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시 폐지로 소상공인을 죽일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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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시 폐지로 소상공인을 죽일 작정인가?
  • 전영우
  • 승인 2023.11.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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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영우 /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인천시의 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 폐지 방침으로 인해 지역 문화계가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는 레지던시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스타벅스 입점을 추진했다고 한다. 11월 7일자 언론보도에따르면 인천시에서 아트플랫폼 입점을 스타벅스에 제안했고, 실무논의와 현장답사까지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스타벅스가 들어선다면 인근 소상공인들은 모두 짐을 싸야 할 일이었다.

스타벅스 입점이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 미칠 엄청난 파장을 인천시가 알면서도 추진했다면 경악할 일이다. 만일 모르고 추진했다면 이런 발상을 하게 된 배경이 의심스럽고 이를 추진한 관계자들의 양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선다는 것은 곧 일대의 상가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동안 아트플랫폼 인근에서 여러 해에 걸쳐 조성된 개성있는 커피숍이나 공방 등 지역 소상공인들이 거대 자본에 밀려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피해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이기에 경계의 목소리가 높고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여러 측면에서 제시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조성한 매력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소상공인들이 모여들고, 이들이 만들어낸 특색있고 개성 강한 생태계가 낙후된 지역의 활성화를 가져왔는데, 이런 생태계가 거대 자본에 의해 순식간에 훼손된다는 점이다.

높아진 임대료는 문화예술인들과 소상공인들을 떠나게 만들고 결국 거대자본의 프랜차이즈가 점령한 이후 그 지역은 원래의 매력을 잃어버리고 황폐화가 되어버린다.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 인상을 반길지 모르나, 종국에는 황폐해진 지역에 입점할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게 되기 십상이니, 건물주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폐해를 알면서도 인천시가 스타벅스 입점을 추진했다면, 지역 소상공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인천시가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배려하기는 커녕 오히려 거대 자본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단기간에 반짝하는 가시적인 효과를 위한 근시안적인 정책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상공인은 물론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것의 목적이 문화예술인들을 내쫓고 거대 자본의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발상이었으니, 한심한 일이다. 구도심 재개발의 가장 성공한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것은 물론,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트플랫폼 레시던시 프로그램 폐지 방침이, 고작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상업시설 유치를 위한 것이었다니, 그 천박함에 분노하고 시민으로서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 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방법은,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의 유치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시설을 확충하여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문화 예술이 번성하는 매력적인 문화를 지켜야 가능한 일이다.

2004년도에 E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명동백작'을 보면, 당시 명동을 주름잡던 건달 임화수가 문화예술인들을 깍듯하게 대우하는 장면이 있다. 비록 돈도 없고 비루한 자존심만 내세우는 문화예술인들이지만, 이들이 명동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니 깍듯하게 대우한 것이다. 일개 건달도 이미 수십년전에 깨우친 교훈인데, 인천시가 저렇게 모자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인천시가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문화예술인들은 물론이고 소상공인들을 죽이는 발상을 철회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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