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본연의 맛, 전라도 음식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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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본연의 맛, 전라도 음식의 진면목
  • 유영필
  • 승인 2023.09.26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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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6) 익산 청목한식당 돌솥밥 한정식

 

드디어 찾아온 여름휴가! 올해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중 집사람과 생각이 일치한 곳이 있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외박은 힘들기에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익산을 거처 군산 선유도를 보고오는 코스였다. 익산은 아들이 작년까지 있었던 곳이었다.아들 보러 간다는 핑계로 꼭 갔던 식당이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들이의 설렘을 뒤로하고 대략 2시간 반의 운전 끝에 드디어 청목한정식에 도착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아 1인 25,000원하는 일품돌솥한정식을 주문했다. 거의 1년만에 와서 그런지 카운터에 앉아 우리를 맞이하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알아보지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갑자기 우리를 알아보시고는 너무 반가워 해주셨다.잊지않고 기억해 주심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지난 1년간의 안부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버섯전과 샐러드, 총떡과 비슷한 음식이 나온뒤(나중에 알아보니 밀전병이었다) 불고기와 미역국이나왔다.

사실은 이 음식만 가지고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홍어삼합이나왔다. 적당히 삭혀진 홍어와 잡내 하나없게 만든 돼지 수육을 묵은지에 돌돌 말아 초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까 내가 전라도에 온게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30년 전 쯤에 아는 분 결혼식이 있어 광주에 간일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식사를하는 자리에서 홍어를 돼지 수육인 줄로만 알고 새우젓에 찍어 입에 넣었던 기억이 났다. 처음 먹어본 홍어의 암모니아향이 어찌나 강했던지 눈물이 주루륵 흘렀는데 옆에 계셨던 어르신 한분께서 나를 보고는 “자네 이결혼에 무슨 문제있는가?”하고 물으셨던 것이 생각이나서 집사람과 나는 한참 웃었다.

홍어삼합은 홍어 특유의 암모니아향이 마치 나의 위를 자극하여 음식을 많이 먹을수 있게 넓혀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인삼튀김이 나왔다. 한여름에 튀긴 인삼을 먹으니 맛보다도 먼 곳까지 오느라 소진된 체력이 보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인삼특유의 사포닌향과 튀김옷이 어우러저 씁쓸한 향이 튀김옷의 바스락거림에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수삼을 먹을때와는 다른맛이었다. 수삼을 먹을 때는 깍두기를 씹는 느낌에 쓴맛을 느꼈다면 인삼튀김은 인삼의 향은 그대로이면서 부드러움과 튀김 특유의 고소함이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잠시 후 부드러움과 새콤달달함을 동시에 느끼게해준 연어샐러드를 맛보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연어 특유의 향이 샐러드와 어우러저 나의 몸을 시원하게 해주어 땀이 쏙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몸이 시원해짐을 즐길 겨를도 없이 새우버터치즈구이가 나왔다. 새우의 살이 버터와치즈를 만나 부드러움과 고소함이 입안에 머물면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나온 요리만으로도 집사람과 나는 그 맛과 정성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떡갈비가 나왔다. 생긴 모양이 만화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 였다. 불독이 뼈다귀에 붙어있는 고기를 물고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툼히 썰은 양송이 버섯 가운데에 양념과 야채를 섞어 다진 갈비를 둘러서 구워내 온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맛은 너무도 훌륭했다. 고기의 육즙은 그대로 살아있고 온갖 양념과 어우러진 맛은 버섯과 같이 씹을 때 입안에서 다양한 맛의 물방울이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요리가 끝나고 식사가 나왔다. 밑반찬으로 나물과 김치, 조기조림과 청국장찌개가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한데 여기에 대하장까지나왔다. 청국장찌개 안에는 두부가 많이 들어있어서 두부를 좋아하는 나는 엄청 반가운 음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청국장을 만들 때 온도를 정확히 맞추면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색깔과 맛을 보고 그냥 된장과 고추장을 섞어서 만든 막장 찌개인 줄로만 알았다. 걸쭉한 국물에 두부를 얹어 한수저를 떠서 입에 넣으니 청국장과 두부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전라도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맛과 푸짐함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함이 어우러져 계속 오게하는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 집의 음식은 음식 하나하나가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맵거나 짠 자극적인 맛은 없고 맛있게 먹다보면 어느덧 배가 불러지는 자연스런 맛이었다. 마치 긴 세월을 아무런 조건없이 살아와 준 집사람을 생각나게하는 맛이었다. 물론 전라도에서 가본 식당 중에는 화려한 맛을 자랑하는 곳도 있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이집이 나의 입에는 더 잘 맞는 것같았다. 더구나 식사 후에도 목마름이 없는 걸로봐서 인공조미료 걱정을 안해도 될 것 같았다. 인천에 살고있는 나로서는 이런 집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해보게된다.

익산이란 도시를 가게 되면 잊지말고 청목한정식에서 식사하면서 전라도의 맛과 인심을느껴보시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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