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향 좋아 두루 애호하는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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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향 좋아 두루 애호하는 나물
  • 정충화
  • 승인 2011.10.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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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화의 식물과 친구하기] 참취


이제는 까마득한 옛일이지만, 이십 수년 전 예향으로 불리던 남녘의 한 도시에서 살던 시절 나는 참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 자유분방했다기보다는 천방지축으로 살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청춘을 허비했다 할 수 있지만, 그때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내 삶을 떠받치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나는 유별나게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해 부모님과 주위 사람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잦았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점집에 다녀오신 뒤 내게 역마살이 끼었다더라는 점괘를 들려주신 적이 있는데 그 의미는 훗날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틈만 나면 사진을 찍으러, 탐석을 하러, 난을 캐러, 사냥을 하러, 낚시를 하러 가근방의 산과 들, 강과 호소와 바닷가를 수없이 헤집고 다녔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그러다 결국 인생길이 험로에 들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 무렵 어울리던 벗들 역시 꽤나 풍류를 즐기는 무리였다. 평일에도 누군가 바람을 잡으면 어떻게든 뭉쳐서 함께 쏘다니기 일쑤였다. 대부분 인근 물가나 계곡 초입, 시골의 모정 같은 호젓한 곳으로 몰려가 막걸리를 마시거나 바둑을 두거나 왁자하게 떠들며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살던 도시에서 자동차로 삼십 분만 나가면 가재가 꼬물거리는 계곡, 머루와 다래가 지천인 골짜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한참 잘못됐지만, 당시엔 야외에 버너와 코펠을 가지고 가서 고기를 구워먹거나 라면을 끓여 먹고 돌아오는 게 그리 눈총받을 일이 아니었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따로 야채를 준비해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조달을 하곤 했다. 인근 밭에서 고추 몇 개를 실례하고 고기를 굽는 사이 근처 산자락을 조금만 헤집으면 나물을 수북이 뜯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가장 많이 뜯어다 먹은 나물이 참취 잎이었다.  

참취는 원산지가 우리나라로 알려진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1~1.5m 이상 자라는 줄기를 따라 긴 잎자루에 심장형의 잎이 달린다. 잎에는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나 있다. 꽃은 8~10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서 흰 꽃이 산방꽃차례로 핀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나물류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 중 하나가 취나물이다. 참취는 칼륨, 비타민A, β-카로틴, 아미노산 등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데다 맛과 향이 그윽해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두루 애호하는 나물이다. 봄에 채취한 참취 잎과 순은 데쳐서 여러 형태로 조리해 먹거나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한방에서 동풍채(東風菜), 선백초(仙白草) 등으로 불리는 참취는 방광염, 두통, 현기증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이용한다고 알려졌다.

이제 막 10월에 들어섰을 뿐인데 요사이 날씨 흐름이 심상치 않다. 이맘때면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느낌이 더없이 쾌적해야 할 터인데 벌써 두꺼운 패딩점퍼 차림이 눈에 띌 정도로 쌀쌀한 날씨가 여러 날 이어지고 있다. 도회지에서 살 때야 추위가 크게 문제 될 게 없었지만, 시골 산자락에 자리잡은 일터 숙소에서 다가올 겨울을 어찌 넘겨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어쩌랴? 긴 겨울 뒤 찾아들 찬란한 봄날을 고대하며 이곳 기후에 나를 적응시켜 갈 수밖에.

글/사진 : 정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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