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변화 없는 인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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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변화 없는 인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개선 시급
  • 조미경
  • 승인 2023.09.0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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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미경 / 인천재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 성인발달장애인들의 숲체험
인천 성인발달장애인들의 숲체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에 대한 대규모 시설보호에 대한 비판과 사회통합, 지역사회중심 서비스가 강조되는 탈시설 흐름 안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유용한 주거정책으로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거주 유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1년을 시작으로 2000년대에 급증하였고, 2022년 말 기준 총 741개소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인천에는 현재 개인 운영시설 4개를 포함하여 총 4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 대한 보건복지부 시설평가가 진행된 해다. 필자는 학계전문가로서 인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현장평가에 참여하였다. 시설평가에 참여하면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살던 지역에서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같이 지원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주거서비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25년 전 그대로 멈춰 있는 인력지원 체계 등은 시급히 개선될 필요가 있어 관련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유형 다양화 및 확대 설치

이번 시설평가를 통해 다시 확인하였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장애인공동생활가정만큼 검증되고 안정적인 주거서비스 지원체계는 없다. 그러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의 인력배치와 운영 기준 등은 모두 동일하다. 때문에 연령이나 장애정도, 건강문제 등 이용자 개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구조이다.

정부는 2021년 8월에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통해 2025년부터 2041년까지 단계적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이 로드맵에서 정부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장애인의 사회적 자립·독립생활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대안적 주거형태’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후 이용 장애인의 특성에 따라 공동생활가정 유형을 다양화하여 인력배치와 운영 기준 등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인천시는 이 로드맵에 따라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유형 다양화를 조속히 추진하고 그에 맞는 인력배치와 운영 기준 등을 마련해야한다. 나아가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확대 설치함으로써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주거와 돌봄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력배치 기준 및 근무여건 개선

올해 인천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시설평가에 참여하면서 인천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종사자들의 근무여건 개선 역시 매우 시급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2년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기존 지역사회재활시설에서 장애인거주시설로 유형이 분류되었다. 이후 기존 장애인거주시설은 2교대근무에서 3교대 근무로 개선되었고, 단기보호시설은 4인 인력에서 6인으로 개선되었다.

그러나 인천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보조금 지원이 이루어진 1997년부터 현재까지 인력지원 기준에 변화가 없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력지원기준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회복지시설 중 장애인공동생활가정 뿐이다. 이용자들의 일상생활, 활동참여, 건강관리, 영양관리, 안전관리, 환경관리, 서비스기록, 행정, 회계 등 1개 시설에 요구되는 모든 업무를 종사자 1인이 수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종사자의 소진과 이직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현행 인력지원 기준(1인)으로는 이용자에 대한 질적인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종사자의 근로기준법 준수조차 절대 불가능하다. 정부(보건복지부)도 관련 문제 인식으로 2021년부터 장애인공동생활가정 1개소당 3인의 인력배치기준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경우는 이러한 권고 기준에 맞는 인력충원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장기근속 종사자 당연승급 기준, 시간외근무 수당 등에서도 다른 복지시설과 비교해 형평성이 결여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종사자가 1인으로 동일한 ‘사회재활교사’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해당 직종 10년을 기준으로 ‘선임 생활지도원’과 ‘과장 및 생활복지사’로 이원화하고 있다.

심지어 시설장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설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 회계, 행정, 서비스 지원에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음에도 사회재활교사의 급여로 지급되는 것은 기관 운영의 보편성 측면에서나 실천 현장의 전문성 제고에 비추어 볼 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천과 바로 인접하여 출퇴근권이라 할 수 있는 서울과 경기도의 장애인공동생활가정만해도 2인 이상의 인력을 지원하고 있고 추가지원 되는 수당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로써 인천의 종사자들이 서울이나 경기권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최근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이용자의 고령화, 중증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1인 인력지원으로는 변화하는 이용자와 보호자의 다양한 욕구와 생활환경에 적절한 개별서비스 지원이 어렵고 종사자의 근로기준법 준수 및 이용자가 안전상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립’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제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시설평가에 참여하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자립’에 대한 인식개선가과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다수 종사자와 행정기관들이 ‘자립’에 대한 개념이해에서부터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자립을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이라고만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자립의 개념으로 해석하면 혼자 살기 어려운 장애인은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는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을 ‘지역사회 내 일반주택을 이용하여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도록 가정생활, 사회활동 등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거주시설로 명시하고 있다. 또 관련 기본방침 중 하나로 ‘이용 장애인들의 사회통합과 사회적 자립을 목표로 이용자 개개인의 존엄이 유지됨과 동시에 독립적 생활이 최대한 보장되는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등 ‘자립’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자립’을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이라고 단편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자립’은 당사자가 일상생활에 있어 자기선택에 의해 자신의 생활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의 권리를 주체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통합된 삶을 살아가는 것까지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이용자의 자립적인 생활을 지원해야하는 것이다.

자립적인 생활이란, 자신의 삶에 관하여 선택과 통제를 수행하고 삶에 관한 모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제공받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넓게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립을 스스로 일상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장애인권리협약 3(a)조에 포함된 천부적 존엄성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존중에 관련된 선택과 통제의 자유로 간주되어야 한다(2017,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5호 인용).

또 현행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침에서 말하는 ‘사회적 자립’이라는 개념도 모호하다. 일본 학자 데즈카는 ‘자립’을 신변 자립, 정신적 자립, 경제적 자립, 사회적 자립, 주거·환경적 자립으로 구분하고, 사회적 자립을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장애라는 구별없이 사회에 공헌하고 생활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현행 우리나라 정부 지침에 명시된 ‘사회적 자립’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운영 목적으로 ‘자립’을 말한다면, 자립이라는 개념 정의부터 명확하게 제시하여 행정기관이나 현장 종사자들이 오해와 혼동이 없게 해야 한다. 이는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적인 삶을 위해서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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