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아픔의 기묘한 동거...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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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아픔의 기묘한 동거...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
  • 채이현 기자
  • 승인 2023.12.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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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다락소극장에서 6~17일 공연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 장면 사진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 공연 장면 (사진 = 다락소극장)

 

인천 중구 신포로에 위치한 다락소극장에서 6일(수)부터 17일(일)까지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을 선보인다. 2020년 ‘떼아뜨르다락 희곡공모’를 통해 당선된 김민수 작가의 동명 원작을 뮤지컬로 재구성한 공연이다.

세 명의 인물이 극을 이끌어 간다. 뇌종양을 진단 받은 마흔두 살의 무명 시인 호영,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서른 살의 혜실, 훤칠하고 유복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과 함께였던 서른 살의 형희다.

삶에는 미련이 없다고 생각해 온 무명 시인 호영이 시한부 선고를 받던 날, 서른 살의 혜실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는다. 호영은 혜실에게 대뜸 시를 읊어주며 자신과 사귀어 보자하고, 혜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거절하다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서럽게 울며 제안을 받아들인다. 호영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병간호를 위한 것이라며 혜실의 자취방으로 간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혜실은 단골 커피숍에서 형희를 본다. 형희를 지난 일 년 동안 지켜봐 왔던 혜실은 그를 훤칠한 외모에 한량 같은 남자로 파악하고 있다. 삶에 치여 살았던 혜실은 상상 속의 그의 생활을 통해 자신의 일탈을 꿈꿔왔다. 호영의 도움으로 혜실과 형희의 만남이 성사되지만, 일탈은 없었다. 상상 속이 아닌 현실의 형희는 호스트바에 다니는 한량이 아니라 누구보다 따뜻하고 외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스스로 외로움 속에 살았던 형희는 혜실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꿈꾸지만, 혜실이 원했던 것이 하루의 일탈이었음을 알고 또 하나의 상처를 갖게 된다. 호영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혜실을 대신해 형희를 찾아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날 저녁, 형희가 여행 가방을 들고 호영과 혜실이 사는 자취방으로 들어온다.

작가는 세 사람이 우정 같은 사랑, 사랑 같은 의지를 하며, ‘기묘한 동거’라는 이름의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너무 어둡지 않게, 비윤리적이지 않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연출은 독특하지만 일상적인, 안타깝지만 웃긴 이상한 로맨스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며, 그것을 음악에 실어보았다고 했다.

“육 개월만 같이 살다 꽃잎 바람을 타고 날 듯, 그렇게 시원하게 헤어지자 말했다.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기묘한 동거를 끝내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뮤지컬, 안개가 걷히고 나야 보이는 풍경처럼 사람도 사랑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뮤지컬 <안개가 걷히면>은 수, 목, 금요일은 오후 7시에, 토, 일요일은 오후 4시에 관람할 수 있다. 인터파크티켓(https://tickets.interpark.com) 혹은 떼아뜨르다락(032-777-1959)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전석 3만원이고, 만 14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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