 중심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꾸미고, 천개의 생활문화동아리를 지원·육성해 시민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행정기관이 대규모 예산을 들여 직접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갤러리·북카페·음악클럽·서점 등을 문화공간으로 꾸며 일반 시민과 공유하는 방식의 문화 인프라 확충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인천문화주권 2단계 대표 사업으로 시민이 문화예술 활동의 수요자에서 공급자로, 향유자에서 공급자로 변화해 나가는 문화 트렌드에 맞춰 마련됐다. 인천시는 2018년 사업 첫 해에 150개 동아리를 선정 지원하였다. 다행히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민선 7기 시장 재임 때도 명맥을 이어갔다. 이러한 시민밀착형 문화 지원사업은 사업성과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2021년 인천연구원 기획과제로 ‘인천시 소규모 민간문화공간 지원 체계화 방안 연구’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 인천시와 기초지자체, 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는 시민밀착형 소규모 문화지원 사업에 대한 운영성과 및 향후 방향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천개의 문화오아시스(인천시), 동네방네 아지트(인천문화재단), 100개의 문화충전소(서구), 창작공간 프로젝트 및 생활문화학교(부평구문화재단), 우리동네 문화등대(연수구) 등에 대한 점검이었다. 지역별 분포 및 지역 인구 규모 대비 분포를 살펴보면, 인구수가 많은 지역에 문화공간 수가 적고, 주로 원도심에 공간이 밀집하는 경향을 보여 공간의 지역 간, 지역 내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으며 향후 지역 간·지역 내 문화공간 불균형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 공간 발굴과 더불어 공간 유형별로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언으로 공간 운영비 자율 편성과 운영 프로그램 다양화 그리고 공간 운영자 역량 강화 등이 있었다. (기호일보, 2021. 12. 21.)

특히 정산 및 보고체계 간소화 문제는 실제 지원사업 수혜를 받은 공간 운영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어떤 운영자는 사업 정산보고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더는 신청하고 싶지 않다고 토로한다. 또 다른 공간 운영자는 다년간 계속 지원사업이 되지 못하여 인천시와 문화재단에 번갈아가며 신청하고 있단다. 소규모 생활문화 공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사업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6월 이코노미스트 지 자매 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발표한 2023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작년에 이어 다시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EIU는 의료, 교육문화, 안정성, 인프라 및 환경을 포함한 여러 중요한 요소에 대해 전 세계 173개 도시를 평가한 결과, 비엔나가 글로벌 생활 적합성 지수,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 뛰어난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질 높은 교육 및 건강 서비스 항목 등에 찬사를 받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이 2위에 올랐다. 대체로 보편적 평가에서 유럽의 선진 문화도시들은 인구수 백만 명을 넘는 도시가 없다.

인천시는 '서인부대' 구호에 가려진 인천문화의 그늘을 살펴야 한다. 인구300만 도시 규모는 양적으로 성장하는데 반해 시민의 삶의 질은 나아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대표적인 시민밀착형 문화지원사업인 독서동아리 500개 육성,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발굴 및 조성이라는 사업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정기적인 점검과 촘촘한 정책입안과 실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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