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벤댕이 코스', 후포항에서 진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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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맞은 '벤댕이 코스', 후포항에서 진가를
  • 유영필
  • 승인 2023.07.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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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4) 강화 후포항 '연백호' 밴댕이코스
인천 남동구 만수동에서 「성수약국」을 운영하는 유영필 약사의 맛집 탐방을 매월 연재합니다. 맛집 홍보가 아닌, 필자가 실제 오감으로 맛보고 현장에서 겪은 인상 깊었던 맛집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써나갑니다.

 

잔뜩 흐린 토요일 모처럼 친구들과 강화도로 향했다. 한두번간 강화도가 아닌데도 갈때마다 마음이 설레는게 아마도 나는 여행이 체질인가 보다 생각이 든다. 3월에 갔을 때는 가로수가 앙상한 가지만 보였는데 석달이 지난 지금은 신록을 지나 벌써 짙푸르름이 내 눈을 시원하게해주었다. 집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 정도 지나 드디어 후포항에 도착했다. 넓은 갯벌이 나를 반겨주었다.

 

 

연백호 아주머니의 반가운 인사를 받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겨울에는 삼식이를 먹으러 방문했던 곳이었다. 이 시기(6월)의 강화도는 밴댕이철이었다. 줄 지어진 가게들마다 밴댕이를 팔고 있었다. 우리는 밴댕이코스를 시켰다. 밑반찬으로 멍게, 새우, 가리비, 미나리무침 등이 나왔다.

 

 

밑반찬을 안주 삼아 친구에게 술잔 권하기를 두어번했을때 드디어 밴댕이코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밴댕이무침이 나왔다. 미나리에 초고추장 양념으로 무처낸 듯했는데 그 맛은 밴댕이의 부드러움에 새콤함이 어우러저 새콤달달한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데 사실은 초장이 너무 맛있어서 그런지 밴댕이 맛이 초장에 묻힌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날때 쯤 밴댕이회가 나왔다.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초장에 묻혀 입에 쏙 넣은 순간 우와~~! 우럭 광어와는 완전히 다른 바다의 얕은 맛과 부드러움이 나의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마치 숯불에 구운 횡성한우를 입에 넣었을 때 2/3는 그대로 녹아 없어졌던 느낌이 생각났다.

정말로 밴댕이가 이런 맛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번에는 밑반찬으로 나온 미나리무침과 간장소스를 살짝 뭍힌 회와 같이 입에 넣으니 밴댕이무침과는 다른 새콤달달함에 신선함이 더해져서 내 눈을 드넓은 바다로 향하게 해주었다. 밴댕이 코스 중에서 가히 으뜸이라 할 수있었다.

회와 무침으로 소주 1병이 비워질 때 쯤 구이가 나왔다. 접시에 놓여있는 구이를 보니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다. 그 몰골이 삐쩍 마른게 저거 먹다 딱딱해서 내 치아를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일단 대가리를 떼어내고 간장 소스에 찍어 한입 베어 물었더니,오잉? 딱딱하기는커녕 가시마저도 몇 번의 입놀림에 입안에서의 까실거림이 사라젔다.

회만큼의 부드러움은 아니었지만 밴댕이 특유의 향과 어우러저서 그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필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금은 술을 못하지만 과거 술 마시던 때로 돌아가 생각해보면 아마도 회와는 다른 느낌 즉 소주가 구이에서 나오는 기름기를 녹여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고 구이의 향과 맛을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마치 계면활성제같은 역할을 할 것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잠시후 코스 마지막 요리인 밴댕이 완자탕이 나왔다. 이 완자탕은 사실 나에게는 추억의 음식이었다. 70년대 즉 내가 초등학교 시절 지금은 돌아가신 나의 외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이었다. 그 시절의 맛은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그 완자의 느낌은 나를 잠시나마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게했다.

숟가락으로 완자를 떠서 국물과 함께 입에 쏙넣으니 비린내는하나도 없이 오히려 여느 생선매운탕과는 다른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음식은 아마도 어렵게 살던 시절 적은 양으로 많은 식구를 배불리 먹을 방법을 생각하다 생긴 음식일 듯한데 지금은 별미로 먹게 되었다는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수많은 유적지가 있는 강화도! 볼거리 먹거리가 넘쳐나는 섬 강화도에서 하루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이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는 아마도 또 가고 싶어서일거란 생각에 입가엔 미소가 지어졌다. 참고로 가격은 3인 75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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