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편지 번역, 출판
상태바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의 편지 번역, 출판
  • 인천in
  • 승인 2023.12.23 0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내한 선교사 편지(1880-1942)' 13권, 14권 출간

 

미국 북장로교의 알렌 선교사가 1884년에, 언더우드 선교사가 1885년에 서울에 들어와 선교를 시작했다. 그 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돌아간 언더우드의 강연을 듣고 한국 선교를 지원한 남장로교 청년 선교사 7명이 1892년 파견됐는데, 호남지방의 전주, 군산, 목포, 광주, 순천에 스테이션(선교기지)가 세워졌다.

스테이션에는 대개 10만㎡ 이상의 넓은 면적에 병원과 학교, 그리고 선교사 주택과 교회당 등이 들어섰다. 광주에는 양림동 일대에 기독병원, 숭일ㆍ수피아여학교, 광주제일교회ㆍ양림교회가 세워졌다. 호남지역 다섯 개 스테이션 가운데 광주 양림동에 가장 많은 초기 건물들이 남아서 백여년 전 모습을 증언해주고 있다.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내한 선교사 편지(1880-1942) 디지털 아카이브의 구축」 사업을 4년째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에 13권 「알렉산더에게 보낸 놀런 선교사의 편지」 (구지연 허경진 번역)와 14권 「수피아 여학교 교장 애나 매퀸의 선교 편지」 (허혜란 허경진 번역)를 출판하였다. 2권 유진 벨, 3권 로티 벨도 남장로교 선교사인데, 인요한 교수의 진외조부모이다.

놀런은 1904년에 의대를 마치자마자 광주에 와서 제1대 원장으로 광주기독병원의 기틀을 세운 의사였지만, 3년 뒤에 금광병원으로 전근가면서 ‘돈 때문에 선교현장을 버린 선교사’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그가 후원자였던 알렉산더에게 3년간 보낸 편지를 보면 낙후된 의료 현장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꾸준히 휴가와 유학 기회를 청원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끝내 허락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금광에서 유학비를 마련한 뒤에 유럽으로 유학갔지만, 선교부와 관계가 단절되었기에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모든 것이 열악했던 광주기독병원 초창기에 신앙심과 봉사정신으로 병원의 기틀을 다졌던 그의 모습이 편지 곳곳에 보인다.

제14권은 1910년 수피아여학교 제2대 교장으로 부임하여 여성교육에 헌신했던 애나 매퀸이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들이 실렸다. 수피아 홀을 건립하는 과정이라든가 졸업생들이 모교에 돌아와 봉사하는 모습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었다.

애나 매퀸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가 1940년에 추방되었지만, 한국이 독립되자 다시 미군 수송기를 타고 광주로 돌아와 이일학교(여자성경학교) 재건에 힘썼다. 수피아여자중고등학교와 한일장신대학교, 그리고 호남 곳곳에 뿌려진 그의 땀방울들이 이 편지 곳곳에 보인다. 한복을 입은 애나 매퀸의 사진도 흥미롭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