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책을 품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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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책을 품고 사나?
  • 위원석
  • 승인 2024.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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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따라하기]
(1) 누구나 책 한 권 낼 수 있는 시대 - 위원석 / 딸기책방 대표
온갖 영상 콘텐츠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세월이지만, 그럴수록 책이 가지는 매력은 새록새록 각별해진다. 책장을 넘기는 촉감, 종이의 향, 한 권의 든든한 존재감은 지금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편집 작업과 제책 공정의 문턱이 낮아지고,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누구라도 출판사의 도움 없이 멋진 책 한 권을 쓰고 출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독자들이 독립출판을 계획하기 바라며 <독립출판 따라하기>를 아홉 번에 걸쳐 연재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준비한다면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의 마음에건 책 한 권쯤 살고 있다

2017년 강화도에 있는 딸기책방에서 시작한 ‘그림책 워크숍’은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40명이 넘는 아마추어 그림책 작가를 배출했고, 이 지역 주민들이 그림책에 관심을 갖도록 힘을 보태어 왔다. 지난해에는 책방에서만 진행되던 워크숍 프로그램이 외부 강의로 확장되어 이전보다 분주한 한 해를 보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케이-코믹스 아카데미와 인천시의 두 군데 도서관에서 그림책 워크숍을 진행했다. 외부에서 책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해 본 경험이 없기에, 프로그램을 개설하자거나 강의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을 때마다 신청자가 미달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참가 신청 모집 공고가 올라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청자가 몰렸다는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책 만들기 워크숍은 매주 상당한 양의 과제를 전제로 하기에, 워크숍이 시작되면 끝까지 함께 할 참가자가 얼마나 될까 걱정했지만, 수업이 끝날 때는 그 또한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기책방 책꽂이에 전시된 워크숍 작품들: 책 만들기를 시작할 땐 누구나 걱정이 앞서지만, 결국 멋진 이야기 한 편씩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으로, 작가로 태어났으므로.  

 

딸기책방 책꽂이에 전시된 워크숍 작품들 책 만들기를 시작할 땐 누구나 걱정이 앞서지만, 결국 멋진 이야기 한 편씩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꾼으로, 작가로 태어났으므로.

세 개의 책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며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묶고자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수가 아주 많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이 진리 탐구의 유일한 매체였던 시대를 지나며, 책의 가장 큰 미덕이 ‘공감’인 시절이 되었다. 공감이 비슷한 경험과 진솔한 표현에서 얻어지는 것이라면, 정교하게 잘 직조되고 기술적으로 잘 표현된 이야기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소박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누구나 마음에 책 한 권쯤은 품고 사는 셈이다. 그 책을 꺼내놓기 위해 쓰고 그리고, 다듬는 수고만 감수한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책을 편집하고 인쇄하고 제본하고 유통하는 모든 과정은 놀랄 정도로 간편해지고 빨라졌다. 주문형 도서 제작 서비스 업체들은 단 한 부의 책이라도 솜씨 있게 제작해 주고, 전국 서점 곳곳에 유통을 대행해 주는 플랫폼도 생겨났다.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내 책의 독자들을 찾아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독립출판물 마켓이나 행사장에 나가 독자들에게 내 책을 보여주고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다.

 

아주 특별한 책 한 권

지난해 경험한 워크숍 참가자들 중에는 가족을 위한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며 정성을 기울이는 분들도 많았다. 아이의 엉뚱함을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 다정하게 표현하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담은 책도 있었고,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던 추억을 정리한 책도 있었다.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손주를 위해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제 곁에 없고 떠나갔지만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반려견에 관한 기억 등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들 중 어떤 것들은 시간이 지나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 한 권, 한 권은 더없이 소중하다.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 가까운 이들끼리 추억과 공감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책의 본래적 의미, ‘이야기’의 원래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기게 된다.

새해 복을 비는 마음과 함께, 내 마음 속의 이야기 하나 꺼내어 독립출판을 꿈꿔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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