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페어, 인천 미술 작가들에게 큰 기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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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페어, 인천 미술 작가들에게 큰 기회가 되기를"
  • 채이현 인턴기자
  • 승인 2023.10.1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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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기호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 총괄운영위원장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 출품 작품 (곽동희 작)

 

지난 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각각 8만명과 7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경기불황과 미술시장의 침체라는 요소에도 불구하고 연일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양 아트 페어 모두 행사 기간 동안 판매한 미술품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실적은 알 수 없지만 올 해 성적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기준 프리즈는 6천억~8천억, 키아프는 그의 10분의 1 정도 수준이었다.

이른바 ‘영 리치’의 참여도 돋보였다고 한다. 20대~40대가 그린 그림을 또래 세대가 사들이고,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며 자신의 콜렉션을 서로 공유하는 축제 형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누구나 사는 명품, 하루의 즐거움으로 탕진하는 유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에게 투자하겠다는 ‘젊은 부자’들인 것이다.

‘아트 페어’라는 단어 자체만 들으면 왠지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말 그대로 미술 작품 시장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돈을 주고 사는 장이다. 요즘은 청년 작가들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진 작가들이 이름을 알리고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아트 페어가 인천에서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을까.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 1전시홀에서 인천미술협회 주최로 <2023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와 관련해 총괄운영위원장이자 인천미술협회 공예분과 위원장인 정기호 작가를 만났다. 서각 명장으로도 지정된 정기호 위원장의 작업실은 온통 나무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기호 목공예 명장
정기호 서각 명장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 총괄운영위원장)

 

- 안녕하세요. 이번에 개최되는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의 총괄운영위원장을 맡으셨는데요. 이 아트 페어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규모나 특징을 중심으로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인천의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인천 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이 주요 참가자들입니다. 전국에서 초청한 미술인, 몽골‧미얀마 초청 작가들도 있고요. 그리고 갤러리가 아닌 작가 개인 부스가 기본 단위입니다. 메세나 부스, 갤러리와 단체 부스는 별도로 뒀습니다. 

   

- 메세나 부스의 경우 작년에는 기업과 작가의 1:1 매칭사업으로 진행했었는데요. 올 해는 조금 다르게 운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 메세나 부스를 조금 더 오픈된 형태로 진행합니다. 사전에 기업체와 미팅을 해서 참여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MOU는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작가와 작품을 사전 지정해 계약하는 방식이 어렵다고 본겁니다. 오히려 기업 측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작품을 관람한 후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 좋겠다고 판단한 거죠.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메세나 부스는 총 세 개가 열릴 것이고, 판매된 작품 수입의 일부는 인천에 거주하는 새터민에게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 참가자 전체 구성 현황은 어떤가요?

△ 총 250명이 참여해 125개 부스에 3천여점의 작품이 걸릴 예정입니다. 회화, 조각, 공예, 설치, 서예 등이고요. 큰 분류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개인 부스, 메세나 부스, 단체 부스로 나눌 수 있겠죠.

 

- 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아트 페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텐데요. 인천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 아트 페어는 말 그대로 미술 상품을 벌려놓고 민간에게 판매를 하는 거거든요. 인천에서도 17년 이상 꾸준히 진행됐는데, 규모가 작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죠. 규모가 커진 것은 송도컨벤시아 건물이 생긴 이후예요. 이전에는 작품을 설치할 공간 자체가 너무 작아서 홍보에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 아트 페어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리가 있으니까요.

 

- 아트 페어를 준비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죠. 시에서 예산을 받고, 개별 부스비를 받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개최 비용보다 적을 수밖에 없거든요. 작품이 많이 팔리지 않는 이상은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인천은 서울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이 더 큰 시장에 나가기 위해 인천 밖에서 활동을 하게 돼요. 개인전도 서울이나 수원에서 할 때 훨씬 더 주목받고 작품 수입도 늘어나니까요. 인천에 전시 공간이 많지 않은 것도 있고요.

 

-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네 그렇습니다. 문화예술관련 예산도 타 시도에 비해 많이 낮은 형편이고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줬었는데 리모델링 사업이 3년 넘게 이어지면서,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규모 있는 갤러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게 됐으니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 예술인들과 정책 담당자가 함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현재는 활동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에서 아트 페어를 개최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돼 있던 몇 년 간 미술작품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었어요. 자유롭게 바깥 활동을 할 수 없으니까 집에 작은 소품이라도 가져다 놓고, 마음의 평화로움을 찾고 싶은 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약이 풀린 요즘 미술 판매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인천에도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직접 와서 대화하고 좋은 작품을 골라볼 수 있는 장을 연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시민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한 시도죠.   

 

- 미술 작품을 포함해 예술에 대한 인천 시민들의 관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요. 작품을 전시회에서 관람하는 것과 직접 돈을 주고 사서 소장한다는 것 사이에는 또 큰 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아파트 문화에서는 큰 그림을 걸어놓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꼭 비싼 작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해도, 마음에 드는 작은 소품 하나를 집에 가져다두고 바라보는 것 자체로 주는 기쁨이 있어요. 아침에 볼 때 다르고, 저녁에 볼 때 다르고요.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그런 정서적인 일이거든요.

 

작업실 일부

 

- 아트 페어의 총괄 운영을 맡으시기도 했지만, 그 전에 서각 작가시잖아요. 서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 서예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서각까지 배우게 됐어요. 게다가 제가 고향이 강화예요. 강화가 팔만대장경의 판각지 아닙니까. 내가 강화인이니까 이를 더 배우고 익혀서 널리 알려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특히 재료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20여 년 전에는 중국의 자작나무를 수입했었는데, 이것이 불가능하게 돼서 이제는 미국의 록키산맥에서 자재를 수입합니다. 이것을 강화 갯벌에 묻어요. 3년 동안 묻어뒀다가 꺼내서 그늘에서 3년 동안 말리고, 또 3년을 묻고, 다시 3년을 말리는 거예요. 총 12년이 걸립니다. 이런걸 염적이라고 하는데 방충과 방부가 됩니다.

 

- 재료 자체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드는군요. 기다림의 미학이네요. 각을 시작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세요?

△ 목재 가공할 곳을 찾는 것도 힘들어요. 나무가 단단해서 일반적인 대패질이 안 되거든요. 나무가 단단하고 견고해야 인쇄를 위한 서각이 가능하죠. 각을 시작할 때는 마음을 가다듬어요. 하나도 실수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잡념도 들어오지 않아요. 도구 자체가 칼과 끌이잖아요. 정신 집중을 해야 합니다.

 

- 나무에 새긴 글씨 혹은 그림이 주는 고유의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오래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실 것 같아요.

△ 이 일을 제가 30살에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공직에서 일하면서 병행했는데 퇴직하고 45세에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어요. 제가 지금 75세니까 45년 됐네요. 작년에는 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에서 명장 칭호도 받고, 그 이전에는 인천미술문화상도 받았어요. 제가 우리 것, 동양적인 것을 알리고 싶어서 노력을 했어요. 미국에서 ‘한국의 얼’ 전시회도 열고 중국과도 교류전도 열고요. 그러다보니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도 제자들이 생겼어요. 이런 경험이 쌓여서 아트 페어 운영에도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정기호 명장은 아트 페어가 작가들에게 ‘피드백’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작품을 작업실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지역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이 또 다른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이 문화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 어쩌면 이러한 교류는 필수 조건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투자, 누군가에게는 정서적 위로, 누군가에게는 생계인 예술. 그 모든 것들이 만나는 아트 페어가 인천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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