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도를 개간한 조중봉과 김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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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를 개간한 조중봉과 김 총각
  • 김정아
  • 승인 2023.08.1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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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인천설화]
(19) 육지가 된 섬, 율도

 

바다를 삼킨 육지 01_25.5x36.0cm_종이 위 채색_2023
바다를 삼킨 육지 01_25.5x36.0cm_종이 위 채색_2023

 

인천 서구 원창동 율도는 옛날에는 한낱 작은 섬이었다. 이 율도를 개간하게 만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예전 부평에 조중봉이라는 사람이 와서 살고 있었다.

그는 원래부터 부평에 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본래 김포 태생으로 김포 통진부사(通津府使)로 재직하다가 조그마한 잘못이 있어 부평으로 유배를 왔던 사람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일로, 한 벼슬을 했던 조중봉은 가끔 서울을 다녀왔었는데 그날도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돌아오면서 떠꺼머리 총각 한 사람을 함께 대동하고 내려왔다. 그 총각의 이름은 확실치 않으나 김씨라 하여 김 총각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조중봉은 그 김총각을 자기 집에 머무르게 하고는 친자식처럼 극진히 보살피면서 그에게 글도 가르치고 여러 가지 일을 가르치며 바둑과 장기도 가르치여 함께 두기도 하면서 지냈다. 그렇게 여러 해를 함께 살다가 어느 날 조중봉은 이 김 총각을 장가보내기로 결심하고 그 마을에 사는 어느 집 딸과 중매를 하여 결혼을 시키게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중봉은 김 총각(장가를 갔으나 편의상 김총각으로 부른다)의 장인을 자기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그의 장인에게 제안을 하였다.

“오늘 이렇게 자네를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네 사위 문제로 불렀네.”

“아니 우리 사위가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습니까?”

“자네 사위는 내가 중매한 사람인데 잘못을 저지를 일 있겠나, 그것이 아니라 내가 오랫동안 데리고 있어 보니 장사에 있어 재질이 있는 것 같아 보이니 자네와 내가 힘을 합해 장사 밑천을 대주어 장사를 시키면 어떨까 해서 자네를 불렀네”

걱정을 하면서 왔으나 그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위가 그냥 지내는 것보다는 무슨 일을 하게 하려 하니 반갑고 또 조중봉이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관찰을 하였으니 틀림이 없을 것이라 생각되어 흔쾌히 그러리라 약속을 하고 김 총각에게 장사 밑천을 대 주었다.

그 후 김 총각은 장사를 하러 떠난다며 짐을 꾸리고 떠나서 며칠이 지나고 나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김 총각이 장사를 하여 돈을 벌어온 것 같지 않은 낌새를 느끼자 조중봉이 나서서 김 총각을 대신하여 말하기를 "어디 첫술에 배부른 사람이 있나 이왕 시작한 것이니 삼세번이라 생각하고 더 밑천을 대어 줍시다” 하자 장인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장사 밑천을 또 대어주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세 번에 걸쳐 장사 밑천을 대어주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은 김총각은 장사를 한 것이 아니라 조중봉이 시켜서 그 돈으로 율도에 가서 집 두 채를 짓고 산자락을 깎어 바다를 매립하여 논과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등 황무지를 개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집을 지을 때는 방안 쪽 벽을 흙으로 바르지를 않고 찹쌀로 떡을 찧어 그 떡으로 벽을 발랐다고 한다. 이렇게 떡으로 내벽을 바른 것은 비상시에 벽을 뜯어서 떼어먹을 수 있는 비상식량을 준비하기 위한, 철저한 계산에서였다고 한다. 김 총각의 이러한 행동은 조중봉의 뜻을 김 총각이 수행하면서 둘만의 비밀로 하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전연 눈치를 채지 못하였다.

그 뒤에 얼마 안가서 아니나 다를까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이때 조중봉은 자기 가족과 김총각 처가 식구들을 모두 율도로 피난시켜 준비된 두 집에 각기 살게 하고 본인은 의병 대장으로 전투에 참가하였다. 왜군을 격퇴하기 위해 의병대장으로 참가한 조중봉은 옥천(沃川)에서 왜병을 무찌르고 금산(錦山) 싸움에서 전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조중봉은 사전에 왜군들이 쳐들어올 것을 예견하고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였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태종실록 1401년 자료를 보면 조선 태종 때 율도에 커다란 바위가 저절로 옮겨졌다는 이야기가 짧게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

 

바다를 삼킨 육지 02_25.5x36.0cm_종이 위 채색_2023
바다를 삼킨 육지 02_25.5x36.0cm_종이 위 채색_2023

 

현재 율도는 매립으로 사라졌다. 서구에는 율도 외에 많은 섬이 있었으나 단계적으로 매립이 되며 육지가 되었다.

 

바다를 삼킨 육지 03_36.0x25.5cm_종이 위 채색_2023
바다를 삼킨 육지 03_36.0x25.5cm_종이 위 채색_2023

 

참고) 인천문화원.인천의 설화. 200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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