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섭평전〉 간행과 우현학의 발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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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평전〉 간행과 우현학의 발전을 위해
  • 연창호
  • 승인 2023.12.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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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연창호 / 검단선사박물관 학예사

 

지난 12월 19일 한국근대문학관의 11차 책담회가 <고유섭평전>의 간행을 기념하여 열렸다. 필자는 이 글에서 <고유섭평전> 간행의 의미와 함께 우현(玄) 고유섭(1905~1944)의 한국학을 연구하는 우현학(又玄學)의 나아갈 바를 피력하고자 한다.

우현은 한국미술사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미술사 연구를 다룬 많은 논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생애사에 대해서는 정리되지 않은 채 후학들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설가 겸 평전작가로 잘 알려진 이원규 작가에 의해 이번에 <고유섭평전>이 간행되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인물에 대한 평전 작업은 해당 인물이 남긴 모든 1차 자료와 후학의 연구성과를 다 섭렵한 후에라야 가능한 분야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학자의 평전인 경우는 더욱 지난한 일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고유섭평전>은 지금까지 유보되어 오다가 인천 태생의 77살의 노작가를 만나 꽃피우게 되었다.

<고유섭평전>은 이원규 작가의 피땀어린 자료 수집과 노력의 결과이다. 작가는 우현이 남긴 1차 자료를 모두 찾아내 해당 원문을 통해 기존에 후학들이 자료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베껴 쓴 글들의 오류들을 발견해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예를 들면 우현의 조부 고운경이 평안도에서 인천으로 이사해 온 것이 아니라 서울 용산에서 인천으로 이사한 것, 부친 고주연이 일본 구마모토 제1고등학교가 아니라 구마모토 제5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우현의 경인팔경 연시조가 1925년 동아일보가 아니라 1926년 3월 6일 조선일보에 발표한 것 등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고유섭평전>을 통해 그의 생애사는 이제 복원되었다. 특히 우현의 조부와 부친, 그리고 숙부 및 생모와 서모 등 우현의 초기 생애에 관한 자료와 해설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우현의 10대까지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전에 의하면 우현은 10대에 한국의 미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것을 생의 목적으로 하였다고 한다. 평전에는 우현이 17세부터 지상(誌上)에 발표한 시와 수필들을 시기별로 해설해 주고 있고, 자료의 제한으로 인해 발생하는 서사의 빈 곳은 작가의 상상력 있는 대화로 메꾸고 있다. 소설가만의 장점이다.

우현의 미학과 미술사학은 근대와 현대를 잇는 한국학의 징검다리로서 우현학은 근대 한국학의 중요 부분에 속한다. 미학과 미술사에 갇혀 보지만 말고 더 폭넓은 한국학의 지평에서 우현을 보아야 한다는 면에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는 우현은 시와 수필을 사랑한 문학가였다는 사실이다. 우현은 다수의 시와 수필을 남겼는데 그 중 압권은 당연히 수필이다. 그가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수필들은 학술적이면서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글들이다. 학자이기 이전에 문학가, 예술가로서의 우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불교와 노자를 바탕으로 한 그의 정신성이다. 그가 남긴 글과 그림에는 불교의 선(禪)사상과 노자의 현묘(玄妙)사상이 깃들어 있다. 그의 호(號)인 우현(又玄)은 노자 도덕경에서 유래한 것임을 잘 알 것이다. 우현은 인천 배다리의 의성사숙에서 한학을 배웠는데 스승이 인천의 마지막 선비인 취헌(醉軒) 김병훈(金炳勳)이었다. 취헌은 동양경전과 함께 동양화, 서예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면 서구의 근대사상 뿐만 아니라 불교관(佛敎觀)과 노자관(老子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현의 미학에는 오늘날의 양자역학에 통하는 사유가 녹아 있다.

한국학으로서의 우현학이 나아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바로 미술사가 양식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미가 무엇이고 왜 그런 미의식을 갖게 되었는지까지 탐구해야 한다, 우현도 양식사를 넘어서 한국미의 정신사를 추구하다가 39세로 요절하였지 않았는가.

지난 여름에 이원규 작가님을 찾아뵌 적이 있었다. 이제 곧 <고유섭평전>이 나올 터인데 자기는 생애사를 정리했으니, 후학들이 우현을 학술적으로 많이 연구해야 할 것을 주문하셨다. 내년 2024년은 우현 80주기를 맞는 해이다. 우현학에 대한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길 고대해 본다. 일반 대중들을 위한 우현학 강좌도 많이 열리길 기대한다. 우선 열화당에서 나온 <고유섭전집>을 독파하고자 다짐해 본다.

 

사진 = 김영일 
이원규 작가 (사진=김영일)
이원규 작가 (사진=김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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