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아랑곳 않는 인천원예농협... "또 소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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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아랑곳 않는 인천원예농협... "또 소송하라"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3.12.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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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소송 끝에 조합원 인정받은 70대 농민
대법 판결 20일 만에 조합원 지위 박탈돼
원협 "총회 제명 결정 수용 못하면 소송하라"
인천 동구 송림동에 있는 인천원예농협 본점 모습.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인천 동구 송림동에 있는 인천원예농협 본점. 사진=네이버 거리뷰 갈무리

 

인천원예농협(원협)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70대 농민의 조합원 지위를 박탈시켰다.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아주지 않은 원협을 상대로 3년의 소송 끝에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은 이 농민은 다시 소장을 쓰고 있다.

인천원협은 지난달 말 총회를 열어 조합원 안인석(75) 씨를 제명시키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원협 정관 12조 1항 4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실을 끼치거나 조합의 신용을 잃게 한 경우'를 적용했다.

원협이 주장하는 안 씨의 중대한 과실이 뭘까.

인천 서구 루원시티 개발사업이 시작된 2017년 초 원협과 서인천농협은 은행 지점을 늘리기 위해 각각 가정동에 상가 건물을 샀다.

단위농협(지역농협)은 통상 자신들의 영업권에만 지점을 내는데, 원협은 원예작물이라는 품목특성 상 인천 전역이 영향권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두 건물은 300m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양측은 농협중앙회에 조정을 요구했다. 중앙회는 같은 해 12월 점포조정위원회를 열어 두곳에 모두 지점을 내는 것으로 의결했다.

하지만 경쟁을 의식했는지 두 조합은 모두 지점을 내지 않았고, 매입한 건물은 지금까지 임대를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협은 면제받은 취득세 7,174만8,500원과 재산세 등 467만5,462원을 뱉어내야 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농협이 고유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에는 재산세를 면제토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을 내지 않고 임대업을 하고 있으니 감면받은 세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2017년 당시 안인석 씨는 서인천농협에서 상임이사로 근무했다. 안 씨가 지점 개설을 주도해 결과적으로 원협이 각종 세금을 뱉어내게 해 손실을 끼쳤다는 게 원협 논리다.

원협은 앞서 2020년 12월 8일 같은 조항을 적용해 안 씨의 조합원 가입 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원협이 안 씨의 조합원 가입 신청을 거부할 수 없고, 조합원 가입 여부가 이사회 재량이라는 원협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0일 대법원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원고 승소가 확정됨에 따라 안 씨는 조합원 지위를 획득했다.

재판은 2021년 1월 1심을 시작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2년 11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20일 만인 지난달 30일 원협이 총회를 열어 안 씨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고, 안 씨는 또 다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안 씨는 "원협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이런 일이 어디 있는가"라며 "조합원 지위를 인정 받는 데 3년이 걸렸지만 다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용 인천원협 조합장은 [인천in]과의 통화에서 "총회에서 결정한 일이다. 자세한 내용은 실무자들에게 물으라"며 전화를 끊었다.

원협 관계자는 "적법한 내부 절차를 거쳐 제명했다"며 "당사자가 총회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소송을 걸면 된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한필운 변호사는 "대법 판결 직후라도 적법한 절차를 통한 징계는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징계 사유가 대법 판결에 반하는 취지라면 효력정지 가처분과 무효확인 소송을 통해 조합원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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