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훈 인천교육감 공약 수정 추진… "공약 후퇴에 학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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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훈 인천교육감 공약 수정 추진… "공약 후퇴에 학교 혼란"
  • 최태용 기자
  • 승인 2024.01.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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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7개 공약 수정 계획
후퇴하는 공약 있지만 당사자 단체와 논의 없어
"일방적 공약 수정, 잦은 목표 변경으로 혼란"
인천시교육청 모습. 사진=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모습. 사진=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이 도성훈 교육감의 공약 수정을 추진한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민선4기 교육감 공약사업 실천계획 변경(안)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8월 학교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과 유치원·초중고교 설립 공약을 수정한 뒤 두 번째 공약 수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에 수정하려는 공약은 ▲국가돌봄청 인천 유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추진 ▲두 번째 인천유아교육진흥원 설립 ▲인천오션에코스쿨 조성 ▲남부교육지원청 청사 이전 ▲학교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처우 개선 ▲가족 체류형 농촌유학 프로그램 운영까지 모두 7가지다.

공약 폐기, 목표와 시기 조정이 주요 내용이다.

 

◇ 정부 정책에 따른 공약 폐기·수정

우선 국가돌봄청 인천 유치는 폐기할 계획이다.

도 교육감은 재선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정부에 국가돌봄청 신설을 건의했다. 여러 부처로 분산된 돌봄사업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그의 공약은 이걸 인천에 유치하겠다는 것까지였다.

하지만 정부에서 교육부 중심으로 늘봄학교 전면 확대와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돌봄청 신설은 정부 정책 방향과 상반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시교육청 설명이다.

초교 학급당 학생 수의 단계적 감축도 정부의 교원 정원 감원 영향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일반학교 학급당 학생 수를 지난해 23.3명에서 2026년까지 22.2명으로 줄일 계획이었으나, 목표를 22.5명으로 0.3명 늘렸다.

 

공약 이행 시기 · 장소 조정

2026년 6월까지인 임기 안에 개월을 공약했던 제2유아교육진흥원은 2028년 9월로 개원 시기를 늦췄다.

설립을 위한 정책연구와 정부 중앙투자심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다.

오션에코스쿨은 당초 강화군의 길상초 선택분교에 지을 계획이었으나, 용유초 무의분교로 자리를 옮겼다. 리모델링 비용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부교육지원청 청사 이전도 임기 안이 목표였으나, 정부 중앙투자심사와 설계·시공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2027년 12월로 공약을 수정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옛 선인학원이 있던 미추홀구 도화동의 인화여중 근처로 남부교육지원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가족 체류형 농촌유학 프로그램은 당초 지난해 관련 조례를 만드는 게 목표였으나, 올해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2025년 이후 조례를 만들기로 했다.

 

지난 3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천시교육청
지난 3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인천시교육청

 

공약 목표 후퇴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와 방과후교사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을 위한 공약은 후퇴가 예상된다.

도성훈 교육감은 2025년까지 이들과 1건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이 목표를 '교섭 8회 이상'으로 바꿨다.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않더라도 교섭 횟수 목표로 세워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얘기다.

이유는 직종별로 교섭을 진행하해 협약 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임금협약도 매년 1회 체결이 목표였으나, 이것 역시 올해부터 매년 '교섭 8회 이상'으로 바꿨다.

 

일방적 공약 수정, 잦은 목표 변경… "교육 현장 혼란 요인"

인천의 교육 관련 단체들은 시교육청의 공약 수정 계획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안봉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이번 공약 수정 계획이 그동안 도성훈 교육감이 해왔던 얘기들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안 지부장은 "도 교육감을 비롯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보통합에 반대해왔다"며 "돌봄청 신설 공약 폐기는 결국 유보통합을 받아들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학급당 학생 수 감소 계획 후퇴에 대해서도 "지난해 터져나왔던 교권 문제들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도 교육감은 실질적인 교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을 후퇴시키는 것은 말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수렴 절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원주현 인천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시교육청의 공약 수정 계획을 알지 못했다"며 "교사들과 직접 관련 있는 공약을 수정하면서 정작 교사들의 여론은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상혜 인천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관련 공약의 수정을 추진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공약 수정을 위해 정책기획조정관실에서 담당 부서 의견을 모아 총괄부서에 제출했다.

오는 10일까지 진행하는 설문조사는 공약 수정을 위한 여론 수렴 단계다.

이후 오는 23일 공약이행평가단의 1차 심의, 부교육감이 위원장으로 있는 공약추진위원회의 2차 심의를 거치면 수정한 공약이 확정된다.

시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전교조, 교사노조, 학비노조 등 관련 단체들과 원칙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사자 단체들과의 논의는 없다. 공약이행평가단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설문조사를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의 일방적인 공약 수정과 잦은 목표 변경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의 한 교육계 관계자는 "동아시아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읽걷쓰(읽기 걷기 쓰기), 올결세(올바로 결대로 세계로). 매년 바뀌는 시교육청의 교육 목표다"며 "현장에 혼란을 주는 목표는 없는 게 낫다. 도 교육감이 기본을 놓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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