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표 '읽걷쓰'가 교육현장 애물단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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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표 '읽걷쓰'가 교육현장 애물단지라니···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3.12.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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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피로감 토로, 개선 요구 쏟아내
"1만, 2,000만 등 숫자 내세운 목표 부적절,
성과주의 함정에 빠져 본질 놓치고 있어"
지난 12일 오후 사단법인 인천교육연구소가 부평아트센터에서 '인천 읽걷쓰 정책 평가 및 문제점 관련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인천in
사단법인 인천교육연구소가 지난 12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인천 읽걷쓰 정책 평가 및 문제점 관련 토론회'. 사진=인천in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읽고 걷고 쓰기'(읽걷쓰)의 목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 인천교육연구소는 지난 12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인천 읽걷쓰 정책 평가 및 문제점 관련 토론회'를 진행했다.

'읽걷쓰 제대로 읽고 사유하고 쓰기'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이성희 서운중 교감은 "읽걷쓰는 올해 1월 배부된 인천 교육계획에는 구체적인 이름조차 없던 사업"이라며 "읽걷쓰는 정책 수립에서 필요한 다양한 과정을 뛰어넘고, 학교에 일방적으로 내리는 방식으로 추진됐다"고 꼬집었다.

시교육청이 읽걷쓰 성과 목표로 제시한 1만 단체 조직, 2,000만권 읽기, 10만명 인천길 걷기, 30만 저자 배출 등 지표화된 성과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 교감은 "성과 목표는 산출 근거가 필요한데, 시교육청은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교육청은 도성훈 교육감의 임기 3년 안에 모든 성과를 내려 하기에 앞서 사업을 재정비하고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과 지표를 맞추기 위해 읽걷쓰를 밀어붙이는 시교육청의 속도전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도성훈 교육감은 올해 초 인구 36만명의 아이슬란드를 예로 들며 "인구의 10%가 1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는 나라. 인천도 아이슬란드와 같은 곳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감이 아이슬란드 통계청에서 확인한 자료를 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출간된 책이 3만7,677권이다.

그는 이를 근거로 읽걷쓰의 '30만 저자' 목표가 인천 인구 300만의 10%를 계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교감은 "아이슬란드는 20년이 걸렸다. 시교육청은 3년 안에 인천 학생의 90%를 저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시교육청은 숫자라는 성과의 함정에 빠져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주제토론에서 김창진 천마초 교장은 읽걷쓰를 시교육청의 브랜딩 사업으로 규정했다.

김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읽걷쓰를 도성훈 교육감의 3선을 위한 브랜딩 사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도서관을 운영할 사서가 없어 일반 교사들이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학범 새로운학교네트워크 교사는 "읽고 걷고 쓰는 교육활동이 틀린 내용이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읽걷쓰는 교육적 의미만을 모아 짜집기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학교 현장의 요구와 시교육청의 소통 없음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했다.

사서교사인 구은아 인천교사노조 비교과부위원장은 기대에 비해 내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2019년 연구 보고서 '청소년 독자·비독자 연구' 내용을 제시했다. 전국 10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위는 스마트폰 사용(31.2%)이었고, 다음이 독후감·독후기록 활동(15.8%)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 부위원장은 "30만 저자를 달성하려면 인천 학생의 90%가 저자가 돼야 한다. 쓰기에 대한 압박감으로 독서를 싫어하게 될 수 있다"며 "독서를 성과로 보여주는 건 안 된다. 독서가 숙제가 돼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토론에서는 읽걷쓰 정책이 과도한 업무 증가로 교육 현장에서 외면받는 현실, 교육 주체들과 소통 없이 강제되는 현실에 대한 경고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교육연구소는 이날 나온 기조발제와 주제토론, 현장토론의 내용을 정리해 시교육청에 정책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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