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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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 대한 단상
  • 김정화
  • 승인 2024.01.1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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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김정화 / 문학평론가

지난달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광명시에 자리한 기형도문학관 나들이를 했다. 기형도문학관은 요절시인 기형도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공간이다. 평일 오전 문학관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방문시간을 문학관 측에 미리 알렸더니 우리를 위해 시인의 큰 누님이 해설사로 직접 나서주어 시인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달리 알고 있던 내용도 들려주어 고마웠다.

1, 2층 문학관 규모는 그리 크진 않지만 자료 전시 및 테마 공간의 동선이 짜임새 있게 조성되어 있었다. 시인이 대학시절 즐겨 읽던 도서목록에 눈길이 갔다. 상설 운영 중인 관련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니 운영진의 열정과 문학관을 찾는 분들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기형도문학관은 시인의 비극적 죽음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인을 기리는 자리를 열어오다가 전문가 그룹, 시민들, 지인들, 그리고 관이 힘을 모아 조성되었다.

 

기형도문학관
기형도 시인이 대학 시절 즐겨 읽던 도서목록

 

전국에는 약 60여 곳이 문학관이 있다. 공간 규모 면에서나 소장자료 면에서 위엄을 자랑하는 전남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 소설 <태백산맥> 작품 앞부분 소화와 현부잣집이 있던 제석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어른 키보다 더 높이 쌓은 유리관 속의 육필원고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문학관은 30년대 대표소설가 김유정을 기리는 문학관으로 알찬 전시 콜렉션과 체험 콘텐츠는 물론 김유정문학촌이라 이를 만큼 그 일대가 유명하다. 경기도 양평의 황순원문학관은 주소지가 소나기마을길이다. 특히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 및 전시로 유명한 문학관으로 방문객으로 하여금 스토리텔링의 감동을 맛보게 해준다.

 

인천근대문학관
인천근대문학관
인천근대문학관 인천근대문인열전관

 

인천에도 문학관이 있다. 중구에 자리한 한국근대문학관이다. 문학관을 다시 찾은 날, 유리외벽에 박인환 시인의 <세월이 가면>이 있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1인 문학인을 기념하는 문학관이 아닌 19세기말 근대계몽기부터 해방공간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를 한눈에 만나볼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특히 시대별 문학작품과 공간성을 함께 아우르는 전시를 통해 근대문학의 흐름과 특징을 한눈에 이해하도록 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물론 유길준의 <서유견문>, 염상섭의 <만세전> 초판본 등 희귀본도 적지 않으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다양하여 방문객의 흥미를 끈다. 근대개항도시 인천은 우리 근대문학에 다채롭게 형상화되었다. 근대 문물과 풍경을 노래하고, 바다의 낭만을 그렸으며, 신소설 작가들에게 스토리텔링의 영감을 제공했으며, 조선 노동자와 빈민의 이야기도 담아냈다.

인천출신 근대 문인으로 잘 알려진 현덕, 함세덕, 진우촌, 김동석, 배인철은 별도 ‘인천근대문인열전’ 이라 명명한 공간에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 자료는 작품 위주로 되어있어 단출했다. 이들 문인을 1인 문학관으로 조성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시대적 한계, 자료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지만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근대문학 형성과 발전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항도시 인천에 자리한 한국근대문학관을 둘러보며 드는 생각이다.

기형도문학관을 세울 무렵, 시인이 태어나 네 살까지 살던 곳이 연평도여서 인천도 후보지로 나왔었다고 해설하던 누님이 들려주었다. 결국 시인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관심과 사랑, 그리고 관의 적극적 관심으로 성장기를 보낸 광명에 자리잡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아무튼 그럼에도 우리에게 결국 좋은 시와 시인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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