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찾기’와 ‘따스함’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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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찾기’와 ‘따스함’의 메시지
  • 윤세민
  • 승인 2023.10.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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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11)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증인〉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증인'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실 찾기’와 ‘따스함’을 되살려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영화 〈증인〉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실 찾기’와 ‘따스함’을 되살려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진실(眞實)은 거짓 없이 바르고 참됨을 이른다. 진실은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최고의 선(善)이요 덕목이지만, 이상하게도 현실의 삶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오히려 진실에서 어느 정도 비켜 서 있어야, 세상 살기가 편하고 이득도 많다고들 한다. 그래서인지 심지어 애써 진실을 외면하기조차 한다. 참 불편한 진실이고 거짓된 세상이다. 그래도 ‘착하고 진실된’ 인간이라면, 애써 이 불편한 진실을 바로 찾아내고, 거짓된 세상을 사람 살아볼 만한 참된 세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진실 찾기’는 우리 삶을 넘어 영화나 드라마 스토리텔링의 주요 소재요 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진실 찾기’ 작품의 주인공이라면 웬만한 용기와 정의감 없이는 불가능할 터이다. 그렇기에 그런 주인공들은 으레 특별한 능력이나 신체조건을 지닌 영웅적 인물이 그려지곤 한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영웅은커녕 일반인도 아니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라면? 이미 세상이 주는 숱한 편견과 불편도 힘들었을 그 주인공이 그야말로 진실된 마음으로 ‘진실 찾기’를 나선다면, 그 작품이 주는 감동은 더욱 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오늘 ‘영화산책’에서는 그런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점차 잃어 가는 ‘진실’과 ‘따스함’을 감동으로 되살리는, 같은 작가의 두 작품을 감상하기로 한다.

 

‘진실’과 ‘따스함’의 메시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제작 에이스토리 / 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은 2022년 6월부터 2022년 8월까지 ENA에서 방영돼 큰 인기와 화제를 모은 드라마이다.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 우영우는 강점과 약점을 한 몸에 지닌 캐릭터다.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164의 높은 IQ, 엄청난 양의 법조문과 판례를 정확하게 외우는 기억력, 그러면서도 선입견이나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영우의 강점이다. 그렇지만 영우는 감각이 예민해 종종 불안해하고, 몸을 조화롭게 다루지 못해 걷기, 뛰기, 신발끈 묶기, 회전문 통과 등에 서툴다. 영우는 이렇게 극도의 강함과 극도의 약함을 한몸에 지닌 인물이자 높은 IQ와 낮은 EQ의 결합체로서, 우월한 동시에 열등한 존재다. 영우는 한마디로 흥미롭다. 무척 영민하면서도 때론 귀엽고 깜찍하기까지 하다.

이 드라마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우영우가 대형로펌 ‘법무법인 한바다’의 수습 변호사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에피소드 중심의 법정 드라마’로서, 영우와 한바다의 변호사들이 한 화에 한 개씩의 사건을 해결하는 구성이다. 매화 흥미진진한 새 사건이 도전장을 내밀면, 우리의 주인공 영우가 언제나처럼 멋지게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보는 쾌감과 매력을 선사한다. - 영우 캐릭터 그대로를 살려낸 박은진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정직하고 성실하고 정의롭고 유능한 법조인을 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법조인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렇지만 변호사 영우는 고집스러울 만큼 정직하고 성실하며 정의롭다. 또 ‘법’에 대해서라면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맡은 사건에 ‘책임’을 다하며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이 있다. 그러면서도 참 따스하다. 우리가 정작 현실에서 제대로 볼 수 없기에, 작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실’과 ‘따스함’을 되살려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리라.

 

‘진실 찾기’ 포인트로 ‘사건’ 아닌 ‘사람’ 강조한 <증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프리퀄(prequel, 영화나 드라마의 전작: 원작보다 앞선 시간대에 있었던 일을 표현한 작품)이 영화 <증인>(2019년 2월 개봉, 이한 감독)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의 영화 시나리오 데뷔작이다.

영화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정의와 신념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현실과 타협하고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 자신의 출세가 걸린 살인사건의 변호사가 된 순호가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쥔 유일한 목격자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찾아가며 ‘진실 찾기’가 시작된다.

애써 지우를 증인으로 세운 순호는 오히려 지우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정신병자로 몰아 1심 재판을 이긴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교활한 ‘거짓 진실’임을 알아차리게 되고, 더욱이 “아저씨도 저를 이용할 겁니까?”, “나는 정신병자입니까?”라는 지우의 물음은 순호를 깊은 죄책감에 빠져들게 한다.

마침내 제대로의 ‘진실 찾기’에 나선 순호. 그리고 “엄마, 난 아마 변호사는 될 수 없겠지? 자폐가 있으니까. 그런데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난 증인이 되고 싶어, 증인이 돼서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어.”라며 다시금 용기를 내서 증인으로 돌아온 지우와 함께 마침내 편견과 부정과 탐욕으로 가려졌던 진실을 찾아내게 된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사건’이 아닌 ‘사람’이다. 사건의 격랑보다 사람의 내면에 집중한다. 이 영화가 응시하는 순호와 지우는 엔딩에 이르러 자신만의 ‘진실 찾기’에 나선다. 출세를 위해 달려갔던 순호는 이제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살피게 됐고,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던 지우는 그제야 두터웠던 마음의 창문을 연다. 순호가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면, 지우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영화 <증인>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지우에게 접근했던 순호가 순수한 지우로 인해 오히려 위로받으며 소통해가는 과정은 보는 이의 가슴을 온기로 채운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에 집중하며 소통이 서툴렀던 지우가 사건의 증인이 되어 세상과 소통하려는 용기를 갖게 되는 모습은 큰 진폭의 울림을 전한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실 찾기’와 ‘따스함’을 선사

<증인>의 각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3년 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증인’에 머물며 못 다 이룬 ‘지우’의 꿈을 마침내 변호사 ‘영우’를 통해 이루어 준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실 찾기’와 ‘따스함’을 선사한 것이다.

착하고 진실된 그러면서 따스했던 지우와 영우. 증인 지우는 우리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었었다. 그 뒤 지우로부터 성숙해진 변호사 영우는 우리에게 “당신은 따스한 사람입니다!”라고 화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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